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16일 시행되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은 내용이 추상적이어서 현장에서 적지 않은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 기업들은 우려하고 있다. 직장 내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간 관계에서 벌어지는 긴장과 갈등을 놓고 괴롭힘에 해당하는지를 명확하게 따지는 일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가 내놓은 매뉴얼을 토대로 직장 내 괴롭힘에 대해 알아봤다.

"일 못하니 일하지 말라" "부장 카톡 씹냐"…모두 갑질입니다
▶퇴근 후 지속적으로 업무 관련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낸 뒤 반응이 없자 “부장이 얘기하는데 씹냐”고 답변을 독촉했다. (O)

“관계의 우위를 이용해 사회 통념에서 벗어난 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사회 통념’은 시대에 따라 달라진다. 최근 한국에서도 ‘퇴근 후 업무 카톡 금지법’이 발의될 정도로 이런 행위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고 있다.”

▶팀장이 팀원의 성과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지속적으로 주의를 준 뒤 나머지 업무를 시켜 업무량이 크게 늘어났다.(X)

“업무상 필요에 의한 것이었다면 괴롭힘으로 인정하기 어렵다. 다만 폭행·폭언 등을 함께 하거나 화장실 등도 가지 못할 정도로 과도한 업무를 준 경우에는 괴롭힘에 해당한다.”

▶업무 수행 능력이 떨어지는 직원에게 일을 주지 않고 다른 직원에게 해당 직원의 일을 맡겼다. (O)

“일을 잘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업무에서 배제하는 것은 정상적인 행위가 아니다. 해당 직원이 업무 처리에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될 때는 전환 배치 등의 인사가 이뤄져야 한다.”

▶팀원들이 팀장을 ‘왕따’시킬 목적으로 수차례 회식에서 배제했다.(O)

“직위상 상하관계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다수 대 소수라는 점에서 ‘관계의 우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상사가 부하 직원에게 지속적으로 회식자리를 만들라고 요구했다.(O)

“후배가 원치 않는 회식일 경우 괴롭힘에 해당된다.”

▶업무공간이 아닌 헬스장 등에서 만난 직장 상사가 지속적으로 시비를 걸었다.(X)

“업무 관련성이 없는 장소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직장 내 괴롭힘에 포함되지 않는다. 인간관계에서 벌어지는 모든 갈등 상황에 대해 사업주가 나서 회사 차원의 징계를 할 수는 없다. 다만 업무와 관련된 얘기를 하며 후배를 괴롭히면 괴롭힘으로 인정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특정인에 대한 험담을 했다.(O)

“전파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직장 내 괴롭힘은 물론 명예훼손과 모욕죄가 성립된다.”

고재연 기자 y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