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국세청과의 세금 환급 소송에서 최종 승소해 약 1조원을 돌려받게 됐다. ‘단군 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 불린 용산역세권개발사업 무산을 두고 벌어진 역대 최대규모 조세 소송이 2014년 5월 소 제기이후 5년 8개월여만에 종지부를 찍게 된 것이다.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본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법원 특별3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코레일이 대전세무서를 상대로 낸 ‘법인세 경정거부처분 취소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2016년 11월 상고심이 접수된 지 3년 2개월만이다.

이에 따라 코레일은 국세 8800억원, 지방세 880억원 및 환급가산금(이자 성격) 등 1조원 가량을 돌려 받게 됐다. 만성적인 적자와 높은 부채비율로 어려움을 겪은 코레일은 이번 판결로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코레일측 대리는 법무법인 세종과 태평양이 맡았고, 국세청 대리는 법무법인 대륙아주와 가온이 맡았다. 코레일의 법인세 환급 소송을 대리한 세종은 조춘(사법연수원 19기)·윤재윤(11기)·변희찬(16기)·조용준 변호사(17기) 등이 주도했다. 코레일 자문과 민사소송, 환급소송 등을 대리한 태평양은 조일영(21기)·한위수(12기)·송우철(16기)·유철형(23기)·장성두(36기) 변호사 등이 이끌었다.

이번 소송의 주요 쟁점은 계약해지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권'인정 여부였다. 보통 납세자가 과다하게 세금을 납부했을 경우 일정 기간내에 '경정 청구'제도를 통해 잘못낸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일정 기한을 넘겨 오래된 사건의 경우에도 납세자 세금의 기초가 된 거래 또는 행위 등이 소송 등을 통해 달라진 것으로 확정되면 '후발적 경정청구'제도를 통해 구제받을 수 있다. 이번 사건의 경우 계약해지가 변수로 작용하면서 후발적 경정청구권과 관련한 다툼이 벌어졌다.

2007년 사업비만 31조원에 달하는 용산개발사업이 추진되면서 코레일은 2011년까지 5차례에 걸쳐 용산 철도차량기지 부지를 사업시행사에 8조원에 팔았다. 이 과정에서 코레일은 약 8800억원 상당의 법인세를 냈다. 하지만 2013년 4월 용산사업이 백지화되자, 토지 매매계약 역시 해지됐고, 코레일은 대금을 시행사측에 돌려주고, 후발적 경정청구에 따른 세금 환급을 국세청에 요구했다. 코레일은 조세심판원에 조세 불복 심판을 청구했으나 기각당했고, 2014년 5월 법인세 경정거부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국세청은 계약해지를 두고 쌍방간 민사소송 등 다툼이 있을 경우, 이를 판결을 통해 완벽히 해소한 시점부터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보여왔다. 코레일과 시행사측의 민사소송이 진행중이었는 데, 이 결과를 보고 경정청구를 하라는 것이다. 또 국세청은 법인세를 바로 돌려줄 순 없고, 앞으로 낼 세금에서 연차적으로 차감해주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코레일과 법무법인 세종, 태평양측은 용산개발사업이 무산된 상황에서 계약해지에 대한 의사를 이미 표명했기 때문에 후발적 경정청구가 바로 가능하다는 논리를 펼쳤다. 민사소송 확정 여부와는 관련이 없이 국세기본법에 따라 의사표시를 한 것만으로 계약 해제가 인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 국세기본법 시행령은 계약해제권 행사에 의해 계약이 해제된 사실을 경정청구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

2015년 1월 1심 재판부에 이어 2016년 10월 2심 재판부 모두 코레일과 시행사측 계약이 적법하게 해지됐고, 코레일이 얻을 이익이 사라졌으니 후발적 경정청구도 받아들여져야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역시 "계약이 해제권 행사에 의해 해제되었음이 증명된 이상 그에 관한 소송의 판결에 의해 해제 여부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일영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이번 판결은 규모뿐만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계약 해제와 관련된 후발적 경정청구사유의 요건 및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는 한편,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해 마련된 후발적 경청청구제도의 적용범위를 함부로 제한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 점에서 매우 중요한 선례적 가치를 가지는 판결”이라며 "향후 과세실무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조춘 법무법인 세종 변호사도 "기업간 계약해지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계약해지에 관한 확정 판결이 나오지 않았더라도, 적법하게 의사표시가 된 시점부터 해지시점이라는 명확한 판례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