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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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선 시장'으로 9년간 서울시를 이끌어온 박원순 서울시장이 실종됐다. 박 시장이 사라진 이유는 성추행 의혹 때문이라는 관측이 분분하다. 박 시장 실종 직전, 박 시장으로부터 오랜 기간 성추행을 당했다는 서울시청 전 직원의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됐기 때문이다. 수장이 하루아침에 사라진 서울시청은 비상에 걸렸다.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혐의로 고소돼

9일 경찰 등에 따르면 박 시장의 실종 소식이 알려지기 전인 8일 밤에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혐의로 박 시장에 대한 고소장이 경찰에 접수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인은 서울시청에서 근무한 박 시장의 전직 비서 A씨다.

피해자 A씨 본인이 경찰에 직접 고소장을 제출했으며, A씨는 박 시장의 성추행이 수차례 있었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고소장에 따르면 박 시장은 2016년이후 집무실에서 이 여성을 지속적으로 성추행 및 성희롱을 했다. 집무실 내부에 있는 침실에서 끌어안고 몸을 만졌고, 퇴근후에는 수시로 텔레그램으로 음란한 사진과 문자를 보내고 해당 여성의 사진을 요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특히 A씨는 서울시청의 다른 직원들에게 피해 사실에 대해 알렸으나 도움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최근 사직후 정신과 상담 등을 받던 중 엄중한 법의 심판과 사회적 보호를 받는 것이 치료와 회복을 위해 선결돼야한다고 판단해 고소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고소장이 접수됨에 따라 고소인 측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고, 사실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박 시장의 피소와 실종 간에 연관성이 있는지는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에 박 시장이 실종됐다는 신고가 들어온 것은 이날 오후 5시 17분이다. 경찰은 병력 2개 중대와 드론, 경찰견 등을 투입해 박 시장의 소재를 추적 중이다. 경찰은 박 시장의 휴대전화 신호음이 끊어진 공관 일대를 집중 수색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박 시장의 소재는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숨진 채 발견됐다는 설도 돌았으나 경찰은 현재까지 사실이 아니라고 확인했다. 가회동 공관에선 박 시장의 유서가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지만 경찰은 공식 확인을 거절했다.

일정 돌연 취소하고 연락두절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갑자기 “몸이 좋지 않다”며 출근을 하지 않았다. 평소 박 시장의 업무 성향으로 미뤄볼 때 이례적인 일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당초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고 최숙현 선수 사건과 관련해 운동선수들의 합숙 실태를 점검하기 위해 서울시청 펜싱팀 선수단의 합숙소를 방문할 예정이었다. 오후 4시40분에는 서울시청에서 김사열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위원장과 서울-지역 간 상생을 화두로 지역균형발전을 논의하기로 돼있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날 오전 10시40분쯤 서울시 출입기자들에게 “부득이한 사정으로 (김 위원장과의 면담) 일정이 취소됐음을 알려드리니 양해부탁드립니다”라는 안내 문자를 보냈다. 서울시 관계자는 “박 시장이 출근을 못하겠다고 해서 일정을 모두 취소한 것”이라며 “상황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박 시장의 측근들은 최근까지 박 시장이 종적을 감출 정도로 심경의 변화가 있었던 것을 감지 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이 불과 사흘 전인 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조직개편을 비롯한 민선 7기 후반기를 청사진을 발표한 데 이어 지난 8일 2조6000억원을 들여 ‘서울판 그린뉴딜’을 추진할 계획을 밝혔다. 최근 정무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면서 차기 대선 도전을 위한 준비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일각에선 여당에서 서울시의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 해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나오며 박 시장이 압박을 받았을 것이란 분석을 내놓기도 하지만, 이것이 박 시장 실종의 직접적인 이유는 아닐 것이란 게 중론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최근 간부들과의 회의에서도 평소와 같이 여러가지 업무를 챙기는 모습을 보였다”며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는 지에 대해 감지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박 시장 휴대전화의 전원은 꺼져 있는 상태다.

하수정/김남영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