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폭로도 범죄"… 미투 막는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논란 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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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투 운동 확산
2차 피해 키우는 현행법
피해자 위축시키는 '사실적시…'
공익 목적 폭로 경우만 인정
허위사실 아닌 진실 말해도
내용 따라 명예훼손죄 처벌
판사 재량에 유·무죄 의존
"무분별 폭로 곤란" 목소리도
사적인 복수 남발 땐
선의의 피해자 양산 우려도
전면폐지 대신 형량 완화 필요
2차 피해 키우는 현행법
피해자 위축시키는 '사실적시…'
공익 목적 폭로 경우만 인정
허위사실 아닌 진실 말해도
내용 따라 명예훼손죄 처벌
판사 재량에 유·무죄 의존
"무분별 폭로 곤란" 목소리도
사적인 복수 남발 땐
선의의 피해자 양산 우려도
전면폐지 대신 형량 완화 필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선언의 파장이 확대되면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를 둘러싼 논란이 부상하고 있다. 허위 사실이 아닌, 사실을 폭로해도 명예훼손죄로 처벌받을 때가 적지 않아서다. 폭로가 사실이라도 ‘오로지 공익’을 위한 행동이어야 명예훼손을 피해갈 수 있다. 무분별한 폭로를 통한 ‘사적인 복수’는 법치주의와 사회정의 차원에서 부작용이 더 크다는 게 형법의 정신이다. 사실적시 명예훼손죄의 존재는 부조리를 고발하는 폭로자들에게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게시판에도 개선 청원이 올라 있다.
◆‘사실’을 폭로해도 명예훼손 면책 안돼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허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에 대한 여배우들의 폭로로 ‘미투’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당시 국내에서도 일부 시인 등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하지만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다. 폭로에 참여한 여성 일부는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에게서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다. 경찰과 검찰 등을 수차례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폭로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국내 미투운동의 도화선이 된 서지현 검사 역시 한 방송 인터뷰에서 “명예훼손 피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법 307조는 거짓말뿐 아니라 사실을 적시했을 때도 명예훼손 여부를 따진다. 명예훼손이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금고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김영미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벌금형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벌금 액수보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조사받으러 다니며 ‘2차 피해’를 입는 것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맞고소’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큰 각오를 해야 신고가 가능하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가해자가 ‘네가 신고하면 나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신고율이 전체의 10% 선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이다.
◆“폐지해야” vs “사적 복수 부작용”
형법은 폭로가 사실이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결국은 공익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문제는 폭로가 공익으로 인정받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서 해고된 경리직원이 사장의 언어학대 사실 등을 A4 용지에 적어 다른 직원들에게 배포한 데 대해 법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오로지 공익’이라는 조문에 얽매여 가해자의 명예를 과보호하고 있다”며 “사익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공익이 아니기에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는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사실일 경우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15년 한국에 폐지를 권고해와 정부는 내년까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달 초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올라와 1만8362명(22일 오후 9시 기준)이 동의한 상태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위헌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수다.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변호사의 49.9%가 폐지에 찬성했지만, 유지 의견도 33.2%에 달했다. 16.4%는 벌금형만 남기는 식으로 보완하자는 견해를 내놨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성범죄 가해자에게 책임을 엄하게 묻는 것과 별개로 무분별한 폭로를 통해 사회적 매장 등 사적인 복수를 권장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현행법상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해당 범죄에 대해 최고 징역 2년 또는 500만원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다. 다만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표현’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법원의 공공 이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사실’을 폭로해도 명예훼손 면책 안돼
지난해 10월 미국 할리우드의 거물 영화제작자 허비 웨인스타인의 성추행에 대한 여배우들의 폭로로 ‘미투’ 캠페인이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당시 국내에서도 일부 시인 등 문단 내 성폭력 가해자에 대한 폭로가 나왔다. 하지만 제대로 공론화되지 않았다. 폭로에 참여한 여성 일부는 가해자로 지목한 남성에게서 오히려 명예훼손죄로 고소당했다. 경찰과 검찰 등을 수차례 오가며 조사를 받았다. 그 과정에서 폭로 열기는 사그라들었다.
국내 미투운동의 도화선이 된 서지현 검사 역시 한 방송 인터뷰에서 “명예훼손 피소를 각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법 307조는 거짓말뿐 아니라 사실을 적시했을 때도 명예훼손 여부를 따진다. 명예훼손이 인정되면 2년 이하의 징역·금고 혹은 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김영미 한국성폭력위기센터 이사는 “성범죄 피해자들이 가해자로부터 ‘사실적시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해 벌금형을 받은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했다. 벌금 액수보다 성범죄 피해자들이 조사받으러 다니며 ‘2차 피해’를 입는 것이 더 문제라고 덧붙였다.
‘맞고소’에 부담을 느끼다 보니 큰 각오를 해야 신고가 가능하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가해자가 ‘네가 신고하면 나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성폭행 사건 피해자의 신고율이 전체의 10% 선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되는 배경이다.
◆“폐지해야” vs “사적 복수 부작용”
형법은 폭로가 사실이면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결국은 공익에 대한 판단의 문제다. 문제는 폭로가 공익으로 인정받기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중소기업에서 해고된 경리직원이 사장의 언어학대 사실 등을 A4 용지에 적어 다른 직원들에게 배포한 데 대해 법원은 ‘사실적시 명예훼손죄’라는 판단을 내리기도 했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법원이 ‘오로지 공익’이라는 조문에 얽매여 가해자의 명예를 과보호하고 있다”며 “사익이 조금이라도 개입되면 공익이 아니기에 처벌해야 한다는 논리는 비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프랑스 독일 등 상당수 선진국에서는 사실일 경우 명예훼손죄를 인정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정치적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취지에서다.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가 2015년 한국에 폐지를 권고해와 정부는 내년까지 의견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이런 사정 때문에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폐지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온다. 이달 초에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관련 청원이 올라와 1만8362명(22일 오후 9시 기준)이 동의한 상태다. 시민단체 오픈넷은 위헌소송 제기를 검토 중이고,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폐지하는 내용의 형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전면 폐지에 반대하는 목소리도 상당수다. 2016년 서울지방변호사회의 설문조사에서는 응답 변호사의 49.9%가 폐지에 찬성했지만, 유지 의견도 33.2%에 달했다. 16.4%는 벌금형만 남기는 식으로 보완하자는 견해를 내놨다. 한 형사 전문 변호사는 “성범죄 가해자에게 책임을 엄하게 묻는 것과 별개로 무분별한 폭로를 통해 사회적 매장 등 사적인 복수를 권장하는 데는 신중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현행법상 허위가 아닌 사실을 말해도 명예훼손죄의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재판부는 해당 범죄에 대해 최고 징역 2년 또는 500만원의 벌금형 선고가 가능하다. 다만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표현’이라면 처벌을 피할 수 있다. 그래서 법원의 공공 이익에 대한 판단에 따라 처벌 여부가 갈린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