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권 조정안 관련 의견 법무부에 제출
형사소송법학회 "수사권 조정, 국민권익 제고 차원서 판단해야"
수사권 조정안이 현재의 수사제도에 대한 냉정한 분석 없이 검찰과 경찰의 땅따먹기 논쟁 대상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학계에서 나왔다.

수사권 조정이 사회 구성원의 '권익 제고'라는 궁극적 목적에서 벗어나 권력 기관 간의 권한 분쟁으로 변질했다는 것이다.

한국형사소송법학회는 15일 검경 수사권 조정을 위해 법무부가 입법 예고한 형사소송법 대통령령(검사와 사법경찰관의 상호협력과 일반적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에 대해 이 같은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통령령의 입법 예고 기한은 16일까지다.

학회는 우선 의견서에서 "수사구조를 바꾸는 입법에 대한 평가는 실체적 진실발견을 통해 사회 구성원의 권익을 제고할 수 있는가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전제했다.

학회는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 실현될 수 있는 구조의 설계는 그 자체가 목표가 아니라, 공정한 수사권 작동을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는 수단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학회는 "그런데도 그동안 '수사권 독립'이나 '검찰개혁'과 같은 구호가 마치 수사구조개혁과 동치되는 것처럼 무비판적으로 통용돼 왔다"고 비판했다.

검찰 개혁이 수사 기관 사이의 '권한 재분배' 형태로만 진행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꼬집었다.

학회는 '국민 권익 제고' 차원에서 볼 때 입법예고된 수사준칙의 일부 조항들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했다.

대표적으로 검사의 재수사 요청 횟수를 1차례로 제한한 조항을 들었다.

개정된 형사소송법(245조의8)은 사법경찰관이 사건을 송치하지 않은 게 위법하거나 부당한 때에는 검사가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게 했다.

하위 규정인 수사준칙(64조2항)은 검사의 재수사 요청 횟수를 1회로 제한했다.

검사와 경찰 간 재수사 요청과 사건 재송치를 반복하지 못하게 하려는 조치다.

학회는 이에 대해 "개정 형사소송법엔 재수사 요청 횟수를 제한하지 않고 있는데 수사준칙에서 횟수를 제한한 것은 위임의 범위를 벗어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학회는 "특히 재수사 요청 횟수를 제한함으로써 충분한 재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사건이 종결될 수 있다"며 "그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볼 우려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학회는 또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의 증거 능력이 2022년 1월부터 사법경찰관 조서 수준으로 제한되는 점을 지적하며 "개정법 시행에 앞서 피의자 진술을 법정에서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조사자 증언 제도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기억의 왜곡과 오류, 소실 가능성으로 인해 피의자 진술을 왜곡해 법정에 전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학회의 우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