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vs 퀄컴 '1兆 과징금' 끝장 공방…누가 웃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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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 모뎀칩 독점지위 남용"
vs "점유율 하락…시장지배 아냐"
대형 로펌 7곳 출동 '최종 변론'
이르면 11월 말 선고
vs "점유율 하락…시장지배 아냐"
대형 로펌 7곳 출동 '최종 변론'
이르면 11월 말 선고
1조원이 넘는 역대 최대 과징금을 놓고 맞붙은 공정거래위원회와 글로벌 ‘특허 공룡’ 퀄컴이 법정에서 마지막 ‘세기의 공방’을 벌였다. 공정위는 “퀄컴이 휴대폰 부품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남용해 다른 업체의 기술 혁신을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맞서 퀄컴은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지도 않고 업계 관행을 따랐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국내 대형 로펌 일곱 곳이 변론에 참여했고 사건 기록이 7만3000쪽이 넘는 등 쟁점이 첨예하게 대립해 선고까지는 3개월가량 걸릴 전망이다. 이번 사건은 국내 휴대폰 제조사뿐 아니라 애플과 화웨이, 인텔, 미디어텍 등 글로벌 정보기술(IT)업체들의 특허료 등에 미치는 영향이 커 전 세계 경쟁당국과 관련 업계도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놓고 공방
1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노태악)는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의 최종 변론기일을 열었다. 2년6개월 전 첫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17번째 열린 변론이었다. 퀄컴·공정위 측 관계자와 더불어 소송 보조참가인으로 LG전자, 인텔, 화웨이, 미디어텍 등 IT기업들이 총출동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피고 공정위를 대리하고, 세종·율촌·화우가 원고 퀄컴을 대리했다. 태평양은 LG전자, 지평은 인텔, 광장은 화웨이와 미디어텍의 변론을 맡았다. 공정거래 사건은 전속고발권을 갖는 공정위가 사실상 1심 역할을 해 법원 재판은 고등법원-대법원 2심제로 운용된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칩셋·특허권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계열사인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3개사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인 1조300억원과 함께 퀄컴의 특허권 제공 방식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이후 퀄컴은 인텔, 미디어텍 등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들의 특허권 사용 요구를 거부해왔다. 퀄컴은 칩셋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뒤 이를 지렛대로 삼아 휴대폰 제조사에 칩셋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며 특허권 계약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하고, 휴대폰 단말기마다 로열티를 받아왔다. 또 휴대폰 제조사에 자사 칩셋과 관련한 특허권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대가로 휴대폰 제조사들이 보유한 이동통신 관련 필수특허를 무차별적으로 끌어모았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이날 변론에선 퀄컴이 모뎀칩 시장을 독점하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지에 대해 양측 간 날선 공방이 오갔다. 퀄컴은 “우리는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모뎀칩 점유율 3위 사업자”라며 “1·2위 사업자를 어떻게 배제하고 거래 가격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퀄컴은 2세대(CDMA)·3세대(WCDMA)·4세대(LTE) 모뎀칩 시장에서 전체 부품 공급을 지연시키거나 봉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 집행위원회도 원고들의 시장지배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외 경쟁 당국도 관심
퀄컴의 사업 구조가 경쟁을 제한해 프랜드(FRAND) 확약(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렸다. 공정위 측은 “퀄컴은 경쟁 칩 제조사들에 특허권을 제공하지 않는 동시에 휴대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특허권을 사지 않으면 모뎀칩 판매도 거부하는 ‘노 라이선스, 노 칩’ 전략을 펴고 있다”며 “LG전자에 칩 공급을 차단하는 등 위해를 가해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퀄컴 측은 “1990년대 초 모토로라 등 기존 이동통신업체들의 사업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며 “공정위는 퀄컴이 경쟁 모뎀칩 제조사들의 매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약 3개월 뒤인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쯤 선고기일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경쟁당국과 사법부, 관련 글로벌 업체들도 한국 법원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FTC는 한국 공정위 결정이 나온 뒤 퀄컴을 고소했고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받고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2015년 2월 중국은 퀄컴에 9억7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2017년 10월 대만으로부터 8억달러, 2018년 1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9억97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시장지배적 사업자’ 여부 놓고 공방
14일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부장판사 노태악)는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의 최종 변론기일을 열었다. 2년6개월 전 첫 변론준비기일을 시작으로 17번째 열린 변론이었다. 퀄컴·공정위 측 관계자와 더불어 소송 보조참가인으로 LG전자, 인텔, 화웨이, 미디어텍 등 IT기업들이 총출동했다. 법무법인 바른이 피고 공정위를 대리하고, 세종·율촌·화우가 원고 퀄컴을 대리했다. 태평양은 LG전자, 지평은 인텔, 광장은 화웨이와 미디어텍의 변론을 맡았다. 공정거래 사건은 전속고발권을 갖는 공정위가 사실상 1심 역할을 해 법원 재판은 고등법원-대법원 2심제로 운용된다.
공정위는 2016년 12월 “칩셋·특허권 시장에서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며 퀄컴 인코포레이티드와 계열사인 퀄컴 테크놀로지 인코포레이티드, 퀄컴 CDMA 테크놀로지 아시아퍼시픽 PTE LTD 등 3개사에 사상 최대 규모 과징금인 1조300억원과 함께 퀄컴의 특허권 제공 방식에 대한 시정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공정위에 따르면 이후 퀄컴은 인텔, 미디어텍 등 경쟁 모뎀 칩셋 제조사들의 특허권 사용 요구를 거부해왔다. 퀄컴은 칩셋 시장 지배력을 강화한 뒤 이를 지렛대로 삼아 휴대폰 제조사에 칩셋 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하며 특허권 계약을 일방적으로 유리하게 체결하고, 휴대폰 단말기마다 로열티를 받아왔다. 또 휴대폰 제조사에 자사 칩셋과 관련한 특허권을 일괄적으로 제공하는 대가로 휴대폰 제조사들이 보유한 이동통신 관련 필수특허를 무차별적으로 끌어모았다는 게 공정위의 주장이다.
이날 변론에선 퀄컴이 모뎀칩 시장을 독점하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는지에 대해 양측 간 날선 공방이 오갔다. 퀄컴은 “우리는 광대역부호분할다중접속(WCDMA) 모뎀칩 점유율 3위 사업자”라며 “1·2위 사업자를 어떻게 배제하고 거래 가격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시장지배적 지위에 있다는 것인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공정위는 “퀄컴은 2세대(CDMA)·3세대(WCDMA)·4세대(LTE) 모뎀칩 시장에서 전체 부품 공급을 지연시키거나 봉쇄할 수 있는 지위에 있다”며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유럽 집행위원회도 원고들의 시장지배력을 인정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해외 경쟁 당국도 관심
퀄컴의 사업 구조가 경쟁을 제한해 프랜드(FRAND) 확약(표준필수특허 보유자가 공정하고 비차별적으로 특허를 제공한다는 원칙)을 위반한 것인지에 대해서도 주장이 엇갈렸다. 공정위 측은 “퀄컴은 경쟁 칩 제조사들에 특허권을 제공하지 않는 동시에 휴대폰 제조사들을 상대로 특허권을 사지 않으면 모뎀칩 판매도 거부하는 ‘노 라이선스, 노 칩’ 전략을 펴고 있다”며 “LG전자에 칩 공급을 차단하는 등 위해를 가해 경쟁법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퀄컴 측은 “1990년대 초 모토로라 등 기존 이동통신업체들의 사업 관행을 따른 것일 뿐”이라며 “공정위는 퀄컴이 경쟁 모뎀칩 제조사들의 매출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입증하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약 3개월 뒤인 오는 11월 말이나 12월 초쯤 선고기일을 잡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해외 경쟁당국과 사법부, 관련 글로벌 업체들도 한국 법원의 판단을 주목하고 있다. FTC는 한국 공정위 결정이 나온 뒤 퀄컴을 고소했고 지난 5월 1심 재판부는 “퀄컴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로열티를 받고 시장 경쟁을 저해했다”며 반독점법 위반 판결을 내렸다. 이에 앞서 2015년 2월 중국은 퀄컴에 9억7500만달러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퀄컴은 2017년 10월 대만으로부터 8억달러, 2018년 1월 유럽연합(EU)으로부터 9억9700만유로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