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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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자에게 돈을 빌려준 뒤 변제를 연체할 때마다 이자 명목으로 2회 성교행위를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한 육군 소령이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상 ‘위계·위력에 의한 간음죄’로 처벌받게 됐다.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육군 소령 A씨의 상고심에서 위계·위력 간음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고등군사법원으로 돌려보냈다고 15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7월 조건만남에서 만난 미성년 피해자 B양에게 2회 성매수의 대가로 15만원을 송금한 뒤 1회 성교만 했다. B양이 나머지 1회 성교행위를 미루고 응하지 않자, A씨는 성행위를 요구하는 메시지를 14차례 보냈다.

A씨는 B양에게 이후 60만원을 추가로 빌려줘 총 75만원의 채무를 부담하게 한 뒤, B양이 변제를 1회 연체할 때마다 이자 명목으로 2회 성교행위를 하는 내용의 차용증을 작성했다. 다만 A씨가 B양을 만나기 전 경찰에 붙잡혀 범행은 미수에 그쳤다.

원심은 A씨의 아청법상 성매수 혐의에 대해선 유죄로 판결했지만, 위계·위력 간음 혐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는 성매매 또는 지연이자 명목으로 B양을 간음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이나, 피고인이 피해자를 간음하기 위해 피해자를 만난 사실이 없고 더욱이 간음을 위한 구체적인 일시·장소 등을 정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자의 자유의사가 제압됐다거나 피고인의 행위가 간음행위의 수단으로써 이뤄졌다는 점에 대해 합리적인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피해자는 자신의 집을 알고 있는 피고인이 집 앞 사진을 찍어 올리고 계속 통화를 시도해 무서웠고, 빨리 채무변제를 하고 피고인을 떼어내고 싶었으며 스스로 경찰에 신고할 생각까지 했다고 진술한다”며 “피고인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성행위를 결심하게 될 중요한 동기에 대해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만한 위력을 행사했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