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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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이 너무 먹고 싶어 꼬깃꼬깃 접은 돈을 내밀며 5000원어치만큼이라도 먹을 수 있냐고 물어본 어린 형제에게 공짜로 치킨을 주며 “언제든 먹으러 오라”고 한 젊은 치킨집 사장이 화제가 됐다.

최근 해당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고교생의 손편지 한 통이 도착하면서 이같은 일화가 뒤늦게 알려졌다.

편지에 담긴 사연은 이랬다. 1년여 전, 형은 어린 동생이 그날 따라 유독 치킨을 먹고 싶어해 아껴둔 5000원을 꺼내들고 거리로 나섰다. 하지만 단돈 5000원으로 사 먹을 수 있는 치킨은 없었다. 망설이던 형제가 서울 마포구에서 치킨집을 운영하는 박재휘 씨를 만난 건 그때였다.
한 고교생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보낸 감사 손편지.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한 고교생이 치킨 프랜차이즈 본사에 보낸 감사 손편지. / 출처=온라인 커뮤니티
형은 쭈뼛쭈뼛 “5000원어치만 치킨을 먹을 수 있겠냐”고 물었고, 박재휘 씨는 군말 없이 형제에게 치킨을 대접했다. 그는 ‘치킨이 얼마나 먹고 싶으면…’ 하는 마음에 형제에게 정량보다도 많은 양의 치킨을 주고 “또 배고프면 언제든지 찾아오라”며 형제를 배웅했다.

형은 편지에 “동생이 저 몰래 치킨을 먹으러 찾아갔다고 자랑하길래 그러지 말라고 혼냈다. 어느 날은 덥수룩했던 동생 머리가 깨끗해져서 돌아온 걸 보고 물어보니 치킨 먹으러 간 동생을 사장님께서 근처 미용실에 데려가 머리까지 깎아준 것이었다”면서 “그 뒤로는 죄송하기도 하고 솔직히 쪽팔리기도 해서 찾아뵙지 못하고 있다”고 썼다. 이어 “처음 보는 저희 형제에게 따뜻한 치킨과 관심을 준 사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다”고 글을 맺었다.

박재휘 씨가 지난 26일 남긴 감사글. / 출처=배달앱 화면 갈무리
박재휘 씨가 지난 26일 남긴 감사글. / 출처=배달앱 화면 갈무리
박재휘 씨 자신도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가게를 운영할 만큼 어려운 형편이었지만, 안타까운 마음에 형제에게 선뜻 이같은 선행을 베푼 것이다.

가슴 따뜻해지는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돈쭐(돈으로 혼쭐) 내주자”며 박재휘 씨가 운영하는 가게를 ‘좌표’ 찍었다. 주문이 폭주하면서 박재휘 씨는 지난 26일 직접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에 글을 남겼다.

그는 “저를 돈쭐(?) 내주시겠다며 폭발적으로 밀려 들어오는 주문과, 매장으로 찾아주시는 많은 분들의 따듯한 발걸음, 주문하는 척(?) 들어오셔서는 선물을 주고 가시는 분들… 심지어 좋은 일에 써달라며 봉투를 놓고 가신 분도 계신다”며 “전국 각지에서 응원전화와 DM(다이렉트 메시지), 댓글이 쏟아지고 있다. 진심으로 감사하단 말씀 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어 “제가 특별한 일, 대단한 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제가 아닌 누구라도 그렇게 하셨을 거라 굳게 믿기에 더더욱 많은 분들의 관심과 사랑이 부끄럽기만 하다”면서 “그치만 이렇게 전국 각지에서 많은 분들이 칭찬해주시니 제 가슴 속에 평생 새겨두고 항상 따듯한 사람,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김봉구 한경닷컴 기자 kbk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