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호영 前 주미 대사 "외교에 선입견은 금물… '영원한 내 편' 없어"
“외교는 모든 걸 객관적으로 보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영원한 내 편’은 없습니다. 가능한 한 선입견에서 벗어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약 40년간 직업 외교관으로 일한 안호영 북한대학원대 총장(사진)은 최근 서울 삼청동 북한대학원대 총장실에서 기자와 만나 “외교관에겐 ‘내가 저 입장이라면 어떨까’란 사고방식이 언제나 필요하다”며 “외교 관계를 굳건히 유지하려면 서로의 행동 동기를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 총장은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외무고시 11회로 1979년 외무부(현 외교부)에 들어간 뒤 통상 3과장, 다자통상국장, 통상교섭조정관, 1차관 등 통상분야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13년 6월~2017년 10월 주미 대사로 근무했고 올 1월 퇴임 후 경남대 석좌교수를 지내다가 이달 초 북한·통일분야 교육기관인 북한대학원대 제7대 총장에 취임했다.

“뭔가 세상에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으로 외교관이 됐는데 정부를 떠나게 되니 새삼 젊은 날의 초심이 떠올랐습니다. 또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에 대해 공부하게 됐고, 보다 체계적으로 북한을 연구할 수 있는 계기가 되겠다 싶어 총장직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안 총장은 1990년대 초반 북한 핵문제가 우리 외교의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던 시기에 주미 대사관 정치·군사담당관으로 근무하면서 북한에 각별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급격하게 고도화된 시기에 주미 대사로 재직했다. 안 총장의 주미 대사 재임 전후 북한 핵실험이 네 번이나 터졌다. 취임 두 달 전인 2013년 2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했고, 2016년 1월과 9월에 각각 4차, 5차 핵실험을 강행했다. 대사 퇴임 한 달 전인 지난해 9월엔 6차 핵실험을 했다.

“부임하기 전엔 뭘 해야 할까 고민했는데 제일 먼저 떠오른 게 미국 최상층부가 북핵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하는 일이었습니다. 당시 버락 오바마 정부에선 이른바 ‘전략적 인내’라고 불릴 정도로 북핵 문제에 대한 우선순위가 높지 않았거든요. 처음엔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대세가 바뀌었습니다.”

안 총장은 “2016년을 기점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 결의안과 미국의 독자적 대북 제재가 본격적으로 틀이 잡혔다”며 “석탄 등 품목별 제재를 도입함으로써 제재 효과를 높일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와 북핵 우려는 연속적으로 이어져 왔다”며 “완전한 비핵화만이 궁극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안 총장은 주요 외교 현안에 대해선 “그런 말을 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언급을 자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해서는 “가끔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하지만 직관적 감각과 수사어 구사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며 “스스로의 결정에 따라 조직을 이끌어 가는 능력이 아주 탄탄하다”고 평가했다.

글=이미아/사진=강은구 기자 mi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