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동생 구속영장 기각…檢 "재청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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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일가 수사 장기화 가능성
학교법인 웅동학원 관련 비리 혐의로 청구된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 조모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이 9일 기각했다. 조씨는 가족이 운영하는 웅동학원을 대상으로 허위 소송을 벌여 손해를 끼쳤고(배임), 교사 채용 과정에 뒷돈을 받았으며(배임수재), 채용 브로커를 해외로 도피시켰다(증거인멸 교사)는 등의 의혹을 받고 있다.
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씨 영장실질심사를 끝낸 뒤 “주요 범죄(배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배임수재 부분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건강 상태 등을 참작할 때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씨가 스스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는데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즉시 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법원은 조 장관 부부의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도 이미 두 차례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장관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사 불출석에도 이례적 기각…정경심 구속영장 청구도 연기되나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인 조모씨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법조계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씨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데다, 관련 범죄의 종범인 웅동학원 관계자들이 이미 구속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씨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영장실질심사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는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검찰은 즉각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며 반발했다.
“수술 계획 없었다”…거짓 진술 들통
조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심문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씨 측은 “최근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디스크가 악화했고 8일 수술을 받기로 했다”며 “수술 후 1~2주 동안 외출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검찰이 조씨가 입원한 부산의 한 병원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의료진은 검찰 측에 “수술 일정이 잡힌 적도, 수술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구속을 피하기 위한 거짓 진술로 본 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조씨를 서울로 압송했다. 조씨는 8일 오후 영장 심사 포기 서류를 내고 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20분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배임)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가 수집됐으며, (조씨가) 배임수재 혐의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수차례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 경과,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영장심사 불출석 후 기각…전례 없어
법조계에서는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든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과거 일부 시국사건을 제외하곤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한 판사는 “일반적으로 피의자의 불출석은 사실상 유죄 인정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3년간(2015~2017년) 피의자 불출석 상태에서 기각 결정이 나온 사례는 없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 수술을 받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심장에 스탠스 시술을 받을 정도로 위급한 건강상황인데도 형집행정지나 보석을 기각한 법원이 권력 실세의 동생에게 ‘특혜’를 배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인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부장판사는 법원장의 의향에 따라 영장 재판을 재청구하겠다”고 말해온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웅동학원 채용 비리에서 돈을 전달한 브로커 두 명이 모두 구속된 상황에서 죄질이 가장 안 좋은 ‘돈을 받은 사람’이 구속되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씨는 구속된 브로커에게 필리핀으로 도피할 것을 지시하고 입막음을 시도하는 등 영장 발부 사유인 ‘증거인멸’ 혐의가 명백한데도 기각된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조만간 자료를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국 의혹의 마지막 퍼즐인 웅동학원 수사가 법원의 영장 기각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일정도 뒤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웅동학원 허위소송 관련 배임 혐의 성립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 만큼 조 장관 부부에 대한 보완 수사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정 교수에 대해 세 번째 소환 조사를 벌였지만 수사 진도가 더뎌 한두 차례 더 소환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안대규/박종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명재권 서울중앙지방법원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조씨 영장실질심사를 끝낸 뒤 “주요 범죄(배임) 혐의에 다툼의 여지가 있다”며 “배임수재 부분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고 건강 상태 등을 참작할 때 구속의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검찰은 “조씨가 스스로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했는데도 기각한 것은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이라며 즉시 영장 재청구 방침을 밝혔다. 법원은 조 장관 부부의 휴대폰 압수수색 영장도 이미 두 차례 기각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장관 부부에 대한 검찰 수사가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심사 불출석에도 이례적 기각…정경심 구속영장 청구도 연기되나
조국 법무부 장관의 동생인 조모씨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자 법조계에서는 “상식적이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씨가 영장실질심사를 포기한 데다, 관련 범죄의 종범인 웅동학원 관계자들이 이미 구속 상태이기 때문이다. 조씨가 수술을 받아야 한다며 영장실질심사를 늦춰 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는 거짓이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을 키웠다. 검찰은 즉각 구속영장을 재청구하겠다며 반발했다.
“수술 계획 없었다”…거짓 진술 들통
조씨는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하루 앞둔 지난 7일 변호인을 통해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심문기일을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다. 조씨 측은 “최근 넘어지는 바람에 허리디스크가 악화했고 8일 수술을 받기로 했다”며 “수술 후 1~2주 동안 외출하기 어렵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검찰이 조씨가 입원한 부산의 한 병원에 확인한 결과 사실이 아니었다. 의료진은 검찰 측에 “수술 일정이 잡힌 적도, 수술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구속을 피하기 위한 거짓 진술로 본 검찰은 구인영장을 집행해 조씨를 서울로 압송했다. 조씨는 8일 오후 영장 심사 포기 서류를 내고 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재권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9일 새벽 2시20분쯤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명 부장판사는 “주요 범죄(배임)에 다툼의 여지가 있고, 주거지 압수수색을 포함해 광범위한 증거가 수집됐으며, (조씨가) 배임수재 혐의의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또 “수차례에 걸친 피의자 소환조사 등 수사 경과, 피의자 건강 상태, 범죄 전력 등을 참작했다”고 덧붙였다. 영장심사 불출석 후 기각…전례 없어
법조계에서는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해 만든 ‘영장실질심사’에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기각 결정을 내린 것은 과거 일부 시국사건을 제외하곤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한 판사는 “일반적으로 피의자의 불출석은 사실상 유죄 인정이라고 단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의 경우 3년간(2015~2017년) 피의자 불출석 상태에서 기각 결정이 나온 사례는 없었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이 어깨 수술을 받고,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심장에 스탠스 시술을 받을 정도로 위급한 건강상황인데도 형집행정지나 보석을 기각한 법원이 권력 실세의 동생에게 ‘특혜’를 배푼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 출신인 이충상 경북대 로스쿨 교수는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부장판사는 법원장의 의향에 따라 영장 재판을 재청구하겠다”고 말해온 사람”이라고 비판했다.
검찰은 웅동학원 채용 비리에서 돈을 전달한 브로커 두 명이 모두 구속된 상황에서 죄질이 가장 안 좋은 ‘돈을 받은 사람’이 구속되지 않은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특히 조씨는 구속된 브로커에게 필리핀으로 도피할 것을 지시하고 입막음을 시도하는 등 영장 발부 사유인 ‘증거인멸’ 혐의가 명백한데도 기각된 것에 충격을 받은 모양새다. 검찰 관계자는 “조만간 자료를 보완해 영장을 재청구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조국 의혹의 마지막 퍼즐인 웅동학원 수사가 법원의 영장 기각이라는 벽에 부딪히면서 조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일정도 뒤로 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원이 웅동학원 허위소송 관련 배임 혐의 성립에 의문이 있다고 지적한 만큼 조 장관 부부에 대한 보완 수사가 필요해졌다는 것이다. 검찰은 지난 8일 정 교수에 대해 세 번째 소환 조사를 벌였지만 수사 진도가 더뎌 한두 차례 더 소환 조사한 후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안대규/박종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