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일쌤의 서양철학 여행 (55)] 토머스 쿤 '과학혁명의 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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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다임 변하면 과학도 혁명적으로 바뀐다" 주장
하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건 '함정'이죠
하나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려는 건 '함정'이죠
과학철학자 토머스 쿤
패러다임이란 원래 사물의 현상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생각의 틀, 또는 사물을 보는 방식을 뜻하는 그리스어 ‘파라데이그마’라는 말에서 유래하였지만, 쿤의 영향으로 요즈음은 과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특정 시대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가리킬 때도 이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은 사물을 보는 방식 또는 문제의 인식과 해법에 관한 특정 시대의 과학자 집단의 공통된 이해를 가리킨다. 어떤 영역 전문가들의 공동체를 지배하고 그 구성원 사이에 공유되는 사물을 보는 방법, 문제를 삼는 방법, 문제를 푸는 방법을 말한다. 쿤이 말하는 과학 혁명이란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패러다임의 변화
쿤은 어떤 근거로 과학의 변화는 혁명적이라고 주장했는가? 쿤이 과학의 변화에 혁명이라는 정치적 비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과학의 변화에서도 정치에서 말하는 혁명과 같은 현상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혁명이라는 말은 ‘갑작스럽고 급격하고 완전한 변화’를 의미하며, 따라서 과거와의 단절을 뜻하는 정치적 용어로서 점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개량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예컨대 고려 말 온건 개혁파인 정몽주와 같이 당시 사회의 문제와 혼란은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판단해 고려를 무너뜨리지 않고 제도를 바꿔 개혁하자는 입장이 ‘개량’이라면, ‘혁명’은 급진개혁파인 정도전 같은 이의 견해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를 세워 나라 자체를 바꿔버리자는 입장이다.
‘점진적 개량이냐, 단절적 혁명이냐’의 문제는 역사적 변혁기 사람들에게만 놓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철학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많은 논쟁을 벌여 왔다. 과학의 발전이 완벽한 진리를 향해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접근한다는 카를 포퍼의 견해가 개량의 입장이라면, 과학의 변화는 패러다임 사이의 전환이므로 불연속적이라는 쿤의 주장은 혁명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과학의 변화에서 혁명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해 쿤이 제시하는 개념이 공약 불가능성이다. 공약 불가능성이란 두 패러다임을 평가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쿤에 따르면 서로 다른 패러다임 안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주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도 다르며, 동일한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서로 다른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쿤이 보기에 과학혁명에는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 ‘구조’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예컨대 우산의 구조를 살펴보자. 물론 우산은 비를 막는 데 사용하는 것이지만, 넓게 보면 햇빛을 가리는 양산이나 해변의 비치파라솔도 우산에 포함된다. 우산은 종류나 기능에서도 다양하며 그것의 재질이나 모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그 구조를 보면 어떤 종류의 우산이든지 한 우산은 가운데 우산대가 있고, 여러 개의 가는 살이 있으며, 그 위에 천이 덮여 있고, 살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쿤에 따르면 코페르니쿠스 혁명, 뉴턴의 혁명, 아인슈타인의 혁명을 비롯하여 수많은 다양한 과학혁명 속에도 단순한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를 변증법으로 설명했다. 어느 한 과학이 체계를 잡기 전 전과학의 단계에서 기득권을 잡은 과학이 정상과학이 된다. 정상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과학이 등장한다. 즉, 정상과학(정)-위기(반)-새로운 과학(합)의 구조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론도 영원히 완벽하지 않은 한 또 다른 위기에 의해 새로운 과학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패러다임에 의문을
이런 과학혁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하나의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패러다임의 함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한 가지 패러다임으로만 모든 것을 인식하고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안에 살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내가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기억해주세요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를 변증법으로 설명했다. 어느 한 과학이 체계를 잡기 전 전과학의 단계에서 기득권을 잡은 과학이 정상과학이 된다. 정상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과학이 등장한다. 즉, 정상과학(정)-위기(반)-새로운 과학(합)의 구조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론도 영원히 완벽하지 않은 한 또 다른 위기에 의해 새로운 과학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홍일 < 서울국제고 교사 >
패러다임이란 원래 사물의 현상을 이해하거나 설명하는 생각의 틀, 또는 사물을 보는 방식을 뜻하는 그리스어 ‘파라데이그마’라는 말에서 유래하였지만, 쿤의 영향으로 요즈음은 과학 분야에서뿐만 아니라 문화, 예술, 정치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특정 시대와 공간에 있는 사람들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는 가치관을 가리킬 때도 이 말을 사용한다. 그러나 쿤이 말하는 패러다임은 사물을 보는 방식 또는 문제의 인식과 해법에 관한 특정 시대의 과학자 집단의 공통된 이해를 가리킨다. 어떤 영역 전문가들의 공동체를 지배하고 그 구성원 사이에 공유되는 사물을 보는 방법, 문제를 삼는 방법, 문제를 푸는 방법을 말한다. 쿤이 말하는 과학 혁명이란 이와 같은 패러다임의 변화를 의미한다. 패러다임의 변화
쿤은 어떤 근거로 과학의 변화는 혁명적이라고 주장했는가? 쿤이 과학의 변화에 혁명이라는 정치적 비유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과학의 변화에서도 정치에서 말하는 혁명과 같은 현상이 있음을 드러내고자 함이다. 혁명이라는 말은 ‘갑작스럽고 급격하고 완전한 변화’를 의미하며, 따라서 과거와의 단절을 뜻하는 정치적 용어로서 점진적인 변화를 의미하는 개량과 대비되는 개념이다. 예컨대 고려 말 온건 개혁파인 정몽주와 같이 당시 사회의 문제와 혼란은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라고 판단해 고려를 무너뜨리지 않고 제도를 바꿔 개혁하자는 입장이 ‘개량’이라면, ‘혁명’은 급진개혁파인 정도전 같은 이의 견해로 고려를 무너뜨리고 새 왕조를 세워 나라 자체를 바꿔버리자는 입장이다.
‘점진적 개량이냐, 단절적 혁명이냐’의 문제는 역사적 변혁기 사람들에게만 놓인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과학철학에서도 이 문제를 두고 많은 논쟁을 벌여 왔다. 과학의 발전이 완벽한 진리를 향해 한 단계씩 점진적으로 접근한다는 카를 포퍼의 견해가 개량의 입장이라면, 과학의 변화는 패러다임 사이의 전환이므로 불연속적이라는 쿤의 주장은 혁명의 입장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과학의 변화에서 혁명의 성격을 잘 드러내기 위해 쿤이 제시하는 개념이 공약 불가능성이다. 공약 불가능성이란 두 패러다임을 평가할 수 있는 공통의 기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쿤에 따르면 서로 다른 패러다임 안에서 연구하는 사람들은 우주를 다른 시각으로 보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무엇인가에 대한 의견도 다르며, 동일한 개념의 용어를 사용하더라도 서로 다른 의미를 나타내기 때문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하다고 한다.
그런데 쿤이 보기에 과학혁명에는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 ‘구조’라는 말의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 예컨대 우산의 구조를 살펴보자. 물론 우산은 비를 막는 데 사용하는 것이지만, 넓게 보면 햇빛을 가리는 양산이나 해변의 비치파라솔도 우산에 포함된다. 우산은 종류나 기능에서도 다양하며 그것의 재질이나 모양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그 구조를 보면 어떤 종류의 우산이든지 한 우산은 가운데 우산대가 있고, 여러 개의 가는 살이 있으며, 그 위에 천이 덮여 있고, 살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니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쿤에 따르면 코페르니쿠스 혁명, 뉴턴의 혁명, 아인슈타인의 혁명을 비롯하여 수많은 다양한 과학혁명 속에도 단순한 구조가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다.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를 변증법으로 설명했다. 어느 한 과학이 체계를 잡기 전 전과학의 단계에서 기득권을 잡은 과학이 정상과학이 된다. 정상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과학이 등장한다. 즉, 정상과학(정)-위기(반)-새로운 과학(합)의 구조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론도 영원히 완벽하지 않은 한 또 다른 위기에 의해 새로운 과학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패러다임에 의문을
이런 과학혁명의 역사를 돌아보면 하나의 방식으로만 세상을 보고 이해하는 것은 패러다임의 함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한 가지 패러다임으로만 모든 것을 인식하고 해결하려 하기 때문에 다른 것은 생각하지 못하게 되기 때문이다. 패러다임 안에 살고 있다는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패러다임에 의문을 제기해보는 시도가 필요하다. 내가 지금 아무 문제가 없다고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 기억해주세요
쿤은 과학혁명의 구조를 변증법으로 설명했다. 어느 한 과학이 체계를 잡기 전 전과학의 단계에서 기득권을 잡은 과학이 정상과학이 된다. 정상과학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과학이 등장한다. 즉, 정상과학(정)-위기(반)-새로운 과학(합)의 구조가 성립되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이론도 영원히 완벽하지 않은 한 또 다른 위기에 의해 새로운 과학으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김홍일 < 서울국제고 교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