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억선에 거래' 개인택시 면허, 20%만 사들여도 예산 1兆 드는데…
정부가 법인택시의 완전 월급제를 도입하고, 고령자의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해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택시산업의 체질을 바꿔 낙후된 서비스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카카오가 카풀 서비스 도입에 나선 것을 계기로 악화되고 있는 택시업계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사납금 폐지해야 서비스 개선 가능”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에서 택시기사 27만 명이 25만2711대(면허 기준)의 택시를 운행 중이다. 국토부는 국내 택시산업 전체 연매출(총수입)을 8조~9조원가량으로 추산하고 있다. 개인택시의 수입 규모가 파악되지 않고 법인택시도 사납금제로 전체 수입 규모를 정확히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택시산업은 대중교통 전체에서 수송 분담률은 떨어지고 있고 택시업계 매출도 정체돼 있다.

서울택시정보시스템(STIS)을 운영하는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시 택시업계의 연매출은 2015년 3조4107억원에서 지난해 3조4052억원으로 정체됐다. 올 3분기까지 2조5246억원으로 연간 기준 전년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 감소는 택시기사들의 수입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서비스 악화로 귀결되는 구조적인 문제를 겪고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정부가 법인택시의 완전 월급제 카드를 꺼내든 것은 택시기사의 처우 개선과 택시회사의 경영개선을 위해 사납금제 폐지가 불가피하다고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1684개 택시업체는 사납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택시기사들은 통상 택시를 12시간 운행하고 13만원을 회사에 사납금 형태로 낸 뒤 나머지 수입을 본인이 챙겨가는 구조다. 정해진 시간 안에서 13만원 이상을 벌어야 하는 택시기사들은 손님이 몰리고 할증시간이 다가오는 오후 11시 이후에 주요 도심에서 ‘돈이 되는 손님’만 골라 태우는 실정이다. 국토부가 택시기사들의 안정적인 수입이 뒷받침돼야 서비스 개선이 가능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사납금제도가 존재하는 한 택시의 서비스 개선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1억선에 거래' 개인택시 면허, 20%만 사들여도 예산 1兆 드는데…
택시기사 1인당 월수입 214만원

STIS에 따르면 택시기사 1인당 월수입은 평균 214만원으로 추산된다. 4인가구 기준 도시근로자 월평균소득 587만원의 4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택시기사들은 택시회사가 전체 보유 택시의 운행수입을 모두 모아 비용 등을 제외하고 기사들에게 월급으로 나눠주는 월급제 도입을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반면 택시업체 경영진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택시업 특성상 근무태도 관리가 어렵다며 도입을 반대해왔다. 많이 운행한 기사와 적게 운행한 기사에게 똑같은 월급을 지급할 수는 없다는 근거에서다.

하지만 사측이 원하는 근무태도 관리는 앱(응용프로그램) 기반 미터기 도입으로 개선해 나갈 수 있다는 게 정부의 복안이다.

현행 택시발전법에는 완전 월급제를 뜻하는 ‘택시수익금 전액관리제’가 명기돼 있다. 다만 현실적인 어려움을 감안해 예외규정을 둬 대부분의 택시업체가 관행처럼 사납금제를 운영해왔다. 더불어민주당이 이번 개선방안에 찬성한 만큼 국회에서 이 예외규정을 삭제하는 방식의 법 개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택시 은퇴 활로 열어준다

지방자치단체가 개인택시 면허를 매입해 택시기사에게 연금을 지급하는 방안은 택시기사의 고령화를 해결하면서 개인택시가 너무 많아 택시기사들이 적정 수익을 올릴 수 없는 현 상황을 풀 수 있는 해법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전국 개인택시 면허 소지자 가운데 60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49.3%로 절반가량을 차지하고, 65세 이상 개인택시 운전자는 34.5%로 전체의 3분의 2를 넘는다. 이에 따라 노화로 인한 시력 감퇴와 반사신경 등 운동능력 저하로 교통사고율이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현재 시장에서 1억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는 개인택시 면허를 해당 지자체가 연금 형태로 매입하면 고령으로 은퇴 의사가 있는 택시기사들이 면허를 반납할 것이란 게 국토부의 관측이다. 연금제 취지를 살려 매입 연령을 65세 이상으로 한정하면 개인택시 면허 보유자 16만3157명 가운데 5만6358명이 대상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대상 개인택시 면허 가운데 20%를 매입하는 데도 1조원 이상이 필요한 만큼 예산 확보가 관건이다. 법인택시 완전 월급제 시행을 위해서도 택시업체에 일부 지원이 필요할 수 있으므로 이 같은 대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획재정부와 예산과 관련해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서기열/이해성 기자 phil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