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계 관계자들은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지난 17일 발표한 일반고 종합 지원 계획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올해 재지정 평가 대상 서울 자율형사립고(자사고) 13곳 중 8곳에 지정 취소 처분을 내린 뒤 내놓은 일반고 지원 대책치고는 너무 허술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사립고 교감은 “일반고 지원 계획이라기보다 고교학점제 시행을 앞두고 학교 체제를 개편하는 과정으로 보인다”며 “일반고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근본적인 지원책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자사고 폐지에 골몰하지 말고 일반고 살릴 대책부터 내놔야"
"자사고 폐지에 골몰하지 말고 일반고 살릴 대책부터 내놔야"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 정책으로 불필요하게 투입되는 예산만 늘어난다는 목소리도 있다. 서울교육청과 교육부는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에 5년간 2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일반고로 전환한 자사고는 못 받던 재정결함보조금도 지원받는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은 3년에 걸쳐 학년별로 이뤄지는데 일반고 전환이 완료되는 3년차 때 재정결함보조금 지원액을 보면 학교당 연간 30억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지정 취소가 확정된 자사고는 고교 무상교육 대상 학교에도 포함된다.

입시업계에서는 내실 있는 일반고 지원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생존’ 자사고로의 쏠림 현상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양질의 교육을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은 내년에 재지정 평가가 예정된 학교나 일반고보다 올해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에 지원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교육당국이 자사고 폐지에 골몰하기보다 황폐화된 일반고를 되살릴 ‘진짜 대책’을 서둘러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음달 교육부가 내놓을 예정인 일반고 지원 대책이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4일 기자간담회에서 “일반고의 교육 여건을 높일 지원 대책을 다음달 발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고 육성정책을 먼저 내놓고 자사고 폐지를 추진했어야 사회적 갈등이 최소화됐을 것”이라며 “일반고 교사가 교실에서 제대로 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디테일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고 교장은 “현행 입시제도가 유지되는 한 공부하고 싶은 학생들이 잘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주고, 학생들의 기초학력을 끌어올리는 방안이 가장 먼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모든 학생이 하향 평준화되는 파국으로 치달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관/정의진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