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fe & Style] 갤러그·보글보글, 스트리트파이터…추억의 오락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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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도 복고 바람
신촌·홍대 등에 오락실 늘고
20대부터 3050 직장인들까지 '발길'
신촌·홍대 등에 오락실 늘고
20대부터 3050 직장인들까지 '발길'
“20년 만에 ‘스트리트파이터’를 즐겨보니 설레네요. 근처에서 일하는데 오락실 행사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직장 동료와 한 판 하러 왔습니다.”(김삼영 씨·38)
지난 1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복합쇼핑몰인 IFC몰 지하 3층. 쇼핑몰 한쪽에 ‘올림픽, 너구리, 갤러그, 스트리트파이터, 보글보글’ 등 추억의 게임기와 전자 다트판 등이 들어서 있었다. 김삼영 씨가 하러 온 스트리트파이터는 1990년대 인기를 끈 일본 캡콤의 격투 게임이다.
이 행사는 IFC몰이 기획한 ‘레트로 게임 카니발’. 모든 게임은 무료였다. 최부승 IFC몰 차장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직장인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진지하게 게임을 했다. IFC몰은 2주간 열린 행사에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주말에는 게임기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직장인의 추억을 자극하는 ‘레트로(복고) 열풍’이 동네 오락실까지 번졌다. PC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 사라졌던 추억의 장소. 벽돌깨기로 시작해 인베이더 너구리 갤러그 방구차 야구 테트리스를 거치며 게임은 발전해갔다. 다방구와 사방치기 등을 하던 아이들을 실내로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쯤이었다. 이후 오락실은 삶의 일부가 됐다. 학원 가기 전 친구와 만나는 약속 장소였고, 이곳에 가기 위해 엄마 지갑에 몰래 손을 댈 용기를 내게 해준 마법 같은 힘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커뮤니티 역할도 했다. 고수들로부터 잘하는 법을 배우고, “누가 누구랑 만난다더라”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돈이 없던 시절, 창의적(?)인 아이들도 있었다. 동전에 구멍을 뚫어 테니스줄을 연결해 넣었다가 다시 빼는 방법으로 하루종일 오락을 했다. 오락실 사장님에게 걸리기도 했다. 그냥 뒤통수 한 대 맞고 쫓겨나 다른 오락실로 자리를 옮겨 또 그 짓을 했다. 이런 추억과 향수는 사람들을 오락실 행사로 끌어모았다.
서촌에 있는 옥인오락실은 이런 흐름을 타고 명소가 됐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 오락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옥인오락실은 서촌의 마지막 오락실이 있던 ‘용오락실’ 자리에 2015년 문을 열었다. 동네 할머니가 20년 넘게 운영하던 용오락실이 2011년 문을 닫자 설재우 씨가 인수해 사무실 겸 작은 가게로 쓰다가 전자오락실로 되살렸다. 오락기 장만에 든 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았다. 오락기마다 돈을 낸 후원자 이름이 붙어 있다.
용오락실은 어린 시절 설씨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PC방이 등장하면서 서촌에 열다섯 개 정도 있던 오락실이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용오락실마저 문을 닫은 게 안타까워 되살렸다는 게 설씨의 설명이다.
옥인오락실에는 너구리, 보글보글,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갤러그 등 1980~1990년대에 볼 수 있었던 옛날 오락기가 꽉 들어차 있었다. 그 앞에서 아이들은 물론 연인들도 오락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면서 오락실이 붐볐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다만 차이는 예전엔 게임 한 판에 50원부터 20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500원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아닌지도 모른다.
설씨는 “오락실이 사라진 것은 PC방과 스마트폰의 등장뿐만 아니라 환경 탓도 크다”며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어른들이 모여 사행성 게임을 하기도 해 오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옥인오락실을 아이들과 여성들이 마음 놓고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동네 오락실이 다시 부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층이 많은 홍대입구, 신촌 등지에도 다시 오락실이 늘어나고 있다. 술집과 식당이 많은 번화가여서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자주 찾는 장소다. 신촌 명물거리에 있는 ‘짱오락실’은 요즘 신촌 아케이드게임 ‘성지’로 불린다. 주이용층에 따라 구역을 분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인형뽑기 등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시설은 모두 1층에 있다. 한 층 내려가면 아케이드게임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이 나온다. 20년 전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서 즐겼던 고전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즐길 수 있다.
복고 열풍에 아케이드게임이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공간도 변하고 있다. 과거 탁한 공기와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누구나 거부감 없이 추억의 게임을 즐기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
지난 14일 오후 1시 서울 여의도 복합쇼핑몰인 IFC몰 지하 3층. 쇼핑몰 한쪽에 ‘올림픽, 너구리, 갤러그, 스트리트파이터, 보글보글’ 등 추억의 게임기와 전자 다트판 등이 들어서 있었다. 김삼영 씨가 하러 온 스트리트파이터는 1990년대 인기를 끈 일본 캡콤의 격투 게임이다.
이 행사는 IFC몰이 기획한 ‘레트로 게임 카니발’. 모든 게임은 무료였다. 최부승 IFC몰 차장은 “점심시간을 활용해 여가를 즐기고자 하는 직장인에게 어린 시절의 추억을 선사하기 위해 기획했다”고 했다. 하얀 셔츠를 입은 직장인들이 어린 시절로 돌아가 진지하게 게임을 했다. IFC몰은 2주간 열린 행사에 하루 평균 1000명 이상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했다. 주말에는 게임기마다 줄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직장인의 추억을 자극하는 ‘레트로(복고) 열풍’이 동네 오락실까지 번졌다. PC게임과 스마트폰 게임에 밀려 사라졌던 추억의 장소. 벽돌깨기로 시작해 인베이더 너구리 갤러그 방구차 야구 테트리스를 거치며 게임은 발전해갔다. 다방구와 사방치기 등을 하던 아이들을 실내로 끌어들이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말쯤이었다. 이후 오락실은 삶의 일부가 됐다. 학원 가기 전 친구와 만나는 약속 장소였고, 이곳에 가기 위해 엄마 지갑에 몰래 손을 댈 용기를 내게 해준 마법 같은 힘을 갖고 있는 곳이기도 했다. 커뮤니티 역할도 했다. 고수들로부터 잘하는 법을 배우고, “누가 누구랑 만난다더라” 같은 시시콜콜한 얘기도 들을 수 있었다. 돈이 없던 시절, 창의적(?)인 아이들도 있었다. 동전에 구멍을 뚫어 테니스줄을 연결해 넣었다가 다시 빼는 방법으로 하루종일 오락을 했다. 오락실 사장님에게 걸리기도 했다. 그냥 뒤통수 한 대 맞고 쫓겨나 다른 오락실로 자리를 옮겨 또 그 짓을 했다. 이런 추억과 향수는 사람들을 오락실 행사로 끌어모았다.
서촌에 있는 옥인오락실은 이런 흐름을 타고 명소가 됐다. 좀처럼 보기 어려운 고전 아케이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곳. 오락 마니아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옥인오락실은 서촌의 마지막 오락실이 있던 ‘용오락실’ 자리에 2015년 문을 열었다. 동네 할머니가 20년 넘게 운영하던 용오락실이 2011년 문을 닫자 설재우 씨가 인수해 사무실 겸 작은 가게로 쓰다가 전자오락실로 되살렸다. 오락기 장만에 든 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모았다. 오락기마다 돈을 낸 후원자 이름이 붙어 있다.
용오락실은 어린 시절 설씨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PC방이 등장하면서 서촌에 열다섯 개 정도 있던 오락실이 모두 사라졌다. 마지막까지 남은 용오락실마저 문을 닫은 게 안타까워 되살렸다는 게 설씨의 설명이다.
옥인오락실에는 너구리, 보글보글, 테트리스, 스트리트파이터, 갤러그 등 1980~1990년대에 볼 수 있었던 옛날 오락기가 꽉 들어차 있었다. 그 앞에서 아이들은 물론 연인들도 오락에 열중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끊임없이 들락날락하면서 오락실이 붐볐다. 타임머신을 타고 옛날로 돌아간 느낌이었다. 다만 차이는 예전엔 게임 한 판에 50원부터 200원 정도였지만 지금은 500원이다. 물가상승률을 감안하면 큰 차이가 아닌지도 모른다.
설씨는 “오락실이 사라진 것은 PC방과 스마트폰의 등장뿐만 아니라 환경 탓도 크다”며 “담배 연기가 자욱하고 어른들이 모여 사행성 게임을 하기도 해 오래갈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래서 옥인오락실을 아이들과 여성들이 마음 놓고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었다. 그는 “동네 오락실이 다시 부활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층이 많은 홍대입구, 신촌 등지에도 다시 오락실이 늘어나고 있다. 술집과 식당이 많은 번화가여서 대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도 자주 찾는 장소다. 신촌 명물거리에 있는 ‘짱오락실’은 요즘 신촌 아케이드게임 ‘성지’로 불린다. 주이용층에 따라 구역을 분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인형뽑기 등 라이트 유저들을 위한 시설은 모두 1층에 있다. 한 층 내려가면 아케이드게임 ‘마니아’들을 위한 공간이 나온다. 20년 전 100원짜리 동전을 넣으면서 즐겼던 고전 게임부터 최신 게임까지 즐길 수 있다.
복고 열풍에 아케이드게임이 다시 관심을 받으면서 공간도 변하고 있다. 과거 탁한 공기와 어두침침한 분위기는 사라졌다. 누구나 거부감 없이 추억의 게임을 즐기는 복합 엔터테인먼트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