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의 이유] 일본 대기업의 숨막히는 옷차림 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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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한 증권사에서 여직원 복장 규정을 공지했다가 논란이 됐죠. 치마길이, 손톱 색깔 등을 제한했다가 반발이 일자 철회했습니다. 아무리 회사원이 기업의 일원일지라도 옷차림이나 꾸밈새까지 세세히 간섭하는 것은 지나치다는 게 우리사회의 중론인데요. 항공사 승무원, 호텔리어 등 유니폼을 입는 직군에서도 복장규정을 완화하는 움직임이 이런 사회 분위기를 보여줍니다. 일본은 어떨까요? 퇴사의 이유 6편에서는 지난회에 이어 일본 대기업을 그만둔 박 주임의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그는 일본 기업문화 중 특히 옷차림 규정이 힘들었다고 토로했는데요. 귀걸이를 큰 걸 착용하면 안 되고, 네일아트도 안 됩니다. 박 주임은 “손톱을 화려하게 꾸미고 회사에 가면 상사가 ‘이거 예쁘다’고 말한다”며 “그게 한 마디 하는것”이라고 했습니다.
정장 바지를 입을 때도 복숭아뼈가 보여선 안 된다고 합니다. 뜨거운 한여름에도 바지 안에 스타킹을 꼭 착용해야 하고, 재킷도 갖춰 입어야 합니다. 박 주임은 자신이 복숭아뼈가 드러나는 바지를 입었다가 혼났던 경험을 이야기했는데요. 구두 위로 스타킹을 신지 않은 맨 발등이 보였다고 지적도 받았다고 합니다. 고객사를 만나러 갈 때 재킷이 없으면 빌려서라도 입고 가야 했다네요.
‘옷차림 예절’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신발 규정도 있습니다. 발가락이 보이는 ‘오픈토’ 구두는 금지. 2~3㎝ 이상 굽이 달린 구두만 허용됩니다. 화장을 안 해도 혼나고, 너무 진하면 진하다고 혼났다는군요. 명품가방, 색이 화려한 액세서리 등은 모두 금지됐습니다. 박 주임은 “영업사원이 고객사 직원보다 잘나보이면 안 된다는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명함지갑 역시 화려한 제품은 안 됩니다. 무채색 계열로 단촐한 디자인을 골라야 했는데요. 상대방과 명함을 주고받을 때 명함지갑이 보이기 때문입니다. 명함을 주고받는 절차까지 복잡했습니다. 가장 직급이 높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명함을 주고받았는데요. 명함은 가슴 위 높이에서 두 손으로 건네고 받아야 합니다. 인사는 직급이 높은 사람부터 순서대로 나눠야 하고, 명함을 받은 뒤에는 명함집 뒤에 명함을 놓은 뒤 다음 사람과 인사를 나누는 게 예절이라고 합니다. 앉은 뒤에는 명함 내려놓는 차례, 명함을 두는 모양까지 정해져 있다는 게 박 주임 설명입니다.
일본 기업 경험자인 그에게 일본 취업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 조언을 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는 “숙박비를 제공해주거나 기숙사를 운영하는 회사에 취업할 것을 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월세가 높은 일본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합니다. 또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 꼭 확인하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박주임은 “신입사원 교육을 해주냐고 물어보면 ‘우리 교육 프로그램 있다’고 두루뭉실하게 넘어가는 회사들이 많다”며 “교육은 누가 몇시간을 해주는지, 어떤 내용인지를 자세히 물어보라”고 얘기했습니다.
취업이 한국보다 잘 된다고 해서 무작정 입사할 것이 아니라 이것저것 알아보고 가야 오래도록 회사를 다닐 수 있다는 얘기지요. 박 주임의 사연을 통해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일지라도 기업문화는 다를 수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도 힘든 게 회사생활이죠. 언어도 문화도 다른 타국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한국인 회사원들을 응원합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