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하려고 5시간 줄 서다니…70 평생 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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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하나로마트 마스크 판매현장 가보니…
오전 9시에 700여명 긴 줄
60~70대 고령자가 60% 이상
3~4명 가족 단위 대기자도
최초 대기자 줄 선 지 5시간 만인
오전 10시 번호표 배부 시작
15분 만에 "480명 물량 동났다"
오전 9시에 700여명 긴 줄
60~70대 고령자가 60% 이상
3~4명 가족 단위 대기자도
최초 대기자 줄 선 지 5시간 만인
오전 10시 번호표 배부 시작
15분 만에 "480명 물량 동났다"
4일 오전 7시55분 서울 관악구 신림동 농협 하나로마트 관악농협본점 앞. 체감온도가 영하로 떨어진 쌀쌀한 날씨지만 매장 앞에는 ‘공적 마스크’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얼핏 봐도 150명 가까이 됐다. 전날 이 매장에서 판 마스크는 모두 750장. 1인당 다섯 장씩 모두 150명분이다. 횡단보도 신호가 바뀌자 기자와 같이 서 있던 시민 4명이 길게 늘어선 줄을 향해 일제히 뛰기 시작했다. 횡단보도 신호가 한 번 바뀐 사이 줄을 선 사람은 10여 명이 더 늘었다. 기자 뒤에 줄을 선 박모씨(62)는 “어제는 오전 9시에 와서 샀는데 오늘은 1시간 먼저 왔는데도 살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혀를 내둘렀다.
“오전 5시부터 번호표 기다려”
이날 농협이 전국 2219개 하나로마트 지점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마스크 물량은 100만 장. 2일과 3일 각각 70만 장에서 30만 장이 더 늘었다. 하지만 시민의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오전 9시가 다가오자 하나로마트 관악농협본점 앞엔 7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줄을 섰다. 접이식 간이 의자를 들고나와 ‘장기전’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60대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었지만 20대는 물론 가족 단위로 온 시민도 있었다.
정모씨(20)는 “온라인에서 마스크 판매 사이트 10곳을 즐겨찾기로 등록해놓고 틈틈이 마스크를 찾았지만 사지 못했다”며 “스무 살 넘어서 대학교가 아니라 마트 앞에서 줄을 서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온 사람은 오전 5시에 줄을 섰다는 78세 이모 할아버지였다. 그는 “번호표를 빨리 받으러 일찍 나왔다”며 “그런데 언제 번호표를 주는지라도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오전 9시가 되자 다른 대기자들 사이에서도 “번호표를 왜 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나로마트 직원이 나와 “아직 마스크 수량이 확정되지 않아 번호표를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30분쯤 지난 뒤 이 직원은 “번호표를 자르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소리쳤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행인이 “아침부터 줄까지 서가면서 마스크를 사고 싶냐”며 힐난하듯 말하자, 줄을 서 있던 김모 할머니(70)는 “행인들과 버스 승객들이 쳐다봐 부끄럽다”며 “정부가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한 번도 경험 못 한 일들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남성 윤모씨(67)는 “21세기에 한국에서 마스크 산다고 시민들 줄을 세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가 정말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오전 9시50분이 되자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이 나타나 현장을 통제했다. “480명분 물량이 확보됐다”는 직원 안내에 따라 최초 대기자가 줄을 선 지 4시간50여 분 만에 번호표 배부가 시작됐다. 번호표 배부는 15분 만에 끝났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빈손으로 가란 말이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날 이 매장에선 번호표를 가져온 사람에 한해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KF94 마스크 다섯 장을 6250원에 판매했다.
번호표 배부가 끝난 뒤에도 하나로마트 내부는 여전히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 30여 명이 매장 내에 있는 약국 앞에 줄을 섰다. 직원이 와서 “약국엔 마스크가 소량 입고돼 줄을 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장 관계자는 “10~15초마다 마스크 구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어 다른 일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판매시간·판매물량 제각각
일부 매장은 마스크 판매 시간이 달랐다. 서울축협월곡점은 오전 9시부터 마스크 330명분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시간을 오후 2시로 알고 뒤늦게 온 사람들은 허탕을 쳤다. 줄을 선 시민 일부가 “새치기를 한다”며 말다툼을 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 지점에선 번호표를 지급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인원을 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직원 수가 적은 매장은 오후 2시에 팔면 상품 배송 등 기존 업무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적 마스크 공급처인 우체국에서도 시민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에 있는 퇴계원우체국에선 1인당 다섯 장씩 마스크 85명분을 판매했다. 88번째로 줄을 서 마스크를 못 산 이혜선 씨(42)는 “집에 자녀만 4명인데 마스크가 없다”며 “4시간을 기다렸는데 빈손으로 가려니 너무 허탈하다”고 했다.
이주현/남양주=배태웅 기자 deep@hankyung.com
“오전 5시부터 번호표 기다려”
이날 농협이 전국 2219개 하나로마트 지점을 통해 공급하기로 한 마스크 물량은 100만 장. 2일과 3일 각각 70만 장에서 30만 장이 더 늘었다. 하지만 시민의 마스크 수요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했다. 오전 9시가 다가오자 하나로마트 관악농협본점 앞엔 700여 명이 넘는 시민이 줄을 섰다. 접이식 간이 의자를 들고나와 ‘장기전’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었다. 60대 이상 고령자가 절반이 넘었지만 20대는 물론 가족 단위로 온 시민도 있었다.
정모씨(20)는 “온라인에서 마스크 판매 사이트 10곳을 즐겨찾기로 등록해놓고 틈틈이 마스크를 찾았지만 사지 못했다”며 “스무 살 넘어서 대학교가 아니라 마트 앞에서 줄을 서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날 가장 먼저 온 사람은 오전 5시에 줄을 섰다는 78세 이모 할아버지였다. 그는 “번호표를 빨리 받으러 일찍 나왔다”며 “그런데 언제 번호표를 주는지라도 알려줘야 할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트렸다.
오전 9시가 되자 다른 대기자들 사이에서도 “번호표를 왜 주지 않느냐”는 불만이 이곳저곳에서 터져 나왔다. 하나로마트 직원이 나와 “아직 마스크 수량이 확정되지 않아 번호표를 줄 수 없다”며 고개를 숙였다. 30분쯤 지난 뒤 이 직원은 “번호표를 자르고 있으니 조금만 더 기다려 달라”고 소리쳤다.
자전거를 타고 지나가던 행인이 “아침부터 줄까지 서가면서 마스크를 사고 싶냐”며 힐난하듯 말하자, 줄을 서 있던 김모 할머니(70)는 “행인들과 버스 승객들이 쳐다봐 부끄럽다”며 “정부가 평화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더니 한 번도 경험 못 한 일들만 만들고 있다”고 했다. 남성 윤모씨(67)는 “21세기에 한국에서 마스크 산다고 시민들 줄을 세우는 게 말이 되느냐”며 “정부가 정말로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오전 9시50분이 되자 관악경찰서 소속 경찰 4명이 나타나 현장을 통제했다. “480명분 물량이 확보됐다”는 직원 안내에 따라 최초 대기자가 줄을 선 지 4시간50여 분 만에 번호표 배부가 시작됐다. 번호표 배부는 15분 만에 끝났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들은 “1시간 넘게 기다렸는데 빈손으로 가란 말이냐”며 불만을 터트렸다. 이날 이 매장에선 번호표를 가져온 사람에 한해 오후 2시부터 2시간 동안 KF94 마스크 다섯 장을 6250원에 판매했다.
번호표 배부가 끝난 뒤에도 하나로마트 내부는 여전히 마스크를 찾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번호표를 받지 못한 시민 30여 명이 매장 내에 있는 약국 앞에 줄을 섰다. 직원이 와서 “약국엔 마스크가 소량 입고돼 줄을 서도 마스크를 구하지 못할 수 있다”고 했지만 시민들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매장 관계자는 “10~15초마다 마스크 구매를 문의하는 전화가 오고 있어 다른 일은 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하소연했다. 판매시간·판매물량 제각각
일부 매장은 마스크 판매 시간이 달랐다. 서울축협월곡점은 오전 9시부터 마스크 330명분 판매를 시작했다. 판매 시간을 오후 2시로 알고 뒤늦게 온 사람들은 허탕을 쳤다. 줄을 선 시민 일부가 “새치기를 한다”며 말다툼을 하는 상황도 빚어졌다. 이 지점에선 번호표를 지급하지 않고 직원들이 직접 인원을 셌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직원 수가 적은 매장은 오후 2시에 팔면 상품 배송 등 기존 업무를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공적 마스크 공급처인 우체국에서도 시민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이날 경기 남양주시 퇴계원읍에 있는 퇴계원우체국에선 1인당 다섯 장씩 마스크 85명분을 판매했다. 88번째로 줄을 서 마스크를 못 산 이혜선 씨(42)는 “집에 자녀만 4명인데 마스크가 없다”며 “4시간을 기다렸는데 빈손으로 가려니 너무 허탈하다”고 했다.
이주현/남양주=배태웅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