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대 나와서 뭐하나"…청년층 '역린' 건드린 인국공 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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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왁자지껄
또다시 분노한 청년들
또다시 분노한 청년들
정유라 이화여대 부정입학 사건, 조민 허위 인턴 의혹 등에 이어 청년들은 다시 한번 불공정 이슈로 분노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협력업체 비정규직 보안검색 직원 1902명을 본사 직고용 정규직으로 전환한다고 발표하면서다.
해당 발표 후 대학 커뮤니티, 취업준비생 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칙 없는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이라는 반응이 많다. 비정규직 직원 간 대화방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자 상황은 한층 과열되면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확대됐다. 해당 대화방에서는 “알바하다 인국공으로 가게 되면서 서울대급 됐다”, “명문대 나와서 뭐 하냐, 너희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등의 대화가 포착됐다.
한 취업준비생은 공기업 취업준비 카페 ‘공준모’에 “인국공을 위해 토익 10번을 봤고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전공 공부를 했다”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호구가 됐다”고 썼다. 인천공항에 10여년 전 입사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사측이 직원들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이게 정말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이 맞느냐”고 적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방송뉴스를 통해 “이번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이던 보안검색 요원들에게 한정되는 것으로 청년들이 준비하는 정규직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있다.
2년째 공기업을 준비하는 문모씨(27)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이 된다는건 엄청난 스펙을 쌓고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는 사회적 의미로 통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이 치열해 노력한 만큼의 결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누군가는 갑작스런 정부 정책 덕분에 노력의 과정 없이 쉽게 정규직이 된다니까 억울한 것”이라고 했다.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부러진 펜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노력보다 운이 취업에 결정적이라는 현 상황을 빗댄 것이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무너진 공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로또 취업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평등을 보완하는 과정과 방식에서 청년층과 정부의 시각차가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비례적 공정’이 청년들에겐 정체성이자 생존방식”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과거의 불평등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청년층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구 교수는 “패자부활전처럼 모두에게 기회를 늘리는 장치를 만들어주면서 기존의 불평등을 보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
해당 발표 후 대학 커뮤니티, 취업준비생 카페 등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원칙 없는 정규직 전환은 역차별”이라는 반응이 많다. 비정규직 직원 간 대화방으로 추정되는 사진이 인터넷 커뮤니티에 퍼지자 상황은 한층 과열되면서 이른바 ‘인국공 사태’로 확대됐다. 해당 대화방에서는 “알바하다 인국공으로 가게 되면서 서울대급 됐다”, “명문대 나와서 뭐 하냐, 너희 5년 이상 버릴 때 나는 돈 벌면서 정규직” 등의 대화가 포착됐다.
청년들, “운에 의한 정규직 전환은 불공정”
논란의 이유는 단순하다. 일시적인 정부 정책에 따라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은 형평성에 맞지않다는 것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그만해주십시오’라는 청와대 청원은 이틀만에 20만명이 동의해 지난 3일 오후 기준 27만여 명이 동의한 상태다.한 취업준비생은 공기업 취업준비 카페 ‘공준모’에 “인국공을 위해 토익 10번을 봤고 허벅지 찔러가면서 14시간씩 전공 공부를 했다”며 “열심히 노력했던 내가 호구가 됐다”고 썼다. 인천공항에 10여년 전 입사했다고 밝힌 한 네티즌은 “사측이 직원들과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결정을 내렸다”며 “이게 정말 대통령이 생각하는 공정이 맞느냐”고 적었다.
황덕순 청와대 일자리수석은 방송뉴스를 통해 “이번 정규직 전환은 비정규직이던 보안검색 요원들에게 한정되는 것으로 청년들이 준비하는 정규직과 무관하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가라앉지 않고있다.
2년째 공기업을 준비하는 문모씨(27)는 “인천공항공사 정규직이 된다는건 엄청난 스펙을 쌓고 치열한 경쟁을 뚫었다는 사회적 의미로 통한다고 생각한다”며 “경쟁이 치열해 노력한 만큼의 결과도 돌려받지 못하는 게 현실인데 누군가는 갑작스런 정부 정책 덕분에 노력의 과정 없이 쉽게 정규직이 된다니까 억울한 것”이라고 했다.
청년들의 화두는 '비례적 공정'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노조는 지난달 27일부터 오프라인으로 대규모 서명을 진행 중이다. 강남역 광화문 등 서울 시내 핵심 지하철역 10곳에서 진행한다. 하인무 인천공항공사 노조 사무국장은 “3일 오후 기준 대국민 서명에 1만 여명이 참여한 상태”라며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인스타그램 등 SNS에서는 ‘부러진 펜 운동’이 이어지고 있다. 노력보다 운이 취업에 결정적이라는 현 상황을 빗댄 것이다. 하태경 미래통합당 의원은 “무너진 공정을 바로 세우기 위해 ‘로또 취업 방지법’을 발의하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정규직 전환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불평등을 보완하는 과정과 방식에서 청년층과 정부의 시각차가 있는 만큼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노력을 통해 성취하는‘비례적 공정’이 청년들에겐 정체성이자 생존방식”이라며 “비정규직 문제를 과거의 불평등 프레임으로 접근하면 청년층에게 이해받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구 교수는 “패자부활전처럼 모두에게 기회를 늘리는 장치를 만들어주면서 기존의 불평등을 보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다은 기자 max@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