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남석(왼쪽), 김기영
유남석(왼쪽), 김기영
신임 헌법재판소장으로 법원 내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던 우리법연구회(우리법) 출신인 유남석 헌법재판관이 지명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에 이어 헌재 소장까지 사법부의 양대 수장이 모두 우리법 출신으로 채워져 보수색이 짙었던 사법부 주류가 진보 성향으로 바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코드 인사’로 인한 사법부의 급격한 ‘좌회전’을 우려하는 시선도 만만찮다.

◆‘진보 색채’ 더하는 헌재

청와대는 문재인 대통령이 다음달 19일 임기가 끝나는 이진성 헌재 소장 후임으로 유 재판관을 지명했다고 29일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실력과 인품에 대해 두루 높은 평가를 받는 유 재판관은 9월에 새로 임명될 5명의 헌재 재판관과 함께 새로운 미래 30년을 시작할 헌재를 안정으로 이끌 적임자”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도 이날 국회 선출 몫 헌법재판관 후보로 김기영 서울동부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50·22기)를 추천하기로 했다. 김 판사는 1996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20여 년간 법관으로 재직했다.

사법 양대수장 '우리법' 출신… '좌편향' 예고
유 헌재 소장 후보자는 경기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으며 사법연수원을 13기로 수료했다. 서울민사지법 판사로 부임해 헌재 헌법연구관과 서울지법 부장판사, 서울북부지법원장, 광주고법원장 등을 지냈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관으로 임명돼 임기는 2023년 11월까지다.

대통령과 국회의장, 대법원장에 이어 국가 의전서열 4위인 헌재 소장은 대통령이 재판관 9명 중에서 임명한다. 재판관과 달리 소장은 국회 동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법조계에선 현 재판관 중 가장 최근 임명된 유 후보자가 신임 소장으로 지명된 것은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온다.

유 후보자는 이날 “헌재 설립 30주년이 되는 해에 소장으로 지명돼 막중한 책임을 느낀다”며 “성실히 준비해 국회 청문회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사법 양대산맥’이 우리법 출신

유 후보자는 우리법 창립을 주도한 인물로 진보 색채가 강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해 11월 헌법재판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선 사형제, 양심적 병역거부, 낙태죄, 동성혼 등 인권 이슈에 대해 진보적인 성향을 숨기지 않았다. 당시 유 후보자는 낙태죄 폐지에 대해 “임신 초기 단계에서 원하지 않는 임신을 한 여성의 자기결정권도 존중돼야 한다”며 “의사의 상담을 전제로 한 사회경제적 요인으로 인한 낙태는 어느 정도 허용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소신을 밝혔다.

우리법 회장 출신인 김 대법원장이 이끄는 대법원에 이어 헌재의 수장까지 우리법 출신으로 꾸려지며 사법부의 ‘좌편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헌재 소장은 헌재의 결정에 한 표 이상의 영향력을 갖는다”며 “비공개로 이뤄지는 재판관 평의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헌재의 진보 색채는 갈수록 짙어질 전망이다. 김 대법원장은 다음달 19일 퇴임하는 이 소장과 김창종 헌법재판관 후임자로 이석태 변호사와 이은애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직무대리를 지명했다. 이 변호사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 출신으로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다. 이 후보는 대법원 산하 젠더법연구회 출신으로 여성 문제에 꾸준히 관심을 가져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추천으로 임명돼 같은 날 퇴임하는 김이수·안창호·강일원 재판관 자리 중 2석도 여당 몫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

신연수/고윤상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