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충돌·경찰 고소…대학가에서 심화되는 한·중 '홍콩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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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홍콩 민주화 시위를 둘러싼 한국 대학생과 중국인 유학생간 갈등이 확산되고 있다. 한국 학생들이 대학 캠퍼스에 붙인 대자보와 현수막을 중국인 유학생들이 훼손하거나 철거하면서 일부는 몸싸움과 언쟁을 벌이고, 경찰에 고소장을 내는 등 사태가 격화되는 모양새다.
◆"한국 표현의 자유 위협" vs "중국 내정간섭 말라"
지난 13일과 14일 한양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레넌 벽’을 놓고 한국 학생들과 중국 유학생들이 맞섰다. 레넌 벽은 학생과 시민들이 포스트잇으로 응원의 문구를 붙여 지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13일 한양대 학생들이 인문대 1층에 대자보를 붙이자 중국인 유학생 수십여명이 모여 “홍콩 시위 지지는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어깨를 밀치는 등 몸싸움이 있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4일과 지난 4일 연세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교내에 건 현수막이 두 차례 연속 사라졌다. 현수막에는 ‘Liberat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 11일 고려대에서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붙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조각난 채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한국외대에서도 레넌 벽이 훼손돼 총학생회가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학생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침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 A씨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One China(하나의 중국)’ 같은 대자보를 붙인다고 해도 한국에서 이를 찢거나 붙인 사람을 때리는 일은 없지 않느냐”며 “한국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한국 학생들의 홍콩 지지 행동을 훼방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3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이날 오후 열린 홍콩 민주 항쟁 토론회를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들이 커뮤니티에서 토론회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작성자가 올린 SNS 캡쳐 사진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홍콩 민주 항쟁 토론회 팜플랫과 함께 ‘토론회를 파괴하러 갈 친구들을 모은다’는 글을 게시했다. ◆연세대 학생, 경찰에 고소…중국대사관 "학생 대립 유감"
이같은 갈등은 대학 캠퍼스 밖으로도 번졌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은 지난 12일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수막이 철거된 후 단체가 받은 제보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현수막을 떼어간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관계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철거 모두 고소장에 포함됐다”며 “철거 현장을 영상과 녹취로 확보해 수사를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서는 재물손괴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형법 366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기록을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15일에는 주한중국대사관은 한국 학생들에게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대변인 담화를 게시하고 “최근 홍콩 정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관련 사실이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의 일부 지역, 특히 개별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과 한국의 일부 청년 학생들이 감정 대립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청년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대해 분개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리에 맞는 일”이라며 “중국 정부는 해외 중국 국민들이 현지 법률과 법규를 준수하고, 이성적으로 애국 열정을 표현하며,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데 주의하도록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대학가에서 홍콩 지지 시위가 확산되는 추세인 만큼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중국대사관의 담화에 대해 즉각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3일 서울대 내 학생회 등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
◆"한국 표현의 자유 위협" vs "중국 내정간섭 말라"
지난 13일과 14일 한양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자보와 ‘레넌 벽’을 놓고 한국 학생들과 중국 유학생들이 맞섰다. 레넌 벽은 학생과 시민들이 포스트잇으로 응원의 문구를 붙여 지지를 보내는 방식이다. 13일 한양대 학생들이 인문대 1층에 대자보를 붙이자 중국인 유학생 수십여명이 모여 “홍콩 시위 지지는 중국에 대한 내정간섭”이라며 반발했고, 그 과정에서 어깨를 밀치는 등 몸싸움이 있었다. 이보다 앞선 지난달 24일과 지난 4일 연세대에서는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학생들이 교내에 건 현수막이 두 차례 연속 사라졌다. 현수막에는 ‘Liberate Hong Kong(홍콩을 해방하라)’ 등의 문구가 쓰여 있었다. 지난 11일 고려대에서는 ‘노동자연대 고려대모임’이 붙인 홍콩 시위 지지 대자보가 조각난 채 쓰레기통에서 발견됐다는 목격담이 올라왔다. 한국외대에서도 레넌 벽이 훼손돼 총학생회가 “비민주적이고 폭력적인 행위를 강력하게 규탄한다”고 발표했다.
한국 학생들은 중국 유학생들이 표현의 자유를 폭력적인 방식으로 침해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 A씨는 “중국인 유학생들이 ‘One China(하나의 중국)’ 같은 대자보를 붙인다고 해도 한국에서 이를 찢거나 붙인 사람을 때리는 일은 없지 않느냐”며 “한국의 표현의 자유와 민주주의 시스템에 대한 위협으로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 유학생들이 웨이보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조직적으로 한국 학생들의 홍콩 지지 행동을 훼방놓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지난 13일 고려대 온라인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이날 오후 열린 홍콩 민주 항쟁 토론회를 앞두고 중국인 유학생들이 커뮤니티에서 토론회를 무산시키려 한다는 글도 올라왔다. 작성자가 올린 SNS 캡쳐 사진에 따르면 중국인 유학생으로 추정되는 글쓴이는 홍콩 민주 항쟁 토론회 팜플랫과 함께 ‘토론회를 파괴하러 갈 친구들을 모은다’는 글을 게시했다. ◆연세대 학생, 경찰에 고소…중국대사관 "학생 대립 유감"
이같은 갈등은 대학 캠퍼스 밖으로도 번졌다. ‘홍콩을 지지하는 연세대학교 한국인 대학생들’은 지난 12일 서대문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현수막이 철거된 후 단체가 받은 제보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인물들이 현수막을 떼어간 내용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체 관계자는 “첫 번째와 두 번째 철거 모두 고소장에 포함됐다”며 “철거 현장을 영상과 녹취로 확보해 수사를 문의했다”고 설명했다. 서대문서는 재물손괴죄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형법 366조에 따르면 타인의 재물, 문서 또는 기록을 훼손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받을 수 있다.
15일에는 주한중국대사관은 한국 학생들에게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 입장에 대한 이해를 구했다. 주한중국대사관은 홈페이지에 대변인 담화를 게시하고 “최근 홍콩 정세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며 “관련 사실이 있는 그대로 객관적으로 반영되지 않고 있고, 이로 인해 한국의 일부 지역, 특히 개별 대학 캠퍼스에서 중국과 한국의 일부 청년 학생들이 감정 대립을 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어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국 청년 학생들이 중국의 주권을 훼손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언행에 대해 분개와 반대를 표하는 것은 당연하며 사리에 맞는 일”이라며 “중국 정부는 해외 중국 국민들이 현지 법률과 법규를 준수하고, 이성적으로 애국 열정을 표현하며, 자신의 안전을 지키는데 주의하도록 일관되게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한국 대학가에서 홍콩 지지 시위가 확산되는 추세인 만큼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홍콩 시위를 지지하는 대학생들이 모인 ‘홍콩의 진실을 알리는 학생모임’은 중국대사관의 담화에 대해 즉각 “심히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오는 23일 서울대 내 학생회 등과 함께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