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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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자금난을 견디지 못한 기업과 개인의 파산신청이 크게 늘고 있다. 15일 대법원이 주광덕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월 서울회생법원을 비롯한 전국 14개 법원의 파산신청 접수 건수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개인이 19.2%, 법인은 12.6%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영향을 미친 3월 1~11일에는 대구·경북지역에서 개인파산이 17.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법원의 한 판사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대구지법이 2월 하순부터 지금까지 사실상 휴정기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시장의 회생·파산 수요는 훨씬 더 크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기간에 서울회생법원이 접수한 개인파산 신청 건수도 319건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36.9% 증가했다. 인천지법은 54.4%, 대전지법은 49.2%로 폭증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시간제·일용직 등 단기 일자리가 없어지면서 빚에 허덕이는 저신용자들이 개인회생이나 개인파산으로 내몰리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개인파산 14% 증가…8년만에 최고

지난 2월 법원이 접수한 개인파산과 법인파산이 전년 동월과 전월 대비 모두 두 자릿수 늘었다. 수도권과 부산·울산·경남지역에 불어닥친 경기 한파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까지 더해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처한 가계와 기업이 모두 한계에 몰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15일 대법원이 주광덕 미래통합당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전국 14개 법원은 3741건의 개인파산을 접수했다. 지난해 2월보다 19.2% 늘어난 수치다. 법인파산 신청도 80건으로 전년 동월보다 12.6% 증가했다. 전달에 비해서도 개인파산(14.2%) 법인파산(12.6%) 개인회생(6.9%) 법인회생(20.0%) 모두 증가했다. 전월 대비 증가율로는 법인회생은 6년, 개인회생·파산은 8년 만의 최고치였다.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으로 2월 신청 건수가 1월보다 늘어난 것에 주목하고 있다. 통상 2월은 법원 정기 인사로 판사가 교체되는 시기여서 변호사들이 사건 신청을 꺼려 파산 및 회생 신청 건수가 전월보다 적었다. 게다가 올해는 법원행정처가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달 24일부터 전국 법원에 휴정을 권고해 접수 업무도 정상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 판사는 “음식·숙박·소매업체와 소상공인 및 영세 자영업자들이 위기에 몰리면서 휴직자와 실업자가 늘고 있다”며 “법인보다는 취약한 개인부터 먼저 회생·파산 신청이 급증하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 1일부터 11일까지 서울회생법원의 개인회생 접수 건수는 520건으로 전년 동기보다 22% 늘었고, 부산지법은 34.1% 급증했다. 개인파산은 인천지법이 147건에서 227건으로 54.4% 급증했고 대전지법도 49.2% 증가했다.

지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하던 자동차, 조선, 기계업종 등 전통 제조업의 위기가 가계로 전이된 것도 개인회생·파산 신청 급증의 배경이다. 개인회생·파산 접수가 전월 대비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은 성동조선해양 관할법원인 창원지법이었다. 창원지법은 2월 개인파산(330건)과 개인회생(488건) 접수가 각각 21.3%, 25.7% 급증했다.

한 지방법원 파산부 판사는 “조선기자재업체가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 작년엔 창원지역의 법인파산이 급증했다”며 “이 여파가 올해 개별 근로자 가정으로 이어지면서 개인파산과 회생이 증가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