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영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왼쪽)와 이권형 연구원.  /UNIST 제공
이상영 UNIST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왼쪽)와 이권형 연구원. /UNIST 제공
UNIST(울산과학기술원)는 이상영 에너지 및 화학공학부 교수 연구팀이 사람 지문보다 작아 집적회로(IC) 칩 등 전자부품과 일체화가 가능한 초소형 슈퍼 커패시터를 개발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슈퍼 커패시터는 탄소 소재의 활성탄에서 전자가 붙고 떨어지는 현상을 이용해 전기를 저장하고 사용하는 일종의 초고용량 전지를 말한다. 리튬을 쓰는 2차전지보다 출력이 크고 수명이 긴 장점이 있다. 반도체 제작 공정을 통하면 초소형화도 가능해 사물인터넷(IoT) 기기와 입는 전자기기(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에 적합하다. 초소형 슈퍼 커패시터를 전자부품에 직접 연결해 전원 일체형 전자기기를 제작할 수 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그러나 반도체 제작 공정 중 발생하는 열과 화학물질에 의해 전자부품이 손상될 우려가 있어 그동안 전자부품에 직접 슈퍼 커패시터를 결합하기가 쉽지 않았다. 잉크젯 프린팅으로 전자부품 위에 슈퍼 커패시터를 결합하는 방식도 정밀도가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 교수팀은 ‘전기수력학 프린팅’ 기법을 이용해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전극물질과 전해질을 잉크처럼 써서 부품 위에 찍어내는 방식은 잉크젯 프린팅과 같지만 정전기적 힘으로 잉크가 번지는 현상을 줄여 정밀도를 높였다. 이 기법을 쓰면 선폭 1㎛(마이크로미터·1㎛는 100만 분의 1m) 이하까지 정밀하게 프린팅이 가능하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전기수력학 프린팅 기법으로 동전보다 작은 칩 위에 36개 전지(슈퍼 커패시터)를 직렬 연결한 모습.  /UNIST 제공
전기수력학 프린팅 기법으로 동전보다 작은 칩 위에 36개 전지(슈퍼 커패시터)를 직렬 연결한 모습. /UNIST 제공
연구진은 이 기법으로 가로 8㎜, 세로 8㎜ 크기의 칩에 전지 36개를 만들어 직렬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이 전지들은 온도 80도에서도 잘 작동해 실제 전자부품 작동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열에도 견딜 수 있다. 또 이 전지들은 병렬이나 직렬로 자유롭게 연결할 수 있어 소형기기에 맞춤형 전원 공급이 가능하다. 이 교수는 “이 기술은 IC칩처럼 좁은 기판 위에 전지를 고밀도로 집적해 공간 제약 없이 전지 성능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다”며 “다른 전기화학 시스템과 장치에도 확장 적용할 수 있어 IoT 시대를 여는 발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