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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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마약 투약 혐의를 받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33) 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 청구를 하는 빅카드를 던진 이유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마약반응검사 결과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23일 검찰 등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지난 19일 국과수로부터 박 씨의 체모에서 필로폰이 '양성반응'으로 나왔다는 통보를 받았다.

소변 등 간이검사에서 '음성반응'이 나왔던 것과는 상반된 결과다.

앞서 경찰은 지난 16일 박 씨의 경기도 하남 자택과 차량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는 과정에서 박 씨로부터 체모를 채취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다.

박 씨는 체모 대부분을 제모한 상태여서 경찰은 박 씨의 모발과 다리털을 확보해 감정 의뢰했고 이번에 국과수에서 검출된 필로폰은 다리털에서 나왔다.

승재현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제모로 인해 마약 혐의 입증이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질문에 "제모된 체모 부위와 다리털 모두 동일하게 검출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박 씨는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돼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된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31) 씨와 올해 초 필로폰을 구매해 황 씨의 서울 자택 등에서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다른 마약 투약 혐의로 황 씨를 붙잡아 조사하는 과정에서 황 씨로부터 "박 씨와 올해 초 함께 마약을 투약했다"는 진술을 받았다.

이에 박 씨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박 씨와 함께 마약을 투약한 날짜와 관련한 황 씨 진술과 통신 수사 등을 통해 드러난 박 씨의 당시 동선이 대부분 일치하고 두 사람이 결별했음에도 올해 초까지 서로의 자택에 드나든 장면이 담긴 CCTV 영상을 확보했다.

이어 경찰은 올해 초 서울의 한 현금자동입출금기(ATM)에서 마약 판매상의 것으로 의심되는 계좌에 박 씨가 수십만원을 입금하는 과정과 입금 20∼30분 뒤 특정 장소에서 마약으로 추정되는 물건을 찾는 장면이 담긴 CCTV 영상도 찾았다. 일명 '던지기' 수법이다. 직접 접촉하지 않고 서로 약속해둔 장소에서 마약을 거래하는 방식이다.

박 씨는 그러나 지난 17일과 18일, 22일까지 3차례 경찰에 출석해 "황 씨 부탁으로 누군가에게 돈을 입금했을 뿐 마약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박 씨는 지난 10일 기자회견까지 자청해 "마약을 생각해 본 일도 없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바 있다.

구속영장이 청구된 박 씨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은 26일 열린다.

박 씨와 황 씨는 과거 연인 사이로 박 씨는 지난 2017년 4월 황 씨와 같은 해 9월 결혼을 약속했다고 알렸지만, 이듬해 결별했다.

네티즌들은 "이렇게 금방 밝혀질 걸 도대체 왜 기자회견을 한 건가", "무슨 정신으로 기자회견까지 한건지 알 수가 없다. 제모했으니 모를거라 생각한건가", "그래도 기자회견 보면서 일말의 신뢰를 품었는데 정말 실망이다", "대국민 기자회견이 사기극이었다니. 소름", "너의 바닥은 어디까지인가" 라고 비난을 이어가고 있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