[인물+] '1호 쿠바 유학생'으로 돌아온 애니깽의 후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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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서울대생 로레나·마리스베예씨

지난 21일 충남 천안 남서울대에서 만난 로레나는 ‘1호 쿠바 유학생’이다. 올해 3월 입국해 이 대학 국제문화교류원 한국어학당에서 우리말을 배우고 있다. 그녀는 사실 한국과 오랜 인연이 있다. ‘애니깽’(멕시코 이민 1세대) 고(故) 임천택씨가 로레나의 증조부다.
“정말 반가웠고… 조용했어요. 너무 아름다워요. 풍경이, 이런 곳에… 감동적이었어요. (증조할아버지가) 자랑스러워요.”
이역만리 먼 길을 찾아와 임씨의 묘소를 참배한 후손의 감상은 특별했다. 매끄러운 한국어는 아니지만 마음은 충분히 와 닿았다. 함께 자리한 학교 관계자는 “아름다운 현충원 풍경과 독립유공자 증조할아버지의 묘비를 직접 보고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고 정리해 전달했다.

마리스베예가 입학신청서에 한글로 또박또박 써내려간 진심 어린 ‘지원동기’다. 그녀는 쿠바 현지 한인들이 주축이 돼 설립한 호세 마르띠 문화원에서 케이팝(K-POP)을 익혔다. 문화원에서 아르바이트하며 한국에 가는 꿈을 키웠다.
두 학생은 가장 인상 깊었던 기억으로 N서울타워(남산타워)와 인사동 일대를 견학한 문화체험 행사를 꼽았다. 주말마다 국내 곳곳을 찾아다니며 한국의 발전상을 렌즈에 담았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탓에 더 많은 체험을 하지 못한 건 아쉬움으로 남았다고 했다.
북한과 수교를 맺은 사회주의 국가 쿠바는 한국과 국교가 단절돼 있다. 1959년 쿠바 혁명을 기점으로 50년이 넘었다. 그럼에도 쿠바인들의 한국에 대한 관심은 남다르다. “현지에선 한국 드라마나 음악이 CD로 팔리고 있다.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려는 쿠바 젊은이들이 많다”고 이들은 입을 모았다.
학교 측은 1호 유학생의 의미를 새겨 두 학생의 6개월간 학비와 생활비를 100% 지원했다. 남서울대 관계자는 “로레나와 마리스베예는 국제교육원에서 장학생 추천을 받아 유학생들의 토픽 시험장으로 활용되는 남서울대로 오게 됐다”며 “양국 교류의 문을 여는 차원에서 학교가 전액 지원해 한국어 연수를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로레나와 마리스베예는 다음달 6개월간의 어학연수 과정을 마치고 고국으로 돌아간다. “미국에 이어 한국과도 수교가 된다면 더 많은 쿠바 사람들이 한국을 찾을 것”이라고 기대한 이들은 내년 봄 국내 대학에 정식 입학해 한국과의 인연을 이어갈 예정이다.
“할아버지가 그랬듯 양국 수교를 위해 우리들 쿠바의 한국 자손들도 힘쓰겠습니다.”(로레나) “한국을 배우는 호세 마르띠 문화원에서도 쿠바와 한국의 수교를 위해 노력할 거예요.”(마리스베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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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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