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前 국무총리 "'나'만 생각지 말고 사회적 책임의식 가졌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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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賞' 받는 이현재 前 국무총리
평생 교육자·학자로 활동하며 귀감
'총리님'보다 '선생님' 호칭 좋아해
"남의 일에 관심없는 청년들 걱정돼
사회 기여 위해 의식 놓지 않겠다"
평생 교육자·학자로 활동하며 귀감
'총리님'보다 '선생님' 호칭 좋아해
"남의 일에 관심없는 청년들 걱정돼
사회 기여 위해 의식 놓지 않겠다"
“국무총리로서 공직 생활을 1년 정도 했지만 이를 빼면 학자이자 교육자로 평생을 보냈습니다. 스스로 주어진 길을 기꺼이 받아들이고 묵묵히 걸어와 큰 상을 받지 않나 싶습니다.”
이현재 서울대 명예교수(90·사진)가 15일 유일한상을 받는다. 고(故)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를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된 이 상은 올해가 13회째다. 연륜, 경력, 분야 제한 없이 사회에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명사에게 격년 단위로 시상한다. 시상식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평생 교육자, 학자, 공직자로 활동하며 귀감이 됐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의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61~1995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호암재단 이사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등을 거쳤다.
이 교수는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일생의 보람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지금도 ‘총리님’ ‘총장님’ ‘교수님’보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는 이유다. 그는 제자들을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을 스승의 소명으로 여겼다. 그는 서울대 총장이던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서울대생을 제적시키라는 정권의 압력을 뿌리치고 정학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그는 이 일로 경질됐다. 하지만 당시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학교가 먼저 내치면 법원도 재판할 때 그 학생을 버려진 사람 취급한다”며 “교육자는 학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쓴소리도 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는 단기적인 해결책이나 논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다 보면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경제 운용이 올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기업도 긴장된 자세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청·장년층에 대한 조언도 했다. 그는 “요즘에는 ‘내가 월급 잘 받고 즐기면 됐지 남의 일에는 관심 없다’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길 가다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애완견이 아무 데나 대소변을 보도록 방치하는 일이 많은데 이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집 앞을 빗질하고 길에 담배꽁초가 보이면 줍는다”며 “이런 사소한 것을 습관화하면 사회적 책임 의식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고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는 “좀 자유롭고 편하게 살려고 했는데 유일한상을 받게 돼 그러기는 틀렸다”며 웃었다. 그는 “사회 발전을 위해 작은 기여라도 해야 한다는 의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이현재 서울대 명예교수(90·사진)가 15일 유일한상을 받는다. 고(故) 유일한 유한양행 창업주를 기리기 위해 1995년 제정된 이 상은 올해가 13회째다. 연륜, 경력, 분야 제한 없이 사회에 가르침을 줄 수 있는 명사에게 격년 단위로 시상한다. 시상식은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평생 교육자, 학자, 공직자로 활동하며 귀감이 됐기 때문”이라고 이 교수의 수상 이유를 설명했다.
이 교수는 1961~1995년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 총장, 국무총리, 대한민국학술원 회장, 호암재단 이사장, 한국학중앙연구원 이사장 등을 거쳤다.
이 교수는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이끄는 것을 일생의 보람으로 여기며 살아왔다. 지금도 ‘총리님’ ‘총장님’ ‘교수님’보다는 ‘선생님’이라는 호칭을 더 좋아하는 이유다. 그는 제자들을 온전하게 지켜내는 것을 스승의 소명으로 여겼다. 그는 서울대 총장이던 1985년 미국문화원 점거농성 사건에 연루돼 구속된 서울대생을 제적시키라는 정권의 압력을 뿌리치고 정학으로 처벌 수위를 낮췄다. 그는 이 일로 경질됐다. 하지만 당시 선택을 한 번도 후회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학교가 먼저 내치면 법원도 재판할 때 그 학생을 버려진 사람 취급한다”며 “교육자는 학생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장기적인 안목에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쓴소리도 했다. 이 교수는 “현 정부는 단기적인 해결책이나 논쟁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다”며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시행착오와 경험을 쌓다 보면 더 나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경제 전망이 밝지 않은 만큼 경제 운용이 올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정부도, 기업도 긴장된 자세로 대응해나가야 한다”고 했다.
청·장년층에 대한 조언도 했다. 그는 “요즘에는 ‘내가 월급 잘 받고 즐기면 됐지 남의 일에는 관심 없다’는 젊은이들이 많다”며 “거창한 일이 아니어도 사회적 책임의식을 가졌으면 한다”고 했다. 길 가다가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애완견이 아무 데나 대소변을 보도록 방치하는 일이 많은데 이것부터 고쳐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집 앞을 빗질하고 길에 담배꽁초가 보이면 줍는다”며 “이런 사소한 것을 습관화하면 사회적 책임 의식이 높아진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고민을 계속하겠다고 했다. 그는 “좀 자유롭고 편하게 살려고 했는데 유일한상을 받게 돼 그러기는 틀렸다”며 웃었다. 그는 “사회 발전을 위해 작은 기여라도 해야 한다는 의식의 끈을 놓지 않겠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