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괴물 공세 막아라"…韓기업 방패된 IP전문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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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대상 특허분쟁 늘어나고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제소도 증가
기술·산업에 대한 이해 필요
로펌들, 변리사 등 인재 확보
국내기업의 해외기업 제소도 증가
기술·산업에 대한 이해 필요
로펌들, 변리사 등 인재 확보
국내 기업의 기술 수준이 발전하면서 해외 기업들과의 특허 등 지식재산권(IP) 분쟁이 늘고 있다. 과거엔 해외에서 일방적으로 피소되는 경우가 다수였다면, 요즘엔 국내 기업이 외국 경쟁사들을 상대로 권리를 행사하는 ‘공격 사례’도 많아졌다. 글로벌 IP 분쟁 대응 업무는 현지 법률과 소송 절차 이해뿐 아니라 해당 기술과 산업에 대한 폭넓은 지식이 요구되는, ‘종합 컨설팅’이 필요한 분야다. 자연스레 국내 대형 로펌 IP 전문팀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
로펌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방이 나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소송을 내려면 당연히 관련 분야 특허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특허권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에 상대를 공격할 총알도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로펌은 어느 국가에서 어느 절차로 분쟁을 제기하는 게 가장 좋을지부터 조언한다. 한 사건을 두고 여러 국가와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쟁이 터지는 사례도 많으므로 체계적 대응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국내 기업들끼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해외에서 IP 분쟁을 벌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장은 미국인 경우가 가장 많다.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선 디스커버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판 전에 당사자들이 서로 갖고 있는 증거와 정보 등을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절차다.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본안 소송 전에 소 취하나 합의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다툼을 종결할 수 있다. 최근엔 전자문서에 대한 e디스커버리도 본격 시행되고 있다.
국내외 소송 체계에 차이가 나는 만큼 과거엔 현지 절차에 익숙한 외국 로펌들이 사건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국내 로펌들이 주도하는 경향이 짙다. 김운호 광장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피고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디스커버리 대상이 한글 문서이므로 미국 로펌보다는 한국 로펌이 리뷰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수십 년간 노하우가 축적됐고 외국변호사가 많이 유입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특허소송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해당 특허가 유효한 것인지, 유효하다면 자신의 제품이 해당 특허를 침해한 것이 맞는지, 침해했다면 손해배상 규모는 얼마가 적정한지 등이다. 장덕순 김앤장 변호사는 “문제가 되는 기술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선행 문헌을 찾는다면 초기 단계부터 방어할 수 있기에 선행 문헌을 찾아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술에 대한 이해와 외국어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력풀 보유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태평양은 내부 협업 시스템이 강점이다. IP그룹과 국제중재소송그룹 소속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특허법인 태평양의 각 기술 전문 변리사, 해외 지역사무소 전문가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율촌의 이승목 외국변호사는 삼성전자 책임변호사로 일하며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다수의 소송 업무를 수행해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율촌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냈다.
세종의 해외분쟁팀은 전자공학 전공자로 10년 넘게 미국 특허청에서 심사관을 지낸 최재훈 미국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화우는 노바티스가 SK케미칼을 상대로 낸 엑셀론 패치 관련 특허분쟁,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ITC와 법원에 제기한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각각 SK 측을 대리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특허분쟁 다양화
3일 특허청에 따르면 국제 IP 분쟁으로 특허청에 지원을 요청한 기업은 지난해 1~9월 902개사에 달했다. 2018년 791개사, 2019년 692개사에 비해 크게 늘었다. 분쟁의 형태도 훨씬 다양해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해외 경쟁 기업이 직접 국내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걸기도 하지만,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NPE)들이 국내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 공세를 퍼붓는 경우가 많다. 최근엔 국내 중견기업들이 해외 업체를 선제적으로 제소하는 ‘공격 업무’도 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바이오, 태양광 등 분야도 다양하다.로펌업계 한 관계자는 “상대방이 나의 특허를 침해했다며 특허소송을 내려면 당연히 관련 분야 특허를 갖고 있어야 한다”며 “한국 기업들이 그동안 특허권을 많이 축적했기 때문에 상대를 공격할 총알도 늘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로펌은 어느 국가에서 어느 절차로 분쟁을 제기하는 게 가장 좋을지부터 조언한다. 한 사건을 두고 여러 국가와 기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분쟁이 터지는 사례도 많으므로 체계적 대응이 중요하다. 요즘에는 국내 기업들끼리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 해외에서 IP 분쟁을 벌이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전장은 미국인 경우가 가장 많다. 미국 등 영미권 국가에선 디스커버리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재판 전에 당사자들이 서로 갖고 있는 증거와 정보 등을 공개해 쟁점을 명확히 하는 절차다. 자료를 충실히 제출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본안 소송 전에 소 취하나 합의 등을 통해 효율적으로 다툼을 종결할 수 있다. 최근엔 전자문서에 대한 e디스커버리도 본격 시행되고 있다.
디스커버리, 선행 문헌이 핵심
국내 로펌들도 해외 IP 분쟁에서 디스커버리 대응이 핵심이라고 보고 관련 업무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태평양은 ENI팀(eDiscovery & Investigation)과 협업 체계를 갖췄다. 태평양 관계자는 “e디스커버리 절차에서 방대한 데이터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리뷰 플랫폼인 ‘렐러티비티(Relativity)’를 국내 최초로 클라우드 방식으로 구축했다”고 설명했다.국내외 소송 체계에 차이가 나는 만큼 과거엔 현지 절차에 익숙한 외국 로펌들이 사건을 이끄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엔 국내 로펌들이 주도하는 경향이 짙다. 김운호 광장 변호사는 “한국 기업이 피고인 경우에는 대부분의 디스커버리 대상이 한글 문서이므로 미국 로펌보다는 한국 로펌이 리뷰하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고 했다. 수십 년간 노하우가 축적됐고 외국변호사가 많이 유입된 영향도 크다는 분석이다.
특허소송은 크게 3단계로 나뉜다. 해당 특허가 유효한 것인지, 유효하다면 자신의 제품이 해당 특허를 침해한 것이 맞는지, 침해했다면 손해배상 규모는 얼마가 적정한지 등이다. 장덕순 김앤장 변호사는 “문제가 되는 기술과 비슷한 내용을 담은 선행 문헌을 찾는다면 초기 단계부터 방어할 수 있기에 선행 문헌을 찾아내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며 “기술에 대한 이해와 외국어 능력을 동시에 갖춘 인력풀 보유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규모, 김앤장 IP팀
장 변호사가 이끄는 김앤장 IP해외분쟁팀은 국내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미국, 독일, 중국, 동남아시아 등 국가별 전문팀과 각 산업에 전문성 있는 총 200여 명의 변리사 풀을 보유하고 있다. 광장은 1999년 효성그룹과 미국 기업 허니웰의 특허분쟁 건을 수행한 것을 시작으로 20년 넘게 관련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했다. 삼성과 애플 간 스마트폰 특허분쟁, LG전자와 독일 오스람의 LED 특허분쟁 등에 참여했다.태평양은 내부 협업 시스템이 강점이다. IP그룹과 국제중재소송그룹 소속 전문가들이 주축을 이루면서 특허법인 태평양의 각 기술 전문 변리사, 해외 지역사무소 전문가들과 유기적으로 협업하고 있다. 율촌의 이승목 외국변호사는 삼성전자 책임변호사로 일하며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 다수의 소송 업무를 수행해 실전 경험이 풍부하다. 율촌은 최근 아스트라제네카가 한미약품을 상대로 미국 법원에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을 성공적으로 방어해냈다.
세종의 해외분쟁팀은 전자공학 전공자로 10년 넘게 미국 특허청에서 심사관을 지낸 최재훈 미국변호사가 이끌고 있다. 화우는 노바티스가 SK케미칼을 상대로 낸 엑셀론 패치 관련 특허분쟁,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미국 ITC와 법원에 제기한 전기차용 배터리 관련 영업비밀 침해 사건에서 각각 SK 측을 대리하고 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