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위기…경희대 한방병원마저 축소
국내 한의학계 선두주자인 경희대 한방병원이 병상을 줄이기로 했다.

경희의료원은 지난달 말 한방병원 교수 워크숍에서 한방병원 5개 병동 225개 병상을 3개 병동 171개 병상으로 축소하는 내용의 ‘한방병원 병상 효율화 방안’을 공개했다.

경희대는 지난 3월에도 서울 대치동에 있는 강남경희한방병원 문을 닫았다. 한방 의료 수요가 줄면서 경영난이 심해진 것이 한방병상을 줄이는 배경으로 알려졌다.

1965년 국내 유일 한방대학이던 동양의과대학과 합병한 경희대는 1971년 국내 첫 한방병원을 세웠다. 경희대 한방병원이 대대적인 병상 축소 계획을 발표한 것은 국내 한의학의 위기가 심각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 시장이 성장하면서 한의학계가 직격탄을 맞은 데다 의사들이 엑스레이 등 의료기기를 활용한 한의 진료를 반대하고 나선 것도 발목을 잡았다. 한의원 폐업도 속출하고 있다. 2013년 68.4%였던 한방의료기관 폐업률은 지난해 79.3%로 높아졌다.

한방병원 병상 축소 계획이 알려지면서 경희대 한방병원 의료진의 반발이 커지고 있다. 한방병원 의료진과 전공의 등은 병상 축소를 취소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희의료원 관계자는 “축소 방안만 공개한 것으로 구체적인 규모, 시기 등은 확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