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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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감염학회 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환자 치료를 담당하는 의료 관련 전문학회들이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불가피하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이들은 지금 코로나19에 대한 대응을 제대로 하지 않으면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고도 했다.

대한감염학회 등 9개 유관학회는 성명서를 통해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불가피하다"며 "2단계 수준의 조치로는 유행상황을 대응하기에 역부족"이라고 했다.

국내 코로나19 거리두기 대응은 세 단계로 구분된다. 23일부터 전국에 시행한 대응은 2단계 조치다. 이보다 강력한 대응 단계가 3단계다. 10명 이상 모든 실내외 모임이 중단되고 카페, 예식장 등은 모두 문을 닫아야 한다. 음식점 등 필요한 생활 시설은 문을 열 수 있는데 이마저도 병원, 주유소 등을 제외하면 오후 9시 이후에는 문을 닫아야 한다.

이들 학회는 "정부가 6월 말 거리두기 단계를 제시하면서 정한 일일 신규 확진자, 감염경로 불명확한 환자, 집단 발병양상, 방역망 내에서 발생하는 환자 비율 등의 기준이 3단계에 충족했다"고 했다. 방역조치는 조기에 적용돼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에 3단계 시행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중환자 병상확충 등 방역 대책이 전면적으로 신속히 마련되길 바란다"며 "방역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를 비롯한 사회 여러 가치도 지키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의 의료정책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대한의사협회 등은 의대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한약 건강보험 확대, 비대면 진료 확대 등에 반대해 집단휴진을 예고하고 있다.

이들은 "정부는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약속해 정부와 의료계가 위기 상황 극복에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했다.

국민들에게는 코로나19 위기극복에 동참해달라고 호소했다. 이들은 "지금 재유행을 억제 못하면 나와 내 가족을 잃게 될 수 있다"며 "대면 활동을 최소화하고 불가피한 모임이 있다면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실천해달라"고 했다.

이날 성명 발표에는 대한감염학회, 대한결핵및호흡기학회, 대한소아감염학회, 대한응급의학회, 대한의료관련감염관리학회, 대한임상미생물학회, 대한중환자의학회, 대한항균요법학회, 한국역학회가 참여했다.
다음은 성명 전문.

2020년 8월 23일 현재 국내 일일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 신규확진 환자가 400명에 육박하고 있고 지난 2주간 국내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2,000명을 넘어서고 있습니다. 다양한 역학적 상황을 감안하면 이번 유행은 쉽게 잡히지 않고 이전에 우리가 경험해 온 것과는 다른 규모의 피해를 남길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감염학회를 비롯한 유관학회 전문가들은 현재의 중차대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면서 다음과 같이 제언합니다.

첫째,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 격상은 불가피합니다. 2020년 8월 23일 0시를 기준으로 전국적인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로 상향 조정되었지만, 이러한 수준의 조치로는 현재 유행 상황에 대응하기에 역부족입니다. 정부는 6월 28일 사회적 거리두기의 단계를 1-3단계로 제시하면서 일일 신규확진환자 수, 감염경로가 불명확한 환자의 비율, 집단발병 양상, 방역망 내에서 발생하는 환자의 비율 등을 기준으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현재 상황은 당시 정부가 제시한 3단계의 기준을 이미 충족하였습니다.

방역의 조치는 조기에 적용되어야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습니다. 병상이 급속도로 포화되어가는 등 장기간 버텨온 의료체계도 감당하기 어려운 한계에 이르렀습니다. 수개월동안 2차 유행 대비대응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어왔음에도 준비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습니다. 중환자 병상확충 등의 방역 대책이 전면적으로 신속히 마련되기를 바랍니다. 방역에 성공하지 못하면 경제를 비롯한 사회의 여러 가치들도 지키지 못할 것입니다.

둘째, 정부는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의료계와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약속하여 주십시오. 현재 코로나19의 중차대한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의료계가 반드시 힘을 모아야 합니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추진한 4대 의료정책과 관련하여서 정부와 의료계 사이에 근본적 인식의 차이가 크고 정책 추진과정 중 문제점 분석이나 정책 당사자의 의견수렴도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4대 의료정책 추진을 철회하고 원점에서 재논의할 것을 약속하여 정부와 의료계가 위기 상황 극복에 함께 노력할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국민의 건강과 직결된 의료정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바라보고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필수분야 전문인력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지원하고 사명감과 소신을 가지고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마련과 제도개선이 필요합니다. 정부와 보건의료단체 간에 상시적인 대화 채널을 만들고 최근 이슈가 된 의료정책 추진과 관련하여 합의 도출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여 주십시오.

셋째, 국민들께서 코로나19 위기 극복에 적극 동참하여 주십시오. 지난 7개월 동안 국내 코로나19 대응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것은 국민들께서 방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셨기 때문입니다. 기나긴 코로나19 유행 상황으로 인해 국민들께서도 많이 지치고 힘든 상황 가운데 놓여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유행을 억제하지 못하면 더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와 내 가족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경제적인 피해도 발생할 것입니다. 정부의 거리두기 단계를 넘어서 국민들께서 적극적으로 행동하여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가급적이면 대면활동을 최소화 하여 주시고 불가피한 모임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꼭 실천해 주십시오. 올바른 방법으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과 손위생도 꼭 지켜 주십시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습니다. 정부도 의료계도 국민들도 총력을 다해 대응해야 할 때입니다. 부디 힘을 모아 주십시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