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사망자가 4년 새 두 배 가까이 늘어나면서 유품정리업체가 성행하고 있다. 고인이 살았던 장소를 청소하고, 유품을 처분하거나 유족을 찾아 인계해주는 업무를 하면서 차세대 ‘실버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하지만 법무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소관 부처를 미루면서 업종도 정해지지 않은 채 난립하고 있다.
유품정리업체 40여 곳 영업

12일 유품정리업계에 따르면 현재 영업 중인 업체만 40여 곳에 이른다. 유품정리 업체들은 건당 30만원 안팎을 받고 고인의 유품을 처분하거나 유족에게 인계하고 고인이 머물던 장소를 청소하는 일을 한다. 시신이 1주일 넘게 방치된 경우 소독, 멸균 등으로 주변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업무도 한다. 이 경우 비용이 건당 300만원 선까지 올라간다.

경기 고양시에 있는 유품정리업체인 ‘함께나눔’ 관계자는 “2011년에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유품정리를 전문적으로 하는 업체는 우리 외에 단 한 곳에 불과했다”며 “업체 수가 급증했지만 지금도 날마다 4~5건씩 상담 문의가 들어온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1인가구와 고독사가 늘어난 게 유품정리업체가 증가한 이유라고 입을 모은다. 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1300여 명이던 무연고 사망자 수는 지난해 2400명을 넘었다. 유품정리업체 관계자는 “무연고자인 임차인들이 살던 방을 정리해 달라고 요청하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절반 이상”이라며 “고인이 남긴 귀중품이나 현금을 업자가 몰래 챙겨가는 경우도 있어 유품정리업엔 직업윤리도 요구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업체들은 ‘유품정리업’이라는 업종이 없어 폐기물수집·운반업, 위생관리용역업, 소독업 등으로 난립해 운영하고 있다.

자격증 등록은 못해

유품정리업이 차세대 실버산업으로 각광받으면서 지난해 11월 일부 업체들은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를 조직했다. 이 협회는 지난 2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유품정리사’ 민간자격 등록을 신청했지만 등록불가 결정을 받았다. 협회는 유품정리사 자격증 등록 관리 부처를 복지부로 판단했지만,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은 4월 법무부로 소관을 바꿨다. 하지만 법무부는 7월 유품정리사의 민간자격 등록을 할 수 없다는 입장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에 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복지부와 법무부가 ‘부처 간 떠넘기기’를 한 게 아니냐”고 비판하고 있다.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는 “장례와 관련돼 있고 위생·소독 업무를 하는 만큼 복지부 소관으로 둬서 장례업체와 협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복지부는 유품정리업의 민간자격 등록 여부를 판단하는 건 ‘법무부 소관’이라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유품 정리는 상속과 관련된 것으로 민법의 영역으로 판단해 법무부에 (해당 신청 건을) 넘긴 것”이라고 밝혔다. 법무부는 유품·유산은 상속재산에 해당해 법무사의 업무이며, 장례지원 행위는 장례지도사 자격을 취득해야 하는 업무이므로 유품정리사에 대해 따로 민간자격 등록을 내줄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영학 한국유품정리관리협회 회장은 “일본은 2000년 시작된 유품정리업체 수가 현재 1000여 개 달하는 데다 자격증 제도로 유품정리사를 양성하고 있다”며 “우리는 전문교육 기관은커녕 자격증도 없는 게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