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22개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 약 500명(경찰 추산)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대하며 서울 중구 정동교회에서 서울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서울의 자사고 평가가 공정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20일 서울 22개 자율형 사립고 학부모 약 500명(경찰 추산)이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 반대하며 서울 중구 정동교회에서 서울교육청으로 행진하고 있다. 서울자사고학부모연합회는 “서울의 자사고 평가가 공정하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자율형 사립고인 전주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탈락했다. 청문을 거쳐 교육부 장관이 동의하면 이들 학교는 내년부터 일반고로 전환된다. 학교 측은 평가에 문제가 많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이들 외에도 전국 42개 자사고 중 22곳이 연내 평가를 앞두고 있어 전국 자사고의 ‘줄폐지’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이날 정부와 교육청의 자사고 폐지 정책을 규탄하는 집회를 열었다.

80점에 0.39점 부족해 탈락

전북교육청은 20일 상산고가 자사고 재지정 평가에서 통과 기준 점수(80점)에 미치지 못하는 79.61점을 받아 자사고 지정 취소 절차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안산동산고도 기준 점수 70점에 미달한 62.06점을 받았다. 전북교육청과 경기교육청은 청문 절차를 거친 뒤 교육부 동의를 받아 이들 학교를 일반고로 전환할 방침이다.

해당 학교들은 즉각 반발했다. 박삼옥 상산고 교장은 “다른 지역이었다면 (79.61점으로) 자사고 지위가 유지된다”며 “전북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자사고 지위가 박탈되는 것은 부당하다”고 말했다. 전북교육청이 평가 지표로 삼은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항목이 논란이 됐다. 상산고는 4점 만점의 이 항목에서 1.6점을 받았다.

상산고는 본래 사회통합전형 대상자 선발 의무가 없었다. 그런데 전북교육청은 지난 1월 총 정원의 10% 이상을 사회통합전형 대상자로 뽑아야 한다는 기준을 만들어 올해 재지정 평가에 바로 적용했다. 이 항목에서의 감점이 없었다면 상산고는 재지정 평가를 통과할 수 있었다. 박 교장은 “끝내 자사고 지정 취소 처분이 내려진다면 행정소송 및 가처분신청 등 법적구제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산동산고 역시 “불공정한 평가 결과”라고 반발했다. 학교 관계자는 “다른 시·도교육청과 비교했을 때 경기교육청의 지표가 학교에 불리한 항목이 있다”며 “학교 구성원들과 논의해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에 따르면 교육감은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 장관에게 자사고 재지정 취소 동의를 구해야 한다. 교육부는 다소 신중한 반응이다. 재지정 탈락을 둘러싼 논란이 뜨겁기 때문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7월 안으로 신속하게 동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자사고 대거 폐지 현실화

자사고 폐지 정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과제다. 교육부는 2017년 발표한 ‘고교 체제 개편 로드맵’을 통해 자사고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1단계는 지난해부터 적용된 일반고와 자사고의 입학전형 동시 실시다.

재지정 평가를 통한 일반고 전환은 2단계에 해당한다. 상산고와 안산동산고가 로드맵 2단계의 첫 신호탄인 셈이다. 교육계에서는 올해 전국 42곳의 자사고 중 상산고와 안산동산고를 제외하고도 22곳의 자사고가 재지정평가 대상이어서 ‘자사고 무더기 폐지’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사고 학부모들은 거리로 나섰다. 서울자율형사립고학부모연합회 회원 500여 명은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교육청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자사고 폐지 정책은 학생의 선택권을 말살하는 비민주적인 정책”이라며 정부와 일선 교육청을 비판했다. 검은 옷을 맞춰 입은 상산고 학부모 100여 명도 이날 오전 전북교육청 앞에서 “전북 교육은 죽었다”며 집회를 열었다.

정의진/박종관 기자 just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