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목에 생기는 두경부암, 로봇수술로 먹고 말하는 기능손실 최소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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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 인터뷰
김세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입 안으로 로봇팔 넣어 암 제거
혀·턱뼈 절개 없어 수술 후 삶의 질 향상
암 덩어리 커도 수술 가능…생존율 높여
김세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
입 안으로 로봇팔 넣어 암 제거
혀·턱뼈 절개 없어 수술 후 삶의 질 향상
암 덩어리 커도 수술 가능…생존율 높여
“두경부암 진단을 받은 환자가 느끼는 가장 큰 두려움은 기능 손실입니다. 말하고 음식을 먹고 소리를 내는 부분에 암이 생기기 때문에 수술을 하면 삼키고 먹고 발음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로봇수술을 하면 이 같은 기능 손실을 줄일 수 있습니다.”
김세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는 “로봇 카메라와 로봇 수술팔을 입 부분에 넣고 하는 경구강 로봇수술을 하면 두경부암 수술 후유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은 머리와 목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등이 두경부암에 해당한다. 구강, 혀, 잇몸, 입술, 침샘, 콧속, 성대, 식도, 인두 등의 기관이 모두 두경부에 속한다. 이곳에 암이 생긴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두경부암 로봇 수술분야 세계적 명의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2008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두경부암 로봇수술을 했다. 로봇을 활용해 하인두암과 후두암 수술을 하고 2009년 세계 처음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두경부암의 새 치료 프로토콜도 2014년 만들었다. 방사선, 항암치료 등과 로봇수술 등을 병용해 진행성 두경부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을 정리한 것이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두경부암 치료 프로토콜과 기존 치료법을 비교했더니 편도암 혀뿌리암 환자의 생존율은 2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로봇을 활용해 두경부암 환자의 수술 후유증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단일공 다빈치 로봇 수술기기(다빈치 SP)를 활용해 두경부암 라이브 수술도 했다. 이 기기를 활용한 세계 첫 시연이다. 김 교수를 통해 두경부암과 로봇 수술 등에 대해 알아봤다.
▷두경부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쪽에 있는 편도, 혀뿌리, 후두, 하인두 부분은 사람 손이 닿지 않는다. 후두암은 수술을 위해 목 앞에 구멍을 뚫고 도려낸다. 편도암 등은 턱뼈를 갈라 열고 혀를 자르는 등의 수술을 한다. 편도에 생긴 암을 도려내면 목으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노출된다. 경동맥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에서 살을 떼 메우는 수술을 한다. 5~6시간 정도 걸리는 대수술이다. 수술한 뒤 말하고 먹고 숨쉬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후유증이 많이 남는다.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 손이 들어가기 어려운 인두·후두에 카메라를 넣고 수술한다. 턱뼈를 자르거나 목에 구멍을 뚫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 10배 정도 확대한 3차원 화면을 본다.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큰 화면으로 확대해 보면서 수술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로봇팔이 손떨림 등을 보정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기능 손실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크겠다.
“혀를 자르는 등의 수술을 하면 삼키고 먹고 발음하고 말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수술을 아예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환자도 있다. 로봇수술을 하면 기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는 기능을 상실하는 문제는 없지만 암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프로토콜도 만들었다.
“서로 다른 환자를 환자 각각에 맞는 다른 방법으로 치료하자는 취지다. 기존 프로토콜은 암 덩어리가 크면 무조건 방사선 치료를 한다. 미사일이 제일 화력이 좋다고 해도 100m 앞에 있는 적군을 공격할 때 쓰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암도 마찬가지다. 항암제 등을 통해 사이즈를 줄이고 로봇수술 등으로 암이 있던 부분을 도려내는 수술을 한 뒤 병리검사를 통해 방사선이 필요하면 방사선 치료를 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 맞춤형 치료를 해야 훨씬 효율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이런 프로토콜을 개발해 환자 치료에 도입했더니 평균 50% 미만으로 나오는 진행성 편도·혀뿌리암 환자 5년 생존율이 79% 정도로 나왔다. 30~40% 정도인 후두암 하인두암의 생존율은 69%로 올라갔다.”
▷여전히 로봇수술에 대한 편견이 크다.
“돈 벌려고 한다는 비판이 있다. 다른 암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두·후두암은 다르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반 수술로 조직을 떼어내는 것과 로봇으로 기능을 그대로 살리는 것은 상당한 차이다. 하지만 입안으로 하기 때문에 로봇수술도 쉽지 않다. 로봇을 최적의 상태로 맞추는 데에도 경험이 필요하고 동물실험 등을 통해 임상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두경부암 로봇수술을 제대로 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환자가 로봇 대신 일반 수술을 받는다. 좀 더 많은 의사가 로봇수술을 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두경부암 환자가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암 유형이 바뀐다는 논문도 냈는데.
“두경부암은 모두 담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환자가 많다. 후두암, 하인두암은 담배와 연관이 깊다. 하지만 편도암, 혀뿌리암의 70%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에 생긴다. 이를 모아 논문도 냈다. 담배는 표면에 궤양이 생기도록 하지만 HPV는 속으로 들어가 암이 생겨 늦게 발견되는 일도 많다. HPV 백신 접종 대상을 남자아이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김세헌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교수(사진)는 “로봇 카메라와 로봇 수술팔을 입 부분에 넣고 하는 경구강 로봇수술을 하면 두경부암 수술 후유증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두경부암은 머리와 목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구강암, 인두암, 후두암 등이 두경부암에 해당한다. 구강, 혀, 잇몸, 입술, 침샘, 콧속, 성대, 식도, 인두 등의 기관이 모두 두경부에 속한다. 이곳에 암이 생긴 것을 말한다. 김 교수는 두경부암 로봇 수술분야 세계적 명의다. 대한두경부외과학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2008년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두경부암 로봇수술을 했다. 로봇을 활용해 하인두암과 후두암 수술을 하고 2009년 세계 처음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 두경부암의 새 치료 프로토콜도 2014년 만들었다. 방사선, 항암치료 등과 로봇수술 등을 병용해 진행성 두경부암 환자의 삶의 질과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 치료법을 정리한 것이다. 김 교수팀이 개발한 두경부암 치료 프로토콜과 기존 치료법을 비교했더니 편도암 혀뿌리암 환자의 생존율은 20%포인트 넘게 증가했다. 로봇을 활용해 두경부암 환자의 수술 후유증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해에는 단일공 다빈치 로봇 수술기기(다빈치 SP)를 활용해 두경부암 라이브 수술도 했다. 이 기기를 활용한 세계 첫 시연이다. 김 교수를 통해 두경부암과 로봇 수술 등에 대해 알아봤다.
▷두경부암 환자에게 로봇수술이 필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안쪽에 있는 편도, 혀뿌리, 후두, 하인두 부분은 사람 손이 닿지 않는다. 후두암은 수술을 위해 목 앞에 구멍을 뚫고 도려낸다. 편도암 등은 턱뼈를 갈라 열고 혀를 자르는 등의 수술을 한다. 편도에 생긴 암을 도려내면 목으로 올라가는 경동맥이 노출된다. 경동맥이 터지는 것을 막기 위해 다리에서 살을 떼 메우는 수술을 한다. 5~6시간 정도 걸리는 대수술이다. 수술한 뒤 말하고 먹고 숨쉬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후유증이 많이 남는다. 로봇을 활용하면 사람 손이 들어가기 어려운 인두·후두에 카메라를 넣고 수술한다. 턱뼈를 자르거나 목에 구멍을 뚫지 않고 수술할 수 있다. 10배 정도 확대한 3차원 화면을 본다. 아이맥스 영화를 보는 것처럼 큰 화면으로 확대해 보면서 수술한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로봇팔이 손떨림 등을 보정하기 때문에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다.”
▷기능 손실을 두려워하는 환자들에게 도움이 크겠다.
“혀를 자르는 등의 수술을 하면 삼키고 먹고 발음하고 말하는 기능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수술을 아예 못하겠다고 거부하는 환자도 있다. 로봇수술을 하면 기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항암치료와 방사선 치료는 기능을 상실하는 문제는 없지만 암이 제대로 치료되지 않을 수 있다.”
▷새로운 프로토콜도 만들었다.
“서로 다른 환자를 환자 각각에 맞는 다른 방법으로 치료하자는 취지다. 기존 프로토콜은 암 덩어리가 크면 무조건 방사선 치료를 한다. 미사일이 제일 화력이 좋다고 해도 100m 앞에 있는 적군을 공격할 때 쓰면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아니다. 암도 마찬가지다. 항암제 등을 통해 사이즈를 줄이고 로봇수술 등으로 암이 있던 부분을 도려내는 수술을 한 뒤 병리검사를 통해 방사선이 필요하면 방사선 치료를 하는 등 전략이 필요하다. 맞춤형 치료를 해야 훨씬 효율적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 이런 프로토콜을 개발해 환자 치료에 도입했더니 평균 50% 미만으로 나오는 진행성 편도·혀뿌리암 환자 5년 생존율이 79% 정도로 나왔다. 30~40% 정도인 후두암 하인두암의 생존율은 69%로 올라갔다.”
▷여전히 로봇수술에 대한 편견이 크다.
“돈 벌려고 한다는 비판이 있다. 다른 암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인두·후두암은 다르다. 환자 입장에서 생각하면 일반 수술로 조직을 떼어내는 것과 로봇으로 기능을 그대로 살리는 것은 상당한 차이다. 하지만 입안으로 하기 때문에 로봇수술도 쉽지 않다. 로봇을 최적의 상태로 맞추는 데에도 경험이 필요하고 동물실험 등을 통해 임상경험을 많이 쌓아야 한다. 이 때문에 두경부암 로봇수술을 제대로 하는 의사가 많지 않다. 여전히 많은 환자가 로봇 대신 일반 수술을 받는다. 좀 더 많은 의사가 로봇수술을 할 수 있게 돼 더 많은 두경부암 환자가 혜택을 받았으면 좋겠다.”
▷암 유형이 바뀐다는 논문도 냈는데.
“두경부암은 모두 담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고 있는 환자가 많다. 후두암, 하인두암은 담배와 연관이 깊다. 하지만 편도암, 혀뿌리암의 70%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 때문에 생긴다. 이를 모아 논문도 냈다. 담배는 표면에 궤양이 생기도록 하지만 HPV는 속으로 들어가 암이 생겨 늦게 발견되는 일도 많다. HPV 백신 접종 대상을 남자아이들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