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회사에서는 전화 받을 때 ‘모시모시(여보세요)’라고 하면 안 됩니다.”
일본의 한 대기업에 취업했던 박 주임(가명)의 말입니다. 모시모시라고 전화를 받는 건 비즈니스 일본어가 아니기 때문이라는데요. 대신 ‘오세와니낫데 오리마스(신세지고 있습니다)’라고 한 뒤 자신의 소속과 이름을 밝혀야 한다고 설명합니다. 일상어와는 다른 비즈니스 화법이 따로 있을 정도로 절차와 예절을 따지는 일본 문화의 단편적 모습이었습니다.
일본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지만, 한국인이 이해하기 어려운 문화차이가 분명히 존재했다는 게 박 주임 설명입니다. 일본 특유의 비즈니스 예절이 대표적입니다. 가령 거래처에서 전화가 오면 처음 울리는 전화벨소리가 끝나기 전에 얼른 수화기를 들어야 했습니다. 상대방을 기다리게 하는 게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라네요. 이 외에도 세세한 부분까지 비즈니스 예절을 지켜야했지만 외국인인 박 주임이 일본식 예절을 모두 알기는 어려웠습니다.
처우가 국내 대기업에 비해 열악한 것도 회사생활이 힘든 이유 중 하나였습니다. 일본에서는 대졸 초임 월급이 200만~260만원 정도라는 게 박 주임 설명인데요. 월세만 80만~120만원에 달하는 도쿄에서 이정도 월급으로 버티기 위해 자린고비처럼 절약해야 했습니다. 매일 회사에 도시락을 싸서 다녔고, 외식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고 합니다. 영화관람 등 문화생활이나 여행은 꿈도 못꿨지요.
기업 문화도 한국에 비해 보수적이었다고 합니다. 박 주임이 다녔던 회사에서는 매일 아침마다 조회시간이 있었습니다. 마치 초등학교 아침조회처럼 모든 사원이 모여 회사 방침을 낭독해야 했습니다. “나는 이 회사의 자랑스런 사원이다. 오늘도 회사의 발전을 위해 이바지하겠다”는 식이었는데요. 아침마다 정신교육을 받는 것 같았다고 합니다. 일본에는 ‘와(和, 집단 질서와 예절을 중시하는 것)’ 문화가 있기 때문이라고 박 주임은 덧붙였습니다. 조직에 순응하고 잘 따르는 사람을 좋아하고, 비판하거나 반박하는 사람은 좋아하지 않는 풍토도 이런 맥락이라네요.
박 주임의 일본기업 퇴사기는 2편에서 계속되는데요. 취재진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던 일본의 비즈니스 복식 예절이 이어집니다.
▶퇴사의 이유에서 사연을 받습니다.
억울한 대우를 받아서, 부당한 조직문화에 지쳐서 등 퇴사를 결심하기까지의 이야기를 dilive@hankyung.com 혹은 hkdlive@naver.com으로 보내주세요. 위로와 공감되는 영상으로 속시원히 풀어드리겠습니다.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