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운데)와 신갈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용인시 전경. 용인시 제공
삼성전자 기흥캠퍼스(가운데)와 신갈저수지가 한눈에 보이는 용인시 전경. 용인시 제공
경기 용인시 재정의 발목을 잡은 것은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책의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로 꼽히는 경전철 사업이다. 기흥역에서 에버랜드역까지 18.1㎞를 잇는 용인경전철은 민간 자본 투자 방식으로 1조32억원을 들여 2010년 6월 완공됐다. 하지만 잘못된 수요 예측 탓에 시 예산으로 민간 운영사 측에 30년간 매년 수백억원의 적자를 보전해줘야 하는 상황에 몰리자 용인시는 협약 수정을 요구하며 소송을 냈다. 용인시는 2011년 말 용인경전철(주)과의 국제중재심판에서 패소해 건설비 5159억원을 물어줘야 했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2012년 5153억원(3년 거치, 5년 상환)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용인시 산하 용인도시공사의 금융부채도 골칫거리였다. 용인도시공사는 2010년부터 시청 인근 역북동에 아파트 단지를 짓는 역북지구(41만7000㎡) 택지개발사업에 손을 댔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토지 매각이 지연되면서 용인도시공사는 파산 위기에 내몰렸다. 2014년 7월 용인도시공사의 금융부채는 3353억원에 달했다.

[대한민국 도시 이야기-용인] "경비 깎고, 예산 줄이고, 기업 모으고"…부채 다이어트 성공한 용인
2014년 7월 취임한 정찬민 용인시장(사진)은 시정의 최우선 목표를 긴축 재정으로 정했다. 시가 ‘재정 파탄 위기’에 처하자 공무원들이 스스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5급 이상 공무원은 기본급 인상분을 자진 반납했다. 업무추진비와 수당도 전년보다 절반만 받았다. 복지포인트 등 후생복지비가 최대 50% 깎이는 고통도 감내했다.

용인시는 읍·면·동에 지급하던 수천만원의 체육대회 경비도 전액 삭감했다. 용인시립교향악단 및 국악단 창단 계획을 백지화하는 등 시급하지 않은 사업은 미뤘다. 정 시장은 역북지구 매각을 위해 홍보 팸플릿을 들고 직접 건설사를 찾아다니며 홍보에 나섰다. 역북지구와 경부고속도로를 잇는 도로 건설을 비롯한 각종 인프라 조성을 약속했다.

이런 노력에 힘입어 2014년 7월 4550억원이던 용인시 채무는 이달 기준 1190억원으로 줄었다. 시는 남은 지방채를 내년에 모두 상환할 예정이다. 3353억원에 달한 용인도시공사 부채는 이달 초 모두 갚았다.

‘부채 제로 도시’ 달성을 앞두고 정 시장은 새 목표를 제시했다. 적극적인 기업 유치를 통한 자족도시 기능 강화다. 서울에서 자동차로 한 시간 거리인 용인은 기업 유치에 최적의 장소로 꼽히지만 2014년까지만 해도 산업단지가 한 곳도 없었다. 정 시장은 “그동안 용인은 수지와 기흥 지역 아파트 주민들이 납부하는 재산세에만 의존해왔다”며 “기업을 유치해 산업단지를 조성해야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16곳에서 산업단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2018년 완공되는 용인테크노밸리다. 인근 삼성전자 기흥·화성 반도체공장과 연계해 정보기술(IT) 관련 첨단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연구개발(R&D) 기능을 갖춘 산업단지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6700여명의 고용 창출과 연간 7억8800만달러(약 9330억원)의 수출증대 효과가 기대된다는 것이 용인시의 설명이다. 정 시장은 “주거 위주의 베드타운에서 벗어나 첨단 IT가 접목된 역동적인 경제도시로 탈바꿈할 것”이라고 말했다.

용인=강경민/김동현 기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