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발(發) 대학 붕괴 시작됐다 [여기는 논설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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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강의, 등록금 논란, 수시 채용…거대한 변화의 전주곡
코로나발(發) 대학 붕괴 시작됐다
대학 붕괴가 생각보다 빨리 닥칠 조짐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 아니다. 이 보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을 이미 통째로 바꾸고 있으니 말이다. 바로 ‘대학의 종말’이다. 앞서 대학의 종말을 말했던 미래학자들도 코로나19 발생이 예측의 현실화를 이렇게 앞당길 줄 몰랐을 것이다.
◇ “향후 10년간 대학 절반 사라질 것” 현실화 가능성 ↑
대학 교육이 온라인화를 기본 인프라로 할 수밖에 없다면 전 세계적으로 몇 개의 대학이 필요할까? 교수의 이동과 인수합병(M&A) 등을 거치며 가장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과 온라인 콘텐츠를 보유한 대학만 살아남는다면 한국에서 생존할 교수와 대학은 얼마나 될까? 올해 초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10년간 전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나온 예측이다. 코로나로 인해 이 예측은 전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기간이 10년보다 앞당겨지거나 같은 기간이라도 사라질 대학이 더 증가하는 쪽으로 수정돼야 할 상황이다.
◇ 미국 하버드대도 구조조정 돌입
기금만 404억 달러(약 48조원)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미국 하버드대가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케이티 팝 하버드대 부총장은 “코로나19로 예산이 부족해 비용 절감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시그널이다.
미·중 충돌로 인한 중국 유학생 감소로 타격을 입은 미국 대학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교육이 완전한 온라인화로 돌아선 마당이다. 유럽 대학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대학이 받을 본격적인 타격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 소수의 글로벌 대학 플랫폼으로 재편될 가능성 ↑
경쟁력 있는 대학은 코로나 충격에 기존의 브랜드 가치를 십분 활용해 온라인 교육을 글로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교육 수요자가 특정 장소에 모이기 어렵게 됐을 뿐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성도 없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교육 콘텐츠에서 앞서가던 글로벌 대학이 탄탄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행정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교수를 보강해 전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선다면, 더 이상 특정한 물리적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의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대학으로 진화한다면, 학생은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전 세계에서 소수의 글로벌 대학 플랫폼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날이 곧 들이닥칠지 모른다.
◇ 정부도 못한 대학 구조개혁, 코로나가 해낸다
서울대가 2학기에도 온라인 강의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다른 대학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온라인 강의를 1학기를 넘어 2학까지 1년을 하게 되면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과거의 교육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의 확산은 기술적 장벽, 경제적 장벽, 사회적 장벽을 다 돌파할 때 일어난다, 온라인 강의는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됐고, 비용 등 경제적 요소도 변수가 아님이 확인됐다. 교수와 학생 모두 일단 맛을 보면서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마지막 장벽도 더 이상 걸림돌이 안된다는 점이 실증됐다.
교육이 비대면으로 가거나, 비대면을 기본으로 대면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갈 여지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경쟁의 판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강의가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교과목의 20%까지만 원격강의 편성이 가능한 기존의 대학과 사이버 대학 간 칸막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오프라인 대면 수업을 전제로 짜여진 정원과 교육과정, 학위 등 일체의 대학 정책과 규제도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온라인화가 교육의 베이스로 자리잡으면 그동안 국립대와 국립대법인을 하나로 묶자는 얘기가 평준화 논란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사립대 간 연합이나 동맹, 지역별 대학 클러스터가 탄생할 수도 있다. 대학에 퇴로를 열어달라는 입법적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 등록금 논란…대학 간 생존 경쟁의 신호탄
‘당·청, 세금으로 등록금 반환’, ‘힘 실린 등록금 환불’ 등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자 교육부가 입장을 내놨다. “기본적으로 등록금 문제는 각 대학이 적극 소통하고 협의하여 해결해야 하며, 교육부는 학생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지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또한 대학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대학만이 아니다. 학생도 흔들리고 있다. 등록금 반환 논란이 그렇다. 교육에 대한 냉정한 비용-수익(BC) 분석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대학이 오프라인 강의를 하려고 했다가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 1학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2학기 온라인 강의에도 등록금을 1학기와 똑 같이 책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불한 가격 대비 콘텐츠 등 교육의 질에 대한 학생의 불만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생이 군 입대 등으로 대거 휴학하는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춘 글로벌 대학의 온라인 교육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중국 유학생 등 외국인 학생이 끊어진 마당에 국내 학생조차 등록을 포기하기 시작하면 대학 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학이 자발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흔들리는 학생들, “대학 꼭 가야 하나?”
선진국 대학 중퇴생 중에는 창업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가는 우수 학생이 적지않다. 코로나 전부터 한국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 포착됐다. 학습을 못 따라가거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닌데도 우수 학생이 중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 교육이나 학위의 효용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진 탓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던 차에 코로나로 시작된 온라인 교육은 그동안 오프라인 교육 방식에 가려져온, 경쟁력이 떨어지는 교육 콘텐츠의 민낯을 까발리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대학 교육이 비용에 걸맞은 효용가치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명문대 졸업생도 취업이 안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그나마 통한다고 여겨져온 명문대 대학 학위조차 노동시장에서 아무런 시그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비용-수익에 민감한 학생 세대다. 선진국보다 높다는 대학 진학률의 속절없는 붕괴를 알리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고 있다.
◇ 수시 채용 기업 확 늘어…‘직무 중심’ 변화 예고
교육 수요를 뒤흔들고 있는 변수는 노동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공채를 하지 않고 수시 채용으로 가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게 그렇다. 기수 문화의 붕괴는 호봉제에서 직무급으로 가는 의미있는 흐름으로 읽힌다. 직무를 중심으로 성과평가가 정착되기 시작하면 정규직·비정규직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직무를 중심으로 기업 내·외부에 노동시장이 형성되면 이동성도 높아질 것이다.
경직된 노동 관련 법과 제도, 거대 노조의 저항 때문에 잘 되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법과 제도, 노조가 이런 변화에 저항만 하다가는 스스로 형해화를 재촉하고 말 것이다.
기존 대학은 기업의 이런 흐름이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기존 대학이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변화에 더 대응하고 더 유연한 ‘대안 대학’이 쏟아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할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가면서 평생 동안 직업을 몇 번이나 바꿀 각오를 해야 하고 재교육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 인터넷 기업이 미래 대학 접수할 가능성 ↑
기존 대학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기존 대학은 무엇보다 인터넷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에 위기를 느껴야 할 것이다. 교육이 인공지능의 킬러 애플리케이션 분야가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대학이 변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인터넷 기업이 대학을 접수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교육에 베팅을 하는 인터넷 기업을 예사롭게 볼 때가 아니다. 미국 구글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교육에서도 연구에서도 기존 대학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눈 깜짝할 사이에 카카오·네이버가 대학으로 불리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너무나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국내 대학이 자기를 파괴하는 ‘창조적 파괴’에 나설 수 있을까?
◇ ‘대학,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가설 믿지 말라
‘국내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할 것이다.’ 이 가설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이상 기후 탓에 벚꽃이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피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로 시작된 온라인 교육에서 가격 경쟁력,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비용을 줄이거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면 구조조정과 함께 대학-대학 간, 대학-기업 간 M&A,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국경을 넘어 경쟁하는 온라인 교육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만 잘 넘기면 되겠지”로 가면 국내 대학이 어느 날 동시 다발적으로 붕괴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교육부도 바람과 함께 사라질 공산이 크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ahs@hankyung.com
대학 붕괴가 생각보다 빨리 닥칠 조짐이다. 저출산에 따른 학령인구 감소 때문이 아니다. 이 보다 먼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우리가 알고 있는 대학을 이미 통째로 바꾸고 있으니 말이다. 바로 ‘대학의 종말’이다. 앞서 대학의 종말을 말했던 미래학자들도 코로나19 발생이 예측의 현실화를 이렇게 앞당길 줄 몰랐을 것이다.
◇ “향후 10년간 대학 절반 사라질 것” 현실화 가능성 ↑
대학 교육이 온라인화를 기본 인프라로 할 수밖에 없다면 전 세계적으로 몇 개의 대학이 필요할까? 교수의 이동과 인수합병(M&A) 등을 거치며 가장 경쟁력 있는 인적자원과 온라인 콘텐츠를 보유한 대학만 살아남는다면 한국에서 생존할 교수와 대학은 얼마나 될까? 올해 초 미래학자 토머스 프레이는 10년간 전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것으로 내다봤다.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에 나온 예측이다. 코로나로 인해 이 예측은 전 세계 대학 절반이 사라질 기간이 10년보다 앞당겨지거나 같은 기간이라도 사라질 대학이 더 증가하는 쪽으로 수정돼야 할 상황이다.
◇ 미국 하버드대도 구조조정 돌입
기금만 404억 달러(약 48조원)로 세계에서 가장 부유하다는 미국 하버드대가 구조조정에 돌입한다는 소식이 들린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케이티 팝 하버드대 부총장은 “코로나19로 예산이 부족해 비용 절감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의미심장한 시그널이다.
미·중 충돌로 인한 중국 유학생 감소로 타격을 입은 미국 대학이 한둘이 아니다. 여기에 코로나19가 덮치면서 교육이 완전한 온라인화로 돌아선 마당이다. 유럽 대학도 마찬가지다. 전 세계 대학이 받을 본격적인 타격은 이제 시작단계에 불과하다.
◇ 소수의 글로벌 대학 플랫폼으로 재편될 가능성 ↑
경쟁력 있는 대학은 코로나 충격에 기존의 브랜드 가치를 십분 활용해 온라인 교육을 글로벌화하는 방식으로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로 교육 수요자가 특정 장소에 모이기 어렵게 됐을 뿐 아니라 굳이 그럴 필요성도 없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전부터 온라인 교육 콘텐츠에서 앞서가던 글로벌 대학이 탄탄한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행정인력을 대대적으로 줄이고 경쟁력 있는 콘텐츠와 교수를 보강해 전 세계를 상대로 마케팅에 나선다면, 더 이상 특정한 물리적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지구의 모든 사람이 접근할 수 있는 대학으로 진화한다면, 학생은 어디를 선택하겠는가?
전 세계에서 소수의 글로벌 대학 플랫폼만 살아남을 가능성이 더 이상 ‘상상’이 아니라 ‘현실’이 될 날이 곧 들이닥칠지 모른다.
◇ 정부도 못한 대학 구조개혁, 코로나가 해낸다
서울대가 2학기에도 온라인 강의로 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국내 다른 대학도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온라인 강의를 1학기를 넘어 2학까지 1년을 하게 되면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과거의 교육으로 돌아가기 어려울 것이다.
혁신의 확산은 기술적 장벽, 경제적 장벽, 사회적 장벽을 다 돌파할 때 일어난다, 온라인 강의는 기술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음이 증명됐고, 비용 등 경제적 요소도 변수가 아님이 확인됐다. 교수와 학생 모두 일단 맛을 보면서 사회적 수용성이라는 마지막 장벽도 더 이상 걸림돌이 안된다는 점이 실증됐다.
교육이 비대면으로 가거나, 비대면을 기본으로 대면을 혼합하는 방식으로 갈 여지가 그만큼 커진 것이다. 대학 교육의 패러다임이, 경쟁의 판이 바뀌고 있다. 코로나로 인한 온라인 강의가 ‘게임 체인저’가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전체 교과목의 20%까지만 원격강의 편성이 가능한 기존의 대학과 사이버 대학 간 칸막이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오프라인 대면 수업을 전제로 짜여진 정원과 교육과정, 학위 등 일체의 대학 정책과 규제도 흔들릴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온라인화가 교육의 베이스로 자리잡으면 그동안 국립대와 국립대법인을 하나로 묶자는 얘기가 평준화 논란과는 다른 차원에서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사립대 간 연합이나 동맹, 지역별 대학 클러스터가 탄생할 수도 있다. 대학에 퇴로를 열어달라는 입법적 압력도 거세질 전망이다.
◇ 등록금 논란…대학 간 생존 경쟁의 신호탄
‘당·청, 세금으로 등록금 반환’, ‘힘 실린 등록금 환불’ 등의 보도가 잇따라 나오자 교육부가 입장을 내놨다. “기본적으로 등록금 문제는 각 대학이 적극 소통하고 협의하여 해결해야 하며, 교육부는 학생 개인에 대한 직접적인 현금지원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 또한 대학의 자구노력이 필요하다”는 내용이다.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고 있는 것은 대학만이 아니다. 학생도 흔들리고 있다. 등록금 반환 논란이 그렇다. 교육에 대한 냉정한 비용-수익(BC) 분석의 신호탄으로 보인다. 대학이 오프라인 강의를 하려고 했다가 온라인 강의로 전환한 1학기는 그렇다 치더라도, 2학기 온라인 강의에도 등록금을 1학기와 똑 같이 책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불한 가격 대비 콘텐츠 등 교육의 질에 대한 학생의 불만을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학생이 군 입대 등으로 대거 휴학하는 사태도 배제하기 어렵다. 콘텐츠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진입장벽을 크게 낮춘 글로벌 대학의 온라인 교육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있다. 가뜩이나 중국 유학생 등 외국인 학생이 끊어진 마당에 국내 학생조차 등록을 포기하기 시작하면 대학 재정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학이 자발적으로라도 구조조정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 흔들리는 학생들, “대학 꼭 가야 하나?”
선진국 대학 중퇴생 중에는 창업 등을 위해 자발적으로 나가는 우수 학생이 적지않다. 코로나 전부터 한국에서도 예사롭지 않은 현상이 포착됐다. 학습을 못 따라가거나 적응을 하지 못하는 게 아닌데도 우수 학생이 중퇴를 선택하는 경우가 늘기 시작한 것이다. 대학 교육이나 학위의 효용가치에 대한 의구심이 강해진 탓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러던 차에 코로나로 시작된 온라인 교육은 그동안 오프라인 교육 방식에 가려져온, 경쟁력이 떨어지는 교육 콘텐츠의 민낯을 까발리는 결정타가 되고 있다. 대학 교육이 비용에 걸맞은 효용가치가 있느냐는 의구심이 더욱 강해지고 있는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국내 명문대 졸업생도 취업이 안되는 상황이다. 국내에서 그나마 통한다고 여겨져온 명문대 대학 학위조차 노동시장에서 아무런 시그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그 어느 시대보다 비용-수익에 민감한 학생 세대다. 선진국보다 높다는 대학 진학률의 속절없는 붕괴를 알리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리고 있다.
◇ 수시 채용 기업 확 늘어…‘직무 중심’ 변화 예고
교육 수요를 뒤흔들고 있는 변수는 노동시장에서도 일어나고 있다.공채를 하지 않고 수시 채용으로 가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게 그렇다. 기수 문화의 붕괴는 호봉제에서 직무급으로 가는 의미있는 흐름으로 읽힌다. 직무를 중심으로 성과평가가 정착되기 시작하면 정규직·비정규직 논란도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 직무를 중심으로 기업 내·외부에 노동시장이 형성되면 이동성도 높아질 것이다.
경직된 노동 관련 법과 제도, 거대 노조의 저항 때문에 잘 되겠느냐는 부정적 시각이 있지만 역사는 그렇게 흘러가지 않았다. 법과 제도, 노조가 이런 변화에 저항만 하다가는 스스로 형해화를 재촉하고 말 것이다.
기존 대학은 기업의 이런 흐름이 거대한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기존 대학이 새로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면 변화에 더 대응하고 더 유연한 ‘대안 대학’이 쏟아지면서 그 자리를 차지할게 될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로 가면서 평생 동안 직업을 몇 번이나 바꿀 각오를 해야 하고 재교육을 일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 인터넷 기업이 미래 대학 접수할 가능성 ↑
기존 대학의 경쟁자는 누구일까. 기존 대학은 무엇보다 인터넷 기업들의 인공지능(AI) 투자에 위기를 느껴야 할 것이다. 교육이 인공지능의 킬러 애플리케이션 분야가 되지 말란 법이 없기 때문이다.
기존 대학이 변화를 서두르지 않으면 인터넷 기업이 대학을 접수할 가능성이 있다. 미래 교육에 베팅을 하는 인터넷 기업을 예사롭게 볼 때가 아니다. 미국 구글은 이미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교육에서도 연구에서도 기존 대학을 압도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눈 깜짝할 사이에 카카오·네이버가 대학으로 불리는 시대가 올지 모른다. 너무나 오랫동안 기득권을 누려온 국내 대학이 자기를 파괴하는 ‘창조적 파괴’에 나설 수 있을까?
◇ ‘대학, 벚꽃 피는 순으로 망한다’는 가설 믿지 말라
‘국내 대학은 벚꽃 피는 순서로 망할 것이다.’ 이 가설은 더 이상 통하기 어렵다. 이상 기후 탓에 벚꽃이 곳곳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피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코로나로 시작된 온라인 교육에서 가격 경쟁력, 콘텐츠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은 더 이상 숨을 곳이 없다.
비용을 줄이거나 콘텐츠 경쟁력을 높이려면 구조조정과 함께 대학-대학 간, 대학-기업 간 M&A, 합종연횡이 불가피하다. 국경을 넘어 경쟁하는 온라인 교육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코로나만 잘 넘기면 되겠지”로 가면 국내 대학이 어느 날 동시 다발적으로 붕괴한다고 해도 놀랄 일이 아니다. 어쩌면 지금의 교육부도 바람과 함께 사라질 공산이 크다.
안현실 논설·전문위원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