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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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공공배달서비스 ‘제로배달 유니온’의 이용자를 늘리기 위해 ‘반값 할인’ 카드를 꺼냈다. 제로배달 유니온에 소속된 공공배달 앱에서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면 서울시 예산으로 음식값의 절반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서울시가 야심 차게 내놓은 제로배달 앱이 시민들에게 외면받자 세금으로 이용자를 끌어모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으로 배달 음식 최대 55% 할인

16일 배달업계와 서울시에 따르면 띵동과 사랑愛배달 등 제로배달 유니온에 소속된 공공배달 앱은 16~17일, 23~24일 나흘간 서울사랑상품권으로 결제하는 소비자에게 주문 금액의 절반을 할인해주는 행사를 한다. 할인 횟수에는 제한이 없고, 한 사람당 최대 할인 한도는 5만원이다. 4인 가족이 서로 다른 아이디로 주문하면 최대 20만원까지 혜택을 볼 수 있다.

행사 기간에 서울사랑상품권을 이용해 10만원어치 배달 음식을 주문하면 5만원을 내면 된다. 서울사랑상품권이 액면가의 최대 10% 할인된 금액에 판매되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가 지급하는 금액은 4만5000원 수준이다. 소비자가 체감하는 실질 할인율은 55%에 달하는 셈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할인 행사를 위해 3억원의 예산을 투입할 계획이다.

“세금으로 치킨값을 대준다”는 비난 여론을 무릅쓰고 서울시가 파격적인 할인 행사에 나선 이유는 제로배달 유니온이 예상보다 흥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서울시는 지난달 16일 제로배달 유니온 출범 때도 한 달간 서울사랑상품권 결제 시 10% 할인해주는 행사를 열었지만 할인을 위해 마련한 예산 4억원을 다 쓰지도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는 제로배달 앱의 정확한 이용 실적에 대한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국정감사를 맞아 한 국회의원이 서울시에 제로배달 앱 이용 실적 등의 자료를 요청했지만, 시는 “제로배달 앱의 운영 주체는 서울시가 아니라 개별 기업”이라는 이유로 공개하지 않았다.

공정 경쟁 방해한다는 지적도

전문가들은 서울시 공공배달서비스의 실패는 예견된 일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배달의민족 등 기존 배달 앱과 비교해 별다른 특징이 없는 공공배달 앱을 소비자가 굳이 사용할 이유가 없어서다. 이용자 확보를 위해 계속해서 세금을 투입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0~2% 수준의 낮은 수수료를 받는 공공배달 앱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할인 행사를 펼칠 여력이 없다”며 “기존 배달 앱과의 경쟁을 위해 서울시가 계속해서 마케팅비를 지원해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공공배달 앱이 제로페이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간편결제 앱 제로페이는 차별성 없는 서비스로 출시 초기 이용자를 확보하지 못해 큰 어려움을 겪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서울시 지원이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방해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배달의민족과 요기요가 양분하고 있던 배달 앱 시장에는 최근 쿠팡이츠와 위메프오 등 후발주자가 뛰어들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배달 앱 업계 관계자는 “서울시가 특정 업체에만 세금으로 마케팅비를 지원해주면 되레 후발주자들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고 경쟁을 막게 된다”고 말했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