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 더빙도 하나의 콘텐츠입니다. 자막을 볼 수 없는 시각장애인은 물론 자막 이용에 어려움이 많은 시니어 세대에도 문화 콘텐츠를 소비할 권리를 다시 돌려드리고 싶습니다.”

'외화 더빙' 부활 이끈 송재호 KT 전무 "시각장애인·어르신들도 영화 볼 권리 있죠"
송재호 KT 미디어플랫폼사업본부장(전무·사진)은 9일 “콘텐츠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면서 콘텐츠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 사람들의 불편을 찾아내는 것도 플랫폼 사업자의 몫”이라며 “KT가 외화 우리말 더빙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인 만큼 업계 전반으로 이런 분위기가 확산되길 바란다”며 이같이 말했다.

KT는 지난 4월 한국성우협회와 함께 시각장애인, 시니어 가입자를 위한 우리말 더빙 서비스 활성화 업무협약을 맺었다. 송 본부장은 “영화사가 자체 제작해 보급하는 우리말 더빙이 아니라 새롭게 제작한 외화 더빙용 주문형 비디오(VOD)를 인터넷TV(IPTV) 서비스에서 선보이는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장년층은 공중파 TV에서 성우의 우리말 더빙으로 외화를 방영하던 옛 시절을 떠올리며 향수를 느낄 만한 대목이기도 하다.

“시각장애인은 물론 5060 시니어 세대에서도 갑작스럽게 시력이 떨어지는 일이 종종 발생합니다. 스마트폰처럼 화면이 작은 기기를 통해 영화를 접하는 사람이 늘면서 자막을 보기 어려워진 부분도 있죠. 그러나 우리말 더빙을 제공하는 영화는 어린이용 영화와 애니메이션 정도에 그친다는 점에서 이용자의 불만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우리말 더빙 서비스 도입에는 더빙을 담당하는 성우들의 도움이 컸다. 송 본부장은 “외화 더빙에는 10명가량의 성우가 투입되고 별도 녹음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편당 약 2000만원이 들어가 비용 부담이 컸던 게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다행히 한국성우협회 측에서 사회공헌 취지에 공감해줘 합리적인 비용으로 고품질의 우리말 더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약을 맺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재 KT에서 외화 더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영화는 ‘라스트 미션’ ‘미션 임파서블: 폴 아웃’ ‘인턴’ 등 세 편이다. 특히 ‘인턴’ 속 주인공인 로버트 드니로의 목소리는 미국 TV시리즈 ‘600만불의 사나이’로 유명한 성우 양지운 씨가 맡아 화제를 모았다. 그는 파킨슨 병세 심화로 은퇴를 선언했지만 사회공헌 뜻에 공감해 이번 작업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송 본부장은 “협약 발표 이후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에서 ‘KT의 우리말 더빙 서비스 도입을 환영한다’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하는 등 긍정적인 피드백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KT는 매년 30여 편의 우리말 더빙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송 본부장은 “한국에 들어오는 외화 중 극장에서 개봉하는 건 매년 70여 편인데 이 중 50% 정도를 우리말 더빙으로 제작하겠다”고 했다.

장현주 기자 blackse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