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벌부터 연예인까지…"도대체 프로포폴이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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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리포트-반복되는 유명인 프로포폴 스캔들
프로포폴, 도파민 수치 높여 '극도의 행복감'
스트레스·불면증 해소하려다 의존
프로포폴, 도파민 수치 높여 '극도의 행복감'
스트레스·불면증 해소하려다 의존
또 프로포폴이다. 유명인의 불법 프로포폴 투약 의혹은 매년 끊이지 않는다. 최근 1년새 경찰이나 검찰이 조사한 사건만 열 건이 넘는다. 올 들어선 배우 하정우 등이 프로포폴 상습 투약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프로포폴 스캔들은 ‘잊을만 하면 터진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 23일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로 내사를 종결했다. 불법 투약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찾는 데 실패했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불법 투약 의혹이 제기된 이 사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이 사장의 주장대로 질병 치료목적이라면 감안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이 논쟁은 똑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대체 프로포폴이 뭐기에?”
○2011년부터 마약류로 분류
프로포폴은 흰색 액체 형태의 약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수면마취제다. 형태가 우유를 연상시켜 ‘우유주사’라고도 불린다. 다른 마취제에 비해 쉽게 잠들고 깨는 게 장점이다. 시술이나 간단한 수술, 신체검사 등에서 가벼운 마취가 필요할 때 주로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먀약류)’로 분류한 것은 2011년이다. 일반적인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체적인 중독성을 유발하지만, 프로포폴은 중독까지 이르진 않는다. 다만 프로포폴 투약 후 나타나는 ‘깊은 잠을 잔 듯한 느낌’으로 정신적인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치료목적 외에는 투약을 제한한 이유다.
그럼에도 유명인의 불법 투약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프로포폴이 주는 ‘행복감’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뇌에 수면신호를 보내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인다. 이때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이 마비되면서 도파민이 다량 분비된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도파민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통상 재벌가 인사나 연예인 등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피로감, 불면증 등에 시달릴 때 프로포폴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채승석 전 애경 개발 대표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배우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도 2013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으로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부분 불법 투약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2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 제기된 배우 하정우 측도 “얼굴 부위 흉터 치료 목적일뿐 불법 투약은 아니다”라고 했다. ○투약량 확인 어려워…추적 불가
경찰에 따르면 프로포폴 상습 투약 여부는 사실상 ‘끝까지’ 추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체 검사로 프로포폴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몸에 남지 않아, 신체 검사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투약했는지를 따지기 어렵다.
투약기록지가 없으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의 진술을 토대로 투약량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병원의 프로포폴 사용량은 확인 가능하지만 폐기량은 확인이 안 된다. 병원은 프로포폴을 2년간 보관하다가 남으면 폐기해야 한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병원에서 이 사장의 투약기록지를 분실하면서 불법성 여부를 따질 근거가 없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남용 여부를 확인하려면 구체적으로 얼만큼 처방해서 투약했는지 알아야 하지만 이 사장의 투약량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의로 서류를 은닉하거나 파기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지만 혐의를 밝혀내진 못했다. 기록지를 분실한 것만으론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다. 법적 의무인 투약 기록을 안 한 점에 대해선 병원 측이 의료법상 처벌된다.
○최대 형량받는 사례 드물어
일각에선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약류관리법상 업무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습범의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상습 투약 여부는 투약기간, 투약량 등에 따른 7~8가지 기준의 판례에 의거한다. 이 판례를 토대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식약처 등 전문기관에 감정을 맡긴다.
하지만 최대 형량을 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7년 서울 서초구의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가 프로포폴에 중독된 단골 환자를 상대로 돈을 받고 상습 투약한 사건에서 의사 김모씨(37)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로부터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박모씨(37)와 김모씨(38)도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2013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2명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환자 2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은 확정 판결이 나는 데 대략 3~4년이 걸린다. 의사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는 등 긴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일이 많다.
정지은/양길성 기자 jeong@hankyung.com
지난 23일엔 서울 강남의 한 성형외과에서 상습적으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했다는 의혹을 받아온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에 대해 경찰이 무혐의로 내사를 종결했다. 불법 투약에 해당한다는 증거를 찾는 데 실패했다고 경찰 측은 설명했다. 사건은 일단락됐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선은 제각각이다. 불법 투약 의혹이 제기된 이 사장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는가 하면, 이 사장의 주장대로 질병 치료목적이라면 감안해야 한다는 옹호론도 나온다. 이 논쟁은 똑같은 질문으로 귀결된다. “도대체 프로포폴이 뭐기에?”
○2011년부터 마약류로 분류
프로포폴은 흰색 액체 형태의 약제를 정맥으로 투여하는 수면마취제다. 형태가 우유를 연상시켜 ‘우유주사’라고도 불린다. 다른 마취제에 비해 쉽게 잠들고 깨는 게 장점이다. 시술이나 간단한 수술, 신체검사 등에서 가벼운 마취가 필요할 때 주로 사용된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먀약류)’로 분류한 것은 2011년이다. 일반적인 마약류는 중추신경계에 작용해 신체적인 중독성을 유발하지만, 프로포폴은 중독까지 이르진 않는다. 다만 프로포폴 투약 후 나타나는 ‘깊은 잠을 잔 듯한 느낌’으로 정신적인 의존성이 생길 수 있다. 치료목적 외에는 투약을 제한한 이유다.
그럼에도 유명인의 불법 투약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것은 프로포폴이 주는 ‘행복감’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뇌에 수면신호를 보내는 ‘감마아미노뷰티르산(GABA)’ 수치를 높인다. 이때 뇌의 도파민 조절 기능이 마비되면서 도파민이 다량 분비된다. 도파민은 중추신경계에 있는 신경전달물질 중 하나다. 도파민 수치가 급격히 높아지면 극도의 행복감을 느끼게 된다.
통상 재벌가 인사나 연예인 등은 극심한 스트레스나 피로감, 불면증 등에 시달릴 때 프로포폴을 찾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부터는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의 셋째 아들인 채승석 전 애경 개발 대표가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배우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도 2013년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으로 각각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대부분 불법 투약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지난 2월 프로포폴 불법 투약 의혹이 제기된 배우 하정우 측도 “얼굴 부위 흉터 치료 목적일뿐 불법 투약은 아니다”라고 했다. ○투약량 확인 어려워…추적 불가
경찰에 따르면 프로포폴 상습 투약 여부는 사실상 ‘끝까지’ 추적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신체 검사로 프로포폴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프로포폴은 몸에 남지 않아, 신체 검사를 해도 시간이 지나면 얼마나 투약했는지를 따지기 어렵다.
투약기록지가 없으면 의사, 간호사 등 의료진의 진술을 토대로 투약량을 추정할 수밖에 없다. 병원의 프로포폴 사용량은 확인 가능하지만 폐기량은 확인이 안 된다. 병원은 프로포폴을 2년간 보관하다가 남으면 폐기해야 한다.
이부진 사장의 경우 병원에서 이 사장의 투약기록지를 분실하면서 불법성 여부를 따질 근거가 없어졌다. 경찰 관계자는 “오남용 여부를 확인하려면 구체적으로 얼만큼 처방해서 투약했는지 알아야 하지만 이 사장의 투약량은 확인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고의로 서류를 은닉하거나 파기했을 가능성까지 염두에 뒀지만 혐의를 밝혀내진 못했다. 기록지를 분실한 것만으론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다. 법적 의무인 투약 기록을 안 한 점에 대해선 병원 측이 의료법상 처벌된다.
○최대 형량받는 사례 드물어
일각에선 처벌 수위가 약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마약류관리법상 업무 외 목적으로 프로포폴을 투약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상습범의 경우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처벌할 수 있다. 상습 투약 여부는 투약기간, 투약량 등에 따른 7~8가지 기준의 판례에 의거한다. 이 판례를 토대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나 식약처 등 전문기관에 감정을 맡긴다.
하지만 최대 형량을 받는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2017년 서울 서초구의 피부과·성형외과 전문의가 프로포폴에 중독된 단골 환자를 상대로 돈을 받고 상습 투약한 사건에서 의사 김모씨(37)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김씨로부터 프로포폴을 투약받은 박모씨(37)와 김모씨(38)도 각각 벌금 500만원을 선고받는 데 그쳤다. 2013년 같은 혐의로 기소된 산부인과·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2명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환자 2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받았다.
프로포폴 불법 투약 사건은 확정 판결이 나는 데 대략 3~4년이 걸린다. 의사는 마약류 관리법 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실형을 받으면 의사면허가 취소된다. 이를 피하기 위해 대법원까지 가는 등 긴 법적 공방이 벌어지는 일이 많다.
정지은/양길성 기자 je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