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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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을 약속한 여자친구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데 격분해 30년 지기 친구를 흉기로 살해한 30대가 항소심에서 1심보다 무거운 중형을 선고받았다.

대전고법 제1형사부(재판장 이준명)는 13일 살인 혐의로 기소된 A씨(36)에게 징역 25년을 선고했다. 위치추적 전자장치(전자발찌) 부착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A씨 청구도 기각했다.

A씨는 지난 3월 대전의 한 모텔에서 30년지기 친구인 B씨와 술을 마시던 중 미리 준비해간 흉기로 찔러 살해하고 신체 일부를 훼손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B씨는 앞서 A씨의 여자친구를 성폭행한 준강간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약 1개월 앞둔 상황이었다. A씨와 B씨는 이 문제로 다툼을 벌여왔으며 범행 당일에도 B씨가 사과하기보다는 모욕으로 일관하자 홧김에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것이 A씨 주장이다.

A씨는 살인에 참작할 동기가 있다는 주장도 이어가면서 재판 과정에서 B씨를 살해할 당시 숨을 거두기 전 신체를 훼손했다고 스스로 진술하는 등 담담한 모습도 보였다.

앞서 1심을 맡은 대전지법 형사11부(김용찬 부장판사)는 범행의 계획성과 잔혹함 등을 이유로 A씨에게 징역 20년형을 내렸다.

재판부는 "극심한 복수심과 적대적 감정으로 오랜 친구의 목숨을 빼앗았다"며 "준강간 관련 사건 공판이 열리기 전 피해자를 살해해 사법 체계에서 규정한 정당한 국가형벌권 행사의 가능성을 없앴다"고 말했다.

이어 "유족들은 고통 속에서 엄벌을 호소하고 있고 앞서 협박과 폭행으로 수차례 벌금형을 받은 전력이 있다"며 "원심의 형이 가볍다는 검찰의 항소는 의미 있다"고 1심보다 무거운 중형 이유를 밝혔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