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미필 무직도 외제차 전액할부"…2030 노리는 중고차 고금리대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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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팀리포트
"작년 중고차 대출 규모는 7조2000억원...모기지 사태 우려도"
"작년 중고차 대출 규모는 7조2000억원...모기지 사태 우려도"
다른 업체에서 대출이 안되는 20대 군미필 고객님을 당일한도 2700만원까지 ‘만들어’드렸습니다. 차는 아우디 S4로 뽑아가셨고요.”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 같은 중고자동차 판매 홍보글이 올라왔다. 최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와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이런 식으로 신용이 낮은 소비자도 중고 외제차를 전액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는 홍보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주로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내용이다. 그러나 중고차 판매상들이 대부분 금리가 높은 캐피탈·대부업체 자동차 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젊은이들이 고금리 대출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제차 저렴하게 판다더니
SNS 등 온라인에서 상환능력이 취약한 젊은층에게 중고차를 담보로 할부금융·대출을 받도록 영업하는 중고차 판매상이 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는 지적이다. 중고차 판매상이 대출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중고차 전시장으로 소비자를 부른 뒤 대출계약에 사인하게 하는 등 신종 사기수법도 등장했다.
13일 기준 페이스북에는 중고차 전액할부 홍보를 하는 페이지(페이스북 내 개설한 홈페이지)만 110개 가량 올라와있다. 이들 판매자들은 신용 7~8등급, 군미필, 무직자 등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비자들도 전액 할부로 중고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생활비 등으로 쓸 수 있는 ‘여유자금’까지 빌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최근 “고급 외제차를 중고로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며 소비자를 꾀어내 고금리 대출을 받게 유도하고, 소유권만 넘겨준 뒤 자동차는 넘겨주지 않는 등 사기 민원을 접수했다. 이 중 일부는 넘겨주지 않은 자동차를 해체한 뒤 중동에 부품으로 수출했다. 이들은 소유권을 이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를 안심시켰다고 금감원 측은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상들이 한도를 ‘만들어’주고, 여유자금을 ‘지원해준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직업 등을 허위로 작성하는 식으로 대출 요건을 조작해 고금리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조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넘겨받았을지라도 3개월 이상 할부금을 갚지 못하면 차는 압류된다. 애초에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이 대출금을 잘 갚을 수 있을리 없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차량을 압류한 뒤에는 제 3자에게 대포차로 판매하는 수법으로 판매상은 또다시 이익을 취한다.
◆차보다 대출판매 목적
중고차 판매상들이 중고차 담보 금융상품 영업에 혈안인 까닭은 수익성에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파주에서 10년 이상 중고차 판매업체를 운영해온 김모씨는 “중고차 판매보다 캐피탈이 돈이 된다”며 “40~50대 소비자 중 외제차를 살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보유하고 있어 아직 차가 없는 20~30대를 겨냥하는 딜러들이 많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동차 딜러가 받을 수 있는 캐피탈 상품 판매 수수료는 현행법 상 5%가 상한선이다. 하지만 ‘설정대행 수수료’ 등 실제로는 소비자가 납부할 의무가 없는 수수료를 추가로 받아내는 등 딜러 양심에 따라 얼마든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다.
판매금을 부풀려 대출 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수법이 동원된다. 대표적인 게 ‘계약빵’이다. 고가 외제차를 반값에 판매한다며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린 뒤 소비자가 계약하려고 하면 이미 자동차가 판매됐다는 등 둘러대고 다른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인해 계약금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일단 계약하고 나면 추가요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판매금을 높인다. 이 때 소비자가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면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받도록 유도한다. 작년 인천지방법원은 이런 방식으로 시세보다 500만~3000만원가량 높게 중고차를 판매하고, 고금리 대출상품을 판매한 업체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밖에도 중고차 딜러가 대출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상담할 때 안내했던 것보다 더 높은 금리에 대출계약을 맺는 등 사기도 빈번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아예 중고차 판매상이 대부업을 겸하기도 한다. 김 씨는 “경기 부천이나 인천 대규모 중고차 판매단지에 가보면 간판은 중고차 판매로 달아놓고 안에서는 대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제 2 금융권 신용조회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용도가 떨어지는 것을 악용해 수차례 신용을 조회한 뒤 신용도가 떨어지면 사채를 받도록 유도하는 업자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제2의 모기지사태 될수도
신종사기도 등장했다. 아우디 BMW 등 중고 외제차를 3개월 간 무료로 시승하게 해준다며 유인해 대출계약서에 사인하게 하는 수법이다. 페이스북 등에서 무료시승 이벤트라며 홍보게시물을 올린 뒤 소비자가 연락해오면 “당첨됐다”고 연락한다. 중고차 판매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보증금 명목으로 2000만~3000만원을 내야 하니 캐피탈 대출을 받으라고 유도한다. 자동차 명의도 이전해준다. 사실상 중고차 판매계약인 것. 약속된 3개월이 지난 뒤 소비자가 차를 반납하러 찾아와도 “시세가 바뀌었다”며 낮은 가격에 재매입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 차액과 높은 이자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된다. 심지어 재매입도 하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판매자들도 있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최근 이런 피해를 입었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젊은층을 노리는 중고차 담보 금융이 최악의 경우 경제 위기까지 불러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층이 고금리 대출에 빠져 순차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하면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작년부터 중고자동차 담보대출 건전성이 떨어지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경고했다. 작년 중고차 대출 규모는 7조2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판매자가 가명을 쓰고,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다수 판매상들이 온라인에 올린 게시글에는 업체명이나 주소는 드러나있지 않고, 따로 판매자 핸드폰 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상담받으라고만 나와있다. 또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는 계약서가 존재하는 이상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과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서를 이미 써버린 뒤에는 다시 되돌리기 힘드니 함부로 계약해선 안된다”며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판매자는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
이달 초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페이스북에 이 같은 중고자동차 판매 홍보글이 올라왔다. 최근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와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이런 식으로 신용이 낮은 소비자도 중고 외제차를 전액 할부로 구매할 수 있다는 홍보 게시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주로 20~30대 소비자를 겨냥한 내용이다. 그러나 중고차 판매상들이 대부분 금리가 높은 캐피탈·대부업체 자동차 담보대출 상품을 판매하는 데 열을 올리면서 젊은이들이 고금리 대출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외제차 저렴하게 판다더니
SNS 등 온라인에서 상환능력이 취약한 젊은층에게 중고차를 담보로 할부금융·대출을 받도록 영업하는 중고차 판매상이 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는 지적이다. 중고차 판매상이 대출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이벤트에 당첨됐다며 중고차 전시장으로 소비자를 부른 뒤 대출계약에 사인하게 하는 등 신종 사기수법도 등장했다.
13일 기준 페이스북에는 중고차 전액할부 홍보를 하는 페이지(페이스북 내 개설한 홈페이지)만 110개 가량 올라와있다. 이들 판매자들은 신용 7~8등급, 군미필, 무직자 등 금융권에서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소비자들도 전액 할부로 중고 외제차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게시글을 올리고 있다. 여기에 생활비 등으로 쓸 수 있는 ‘여유자금’까지 빌릴 수 있다며 소비자들을 현혹한다.
금융감독원에서는 최근 “고급 외제차를 중고로 저렴하게 판매하겠다”며 소비자를 꾀어내 고금리 대출을 받게 유도하고, 소유권만 넘겨준 뒤 자동차는 넘겨주지 않는 등 사기 민원을 접수했다. 이 중 일부는 넘겨주지 않은 자동차를 해체한 뒤 중동에 부품으로 수출했다. 이들은 소유권을 이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소비자를 안심시켰다고 금감원 측은 말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중고차 판매상들이 한도를 ‘만들어’주고, 여유자금을 ‘지원해준다’는 표현을 쓰고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직업 등을 허위로 작성하는 식으로 대출 요건을 조작해 고금리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조심해야한다”고 당부했다.
자동차를 정상적으로 넘겨받았을지라도 3개월 이상 할부금을 갚지 못하면 차는 압류된다. 애초에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이 대출금을 잘 갚을 수 있을리 없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차량을 압류한 뒤에는 제 3자에게 대포차로 판매하는 수법으로 판매상은 또다시 이익을 취한다.
◆차보다 대출판매 목적
중고차 판매상들이 중고차 담보 금융상품 영업에 혈안인 까닭은 수익성에 있다는 설명이다. 경기 파주에서 10년 이상 중고차 판매업체를 운영해온 김모씨는 “중고차 판매보다 캐피탈이 돈이 된다”며 “40~50대 소비자 중 외제차를 살 만한 사람들은 이미 다 보유하고 있어 아직 차가 없는 20~30대를 겨냥하는 딜러들이 많은 것”이라고 귀띔했다. 자동차 딜러가 받을 수 있는 캐피탈 상품 판매 수수료는 현행법 상 5%가 상한선이다. 하지만 ‘설정대행 수수료’ 등 실제로는 소비자가 납부할 의무가 없는 수수료를 추가로 받아내는 등 딜러 양심에 따라 얼마든지 이익을 취할 수 있는 구조다.
판매금을 부풀려 대출 수수료를 높이기 위해 여러가지 수법이 동원된다. 대표적인 게 ‘계약빵’이다. 고가 외제차를 반값에 판매한다며 인터넷에 허위매물을 올린 뒤 소비자가 계약하려고 하면 이미 자동차가 판매됐다는 등 둘러대고 다른 차량을 구매하도록 유인해 계약금을 받아내는 방식이다. 일단 계약하고 나면 추가요금을 내라고 요구하는 식으로 판매금을 높인다. 이 때 소비자가 자금이 부족하다고 하면 자동차를 담보로 대출받도록 유도한다. 작년 인천지방법원은 이런 방식으로 시세보다 500만~3000만원가량 높게 중고차를 판매하고, 고금리 대출상품을 판매한 업체 대표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밖에도 중고차 딜러가 대출금을 중간에서 가로채거나, 상담할 때 안내했던 것보다 더 높은 금리에 대출계약을 맺는 등 사기도 빈번한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아예 중고차 판매상이 대부업을 겸하기도 한다. 김 씨는 “경기 부천이나 인천 대규모 중고차 판매단지에 가보면 간판은 중고차 판매로 달아놓고 안에서는 대부업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제 2 금융권 신용조회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용도가 떨어지는 것을 악용해 수차례 신용을 조회한 뒤 신용도가 떨어지면 사채를 받도록 유도하는 업자들도 있다는 전언이다.
◆제2의 모기지사태 될수도
신종사기도 등장했다. 아우디 BMW 등 중고 외제차를 3개월 간 무료로 시승하게 해준다며 유인해 대출계약서에 사인하게 하는 수법이다. 페이스북 등에서 무료시승 이벤트라며 홍보게시물을 올린 뒤 소비자가 연락해오면 “당첨됐다”고 연락한다. 중고차 판매장으로 소비자를 끌어들인 뒤 보증금 명목으로 2000만~3000만원을 내야 하니 캐피탈 대출을 받으라고 유도한다. 자동차 명의도 이전해준다. 사실상 중고차 판매계약인 것. 약속된 3개월이 지난 뒤 소비자가 차를 반납하러 찾아와도 “시세가 바뀌었다”며 낮은 가격에 재매입한다. 이 과정에서 보증금 차액과 높은 이자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 된다. 심지어 재매입도 하지 않고 잠적해버리는 판매자들도 있다.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등에는 최근 이런 피해를 입었다는 게시글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젊은층을 노리는 중고차 담보 금융이 최악의 경우 경제 위기까지 불러오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앞으로 국가 경제를 이끌어가야 할 젊은층이 고금리 대출에 빠져 순차적으로 파산하기 시작하면 큰 위험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기업평가도 작년부터 중고자동차 담보대출 건전성이 떨어지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고 경고했다. 작년 중고차 대출 규모는 7조2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금감원은 파악하고 있다.
그러나 단속이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판매자가 가명을 쓰고, 업체명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다. 대다수 판매상들이 온라인에 올린 게시글에는 업체명이나 주소는 드러나있지 않고, 따로 판매자 핸드폰 번호나 카카오톡 아이디를 통해 상담받으라고만 나와있다. 또 금융상품 불완전판매는 계약서가 존재하는 이상 적발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게 금융당국과 경찰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계약서를 이미 써버린 뒤에는 다시 되돌리기 힘드니 함부로 계약해선 안된다”며 “시세보다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판매자는 의심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