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SAT] 정부주도 기업 구조조정과 실업
산업은행이 주도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발표되면서 항공업계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어떤 기업이든 설립된 뒤 성장기 성숙기를 거치고 국내외 경제 상황, 내부 요인으로 인해 흥망성쇠를 겪게 된다. 이를 잘 대비하는 기업은 ‘100년 기업’으로 생존하며 발전하고, 그렇지 못한 기업은 도태돼 파산하거나 경쟁 기업에 인수합병된다. 기업 구조조정은 이런 과정의 일부다. 기업 구조조정을 정부가 주도하면서 사회적으로 많은 논란이 있다.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논란

시장경제 논리에 따르면 경쟁력이 약화돼 시장에서 선택을 받지 못한 기업은 자연적으로 도태된다. 새로운 경쟁력을 가진 기업이 출현해 발전을 지속하기 때문에 기업 구조조정은 경제에 긍정적이라는 입장이다. 반면 구조조정으로 지역 경제의 생산·투자·고용 등에서 전방위적인 피해를 입기 때문에 이를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에 관해서도 전문가들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을 주도한 산업은행은 아시아나항공이 파산하면 일자리만이 아니라 아시아나항공이 가지고 있는 국제선 항로도 잃는 등 피해가 예상된다고 밝히고 있다. 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항공업계 전체가 매출 감소로 힘든 시기인 만큼 인수합병을 통한 ‘규모의 경제’로 이를 극복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아시아나항공의 높은 부채비율을 회사 스스로 감당하기 힘들고 경영 여건도 좋지 않은 상황인데, 힘들기는 마찬가지인 대한항공이 인수하면 동반 부실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조정 방식은 옳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한계기업
보통 산업은행 수출입은행과 같은 국책은행이 이런 인수합병을 주도할 때 대상 기업은 한계기업인 경우가 많다. 한계기업이란 3년 연속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기업이다. 한계기업은 회생 가능성이 크지 않은데도 정부와 채권단(국책은행 등)의 지원으로 간신히 파산을 면하는 상태를 지속한다. ‘좀비기업’이라고도 한다. 정부 입장에서는 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했지만, 실직하는 근로자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력을 고려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한계기업에 대한 지원을 결정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하지만 한국GM, 두산중공업, 아시아나항공 등 경영 실적의 악화로 부채비율이 상승하고 만기가 도래한 빚을 갚지 못하는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경제 전체적으로 괜찮은 것일까? 구조조정으로 인해 발생할 실업과 지역경제 침체를 일시적으로 막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계기업에 지원할 자금이 정상적인 기업의 경제활동에 투입된다면 더 많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기 때문에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은 항상 논란이 있다.

◆실업 문제
정부 입장에서는 국민 경제의 안정을 위해 어떤 상황이더라도 고용은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싶을 것이다. 구조조정이 시행되면 근로자들은 ‘비자발적 실업’을 당하기 때문이다. 비자발적 실업이란 자기의 의사와는 무관한 실업상태다. 구직활동을 하지만 비자발적 실업자들은 그의 기술과 능력에 알맞은 적당한 직장을 구하지 못한다.

비자발적 실업에 속하는 것은 경기적 실업과 구조적 실업 등이 있다. 경기 사이클에서 불황기에는 기업의 투자·고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비자발적 실업이 늘어난다.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 업종을 대체하는 새로운 업종이 등장하면서 비자발적 실업이 증가하고 있다. 정부 주도의 기업 구조조정 논란에서 가장 민감한 것이 실업 문제다. 실직에 대한 우려로 구조조정 대상 기업 노조가 파업을 벌이는 등 사회적으로 민감한 사항이다. 하지만 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는 거스를 수 없기 때문에 기업은 경쟁력을 강화해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도록 하고, 정부는 비자발적 실업자에 대한 직업교육을 확대하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등의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
정영동 한경 경제교육연구소 연구원 jyd54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