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해외체류 당시 전화로 투자 권유…자본시장법상 설명의무 위반
"그동안 법원 판결 피고측에 유리" VS "친인척 특수상황 감안한 것"
동양사태 피해액 중 76%인 1.3조 회수…피해자 소송 마무리 단계
대법원 3부(주심 김창석 대법관)는 3일 ‘동양사태’ 피해자 손모씨가 유안타증권(구 동양증권)과 소속 직원 윤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에게 손해액의 60%인 1800여만원을 배상하라”는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기존 불완전판매에 따른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소송 배상율이 20%대를 보인 것에 비하면 3배 가량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분석이다.
손씨는 친인척 관계인 윤씨의 권유로 2013년 8월13일 동양인터내셔널의 전자단기사채에 5000만원을 투자했다. 윤씨는 손씨가 해외 체류하던 당시(13일) 전화를 걸어 투자를 안내했고 이후 친필 서명을 받아 계약을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같은해 10월 동양인터내셔널은 동양그룹 계열사의 부실 위험이 전이되면서 회생절차에 들어갔고 손씨가 매입한 사채는 부도처리됐다. 손씨는 손실된 투자원금에 대해 배상하라며 윤씨와 당시 동양증권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피고들이 적극적인 기망(속임)행위를 했다고는 보지 않았지만 설명의무를 위반했다며 동양증권 측의 배상책임을 인정했다. 2심 재판부는 “피고들은 2013년 8월19일 이전에는 동양인터내셔널의 기업어음 및 회사채에 관해 위 발행회사가 부도 위기에 처해 상환되지 못할 것을 알 수 없었다”면서도 “금융상품의 위험성이 높은 경우 금융투자업자는 그 위험성에 관해 더욱 상세하게 고객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다”고 지적했다. 자본시장법 제47조는 증권사 등 금융투자업자의 설명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법조계에선 사기성 CP발행으로 판명난 2013년 8월20일 이전에 발행한 채권에 대해서도 이례적으로 높은 배상율이 나왔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그동안 법원은 2013년 8월20일 이후에 발행한 채권에 대해서만 ‘사기’라고 보고 손해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위기에 직면한 동양그룹이 계열사 매각을 통한 회생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인지한 시점이 그 해 8월19일(내부 임원회의)이었기 때문이다. 손씨의 소송 대리를 맡은 법무법인 대호의 이성우 변호사는 이번 판결에 대해 “사기혐의가 아닌 불완전판매로도 충분한 배상을 받을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대성 동양그룹 채권자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그동안 김앤장 등 막강한 로펌을 동원해온 피고측에 법원이 지나치게 유리한 판결을 내렸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피고측을 대리한 김앤장법률사무소는 이번 판결이 다른 동양사태 관련 판결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배상율이 60%나 높게 나온 것은 원고와 피고측이 친인척간인 특수한 상황을 감안한 것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동양사태는 2013년 현재현 당시 동양그룹 회장이 경영권 유지를 목적으로 부실 계열사 회사채와 CP를 판매해 투자자들이 대규모 피해를 입은 사건이다. 2013년 동양그룹의 법정관리 신청 당시 투자자들의 피해는 1조7000억원으로 집계됐지만 현재 76%인 1조3000억원이 회수됐다. 1조2400억원은 동양시멘트(삼표시멘트에 인수), ㈜동양(유진기업에 인수), 동양파워(포스코에 인수) 등 계열사가 비싼 값에 팔려나가면서 회수됐다.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으로 600억원이 지급됐다. 현재 민사 소송은 10여건이 남아있다. 유안타증권 관계자는 “현재 피해자 소송은 거의 마무리단계”라고 말했다.
신연수/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