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형 中 로펌' 잉커 한국 상륙…국내 로펌들 "협업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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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팡 이어 두 번째 국내 진출
각종 특허분쟁·현지 파산절차 등
中 진출 한국기업 자문 수요 늘어
각종 특허분쟁·현지 파산절차 등
中 진출 한국기업 자문 수요 늘어
중국 초대형 글로벌 로펌 잉커(盈科)의 한국 진출에 법조계와 중국 투자 기업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잉커는 한국 기업의 중국 투자(아웃바운드), 중국 기업의 한국 투자(인바운드)와 관련한 법률 수요가 지속적으로 발생해 한국 시장 진출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리팡, 잉커 등 중국계 로펌의 잇단 진출은 국내 로펌들에도 기회가 되고 있다. 중국 로펌은 중국법과 관련한 자문만 할 수 있어 한국에서 영업하려면 국내 로펌과의 협력이 필수다. 지난 18일 서울 종로구 JW메리어트동대문스퀘어호텔에서 열린 잉커 한국사무소 창립기념식에 국내 대형 로펌 관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배경이다. 업계에선 다른 중국계 로펌의 한국 진출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중국에서 특허 분쟁, 파산 자문 늘어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로펌 잉커의 한국사무소(대표 주추이잉 중국변호사)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열고 중국변호사 2명(1명 채용 예정)으로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소속 변호사가 8300여 명에 달하는 잉커는 변호사 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고 74개 현지 지사를 둔 초대형 로펌이다. 중국 로펌의 한국 진출은 지난해 4월 리팡에 이어 두 번째다.
기존에 로고스 등 국내 로펌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 업무를 처리해온 잉커가 직접 지사를 세운 이유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자문 수요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 기업과 국내 로펌 사이에서 중개나 보조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법 관련 업무 전반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추이잉 대표는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 기술력 있는 중견기업의 중국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중국변호사 2~3명을 추가로 영입하는 등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소송에 빈번하게 휘말리는 점도 중국계 로펌의 진출 이유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각종 특허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산업계와 로펌업계의 설명이다. 지식재산권 전문 부티크로펌으로 지난해 중국 로펌 최초로 한국에 진출한 리팡은 이 점을 노렸다. 한령호 리팡 서울사무소 대표(중국변호사)는 “현지 특허 출원은 거의 매일 이뤄지고,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특허권을 침해당하거나 반대로 중국 기업으로부터 피소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에서 채권을 회수하거나 한국 판결을 중국에서 집행하는 문제 등으로 로펌을 찾는 기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중국에 진출했다가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기업의 자문 수요도 늘고 있다. 중국 사업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법률적 문제가 만만치 않아서다. 한 대표는 “회사 자산보다 채무가 많아서 부도가 났을 경우 일반적 청산으로는 처리하지 못하고 파산해야 하는데, 제출해야 할 서류가 복잡해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법과 중국이 당사국인 국제조약·국제공법에 관한 법률자문만 할 수 있어 한국법에 전문성을 갖춘 국내 로펌과의 협력이 필수다. 국경을 넘어선 인수합병,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내 투자 등 사건에서 한국법과 규제는 한국 로펌이, 중국법과 규제는 중국 로펌이 맡는 식이다. 본사에서 한국 관련 업무가 발생했을 때 적합한 한국 로펌을 소개해주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미국 로펌 22곳으로 가장 많이 진출
2012년 법률 시장 개방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은 29곳이다. 미국계 로펌이 22곳으로 가장 많고 영국계 4곳, 중국계 2곳, 호주계 1곳 순이다. 이들은 한국 법무부에서 설립인가를 받아야 하고 자국법에 대한 자문만 할 수 있어 정식 명칭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다. 그동안 영미권 로펌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지난해부터 중국과 호주 로펌 등 다양한 국적의 로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7년 전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대형 로펌인 심슨대처와 맥더모트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각각 한국사무소를 철수했다.
대부분 내로라하는 글로벌 로펌이지만 한국 지사는 소속 변호사가 적게는 한 명에서 많아봐야 십수 명의 소규모다. 업계에선 지나치게 엄격한 외국법자문사법 규제가 외국 로펌 지사의 한국 정착과 확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 로펌은 한국변호사는 물론 법무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을 고용할 수 없다. 한국변호사와 동업하기 위해선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한국변호사의 지분이 51% 이상이어야 하고 변호사 경력이나 숫자에 제한을 두는 등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한 미국계 로펌 대표변호사는 “특정 분야나 파트너 변호사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업무 영역을 넓히지 못한 외국 로펌은 한계가 있다”며 “내년에 한두 군데 더 철수하는 로펌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중국 최대 로펌 잉커의 한국사무소(대표 주추이잉 중국변호사)는 서울 서초동에 사무실을 열고 중국변호사 2명(1명 채용 예정)으로 국내 영업을 시작했다. 소속 변호사가 8300여 명에 달하는 잉커는 변호사 수 기준으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중국 베이징에 본사가 있고 74개 현지 지사를 둔 초대형 로펌이다. 중국 로펌의 한국 진출은 지난해 4월 리팡에 이어 두 번째다.
기존에 로고스 등 국내 로펌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한국 기업 업무를 처리해온 잉커가 직접 지사를 세운 이유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의 자문 수요가 끊이지 않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한국 기업과 국내 로펌 사이에서 중개나 보조 역할을 하는 데 그치지 않고 중국법 관련 업무 전반을 주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추이잉 대표는 “한·중 관계가 개선되면 기술력 있는 중견기업의 중국 진출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며 “중국변호사 2~3명을 추가로 영입하는 등 규모를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소송에 빈번하게 휘말리는 점도 중국계 로펌의 진출 이유 중 하나다. 그중에서도 각종 특허 분쟁이 늘어나는 추세라는 게 산업계와 로펌업계의 설명이다. 지식재산권 전문 부티크로펌으로 지난해 중국 로펌 최초로 한국에 진출한 리팡은 이 점을 노렸다. 한령호 리팡 서울사무소 대표(중국변호사)는 “현지 특허 출원은 거의 매일 이뤄지고, 한국 기업이 중국에서 특허권을 침해당하거나 반대로 중국 기업으로부터 피소당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이 밖에 중국에서 채권을 회수하거나 한국 판결을 중국에서 집행하는 문제 등으로 로펌을 찾는 기업이 많다는 설명이다.
중국에 진출했다가 사업을 접고 철수하는 기업의 자문 수요도 늘고 있다. 중국 사업을 철수하는 과정에서 맞닥뜨리는 법률적 문제가 만만치 않아서다. 한 대표는 “회사 자산보다 채무가 많아서 부도가 났을 경우 일반적 청산으로는 처리하지 못하고 파산해야 하는데, 제출해야 할 서류가 복잡해 변호사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들은 중국법과 중국이 당사국인 국제조약·국제공법에 관한 법률자문만 할 수 있어 한국법에 전문성을 갖춘 국내 로펌과의 협력이 필수다. 국경을 넘어선 인수합병, 외국계 사모펀드의 국내 투자 등 사건에서 한국법과 규제는 한국 로펌이, 중국법과 규제는 중국 로펌이 맡는 식이다. 본사에서 한국 관련 업무가 발생했을 때 적합한 한국 로펌을 소개해주는 것도 이들의 업무다.
미국 로펌 22곳으로 가장 많이 진출
2012년 법률 시장 개방 이후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로펌은 29곳이다. 미국계 로펌이 22곳으로 가장 많고 영국계 4곳, 중국계 2곳, 호주계 1곳 순이다. 이들은 한국 법무부에서 설립인가를 받아야 하고 자국법에 대한 자문만 할 수 있어 정식 명칭은 ‘외국법자문법률사무소’다. 그동안 영미권 로펌이 다수를 차지했으나 지난해부터 중국과 호주 로펌 등 다양한 국적의 로펌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7년 전 국내에 진출한 미국계 대형 로펌인 심슨대처와 맥더모트는 지난해 11월과 올해 7월 각각 한국사무소를 철수했다.
대부분 내로라하는 글로벌 로펌이지만 한국 지사는 소속 변호사가 적게는 한 명에서 많아봐야 십수 명의 소규모다. 업계에선 지나치게 엄격한 외국법자문사법 규제가 외국 로펌 지사의 한국 정착과 확장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법에 따르면 외국 로펌은 한국변호사는 물론 법무사 변리사 공인회계사 세무사 관세사 등을 고용할 수 없다. 한국변호사와 동업하기 위해선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해야 하는데, 한국변호사의 지분이 51% 이상이어야 하고 변호사 경력이나 숫자에 제한을 두는 등 조건을 맞추기가 까다롭다. 한 미국계 로펌 대표변호사는 “특정 분야나 파트너 변호사 개인에게 지나치게 의존해 업무 영역을 넓히지 못한 외국 로펌은 한계가 있다”며 “내년에 한두 군데 더 철수하는 로펌이 나올 것 같다”고 말했다.
신연수 기자 s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