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 후진국' 뭇매에…외국인 강제검사 철회한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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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란 이유로…새벽 2시부터 코로나 검사 줄 세우더니
공단 인근 선별진료소 '마비'
"31일까지 검사 안 받으면 벌금"
진료소마다 수백명 몰려 대혼란
정부 철회 요청에 서울시 '백기'
외국계기업 CEO들도 강제 검사
"해외인재 누가 오겠나" 기업 당혹
공단 인근 선별진료소 '마비'
"31일까지 검사 안 받으면 벌금"
진료소마다 수백명 몰려 대혼란
정부 철회 요청에 서울시 '백기'
외국계기업 CEO들도 강제 검사
"해외인재 누가 오겠나" 기업 당혹
서울시가 외국인 사업주와 근로자를 대상으로 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전면 철회했다. 대신 ‘3밀(밀접·밀집·밀폐)’ 근무 환경에 있는 고위험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에게만 진단검사를 받도록 권고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검사를 강제하는 것은 차별적인 조치라는 지적이 잇따라 나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도와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은 여전히 행정명령을 유지하고 있어 논란이 계속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지난 17일 외국인 근로자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뒤 서울의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인 구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등의 선별진료소는 몰려드는 인파로 대혼란을 겪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서울의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1만573명으로 집계됐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선별진료소는 기본적인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은 채 운영됐다. 매일 구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출근한다는 최모씨(39)는 “다섯 명 이상 모여 식사하는 것도 금지하는 상황에서 선별진료소 앞에 수백 명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여러 진출국 중 외국인에게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상의를 비롯한 주한 외국상공회의소들은 18일 서울시에 행정명령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외국계 기업들은 발칵 뒤집혔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국내 기업보다 높은 데다 최고경영자(CEO)도 외국인인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 매출 1위인 에쓰오일을 비롯해 애플코리아, 다이슨코리아, 오비맥주 등의 CEO가 외국인이다.
이들 기업은 외국인 기업인·근로자 중 대다수가 한국에 수년째 거주 중인 데다, 불법체류 노동자가 많은 영세 공장과는 근로 환경이 다른데도 모든 외국인을 뭉뚱그려 코로나19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제너럴모터스(GM)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이미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사내 부속병원에서 매일 임직원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행정명령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기업은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해외 인재를 속속 영입해왔다. 임원 중에도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보기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정책이 반복되면 글로벌 인재 유치전에서 한국은 소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서울시는 행정명령을 거둬들였지만 경기도와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은 여전히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제하고 있어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내린 외국인 의무검사 행정명령의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이날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사회 통합과 연대·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관/이수빈 기자 pjk@hankyung.com
선별진료소 새벽부터 인산인해
19일 오전 7시 서울 구로역 3번 출구 앞 광장.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모여든 수백 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광장 가운데 설치된 선별진료소를 중심으로 커다란 원을 겹겹이 그리며 다닥다닥 붙어 줄을 섰다. 간이의자를 가지고 와 앉아서 대기하는 이들도 눈에 띄었다. 광장 곳곳에서는 알아듣기 어려운 외국어로 고성이 이어졌다. 대기줄 가장 앞에 서 있던 한 중국인 근로자는 “새벽 2시부터 와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서울시가 지난 17일 외국인 근로자 의무검사 행정명령을 내린 뒤 서울의 외국인 근로자 밀집지역인 구로구와 금천구, 영등포구 등의 선별진료소는 몰려드는 인파로 대혼란을 겪었다. 19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서울의 선별진료소를 찾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은 외국인 근로자는 1만573명으로 집계됐다.
한꺼번에 많은 인파가 몰리면서 선별진료소는 기본적인 거리두기도 지켜지지 않은 채 운영됐다. 매일 구로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광화문으로 출근한다는 최모씨(39)는 “다섯 명 이상 모여 식사하는 것도 금지하는 상황에서 선별진료소 앞에 수백 명이 붙어 있는 모습을 보니 어이가 없다”고 했다.
일부 다국적 기업들은 여러 진출국 중 외국인에게 진단검사를 받으라고 강제하는 나라는 한국뿐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주한미국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상의를 비롯한 주한 외국상공회의소들은 18일 서울시에 행정명령을 재고해달라는 요청서를 보냈다.
외국계 기업들은 발칵 뒤집혔다.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국내 기업보다 높은 데다 최고경영자(CEO)도 외국인인 회사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계 기업 매출 1위인 에쓰오일을 비롯해 애플코리아, 다이슨코리아, 오비맥주 등의 CEO가 외국인이다.
이들 기업은 외국인 기업인·근로자 중 대다수가 한국에 수년째 거주 중인 데다, 불법체류 노동자가 많은 영세 공장과는 근로 환경이 다른데도 모든 외국인을 뭉뚱그려 코로나19 위험군으로 분류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토로했다. 제너럴모터스(GM)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이미 방역 조치를 강화하고, 사내 부속병원에서 매일 임직원 건강 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며 “갑작스러운 행정명령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들도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삼성, 현대자동차, LG 등 기업은 최근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기술을 연구하기 위해 해외 인재를 속속 영입해왔다. 임원 중에도 외국인이 눈에 띄게 늘었다. 경제계 관계자는 “해외에서 보기에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정책이 반복되면 글로벌 인재 유치전에서 한국은 소외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경기 전남 등도 강제 시행
서울시는 논란이 증폭되는 와중에 중앙사고수습본부까지 나서 “서울시가 발령한 외국인 노동자 대상 코로나19 진단검사 행정명령을 철회하고, 조속히 개선하라”고 요청하자 돌연 방침을 바꿨다. 시는 이날 오후 5시께 참고자료를 통해 “외국인 근로자 집단검사 의무화 행정명령을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검사 권고’로 변경한다”며 “3밀 근무 환경에 있는 고위험 사업장 외국인 노동자들은 오는 31일까지 검사를 받도록 권고한다”고 밝혔다. 또 외국인 차별 논란을 의식해 “동일 사업장에 고용된 내국인도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을 것을 권고한다”고 덧붙였다.서울시는 행정명령을 거둬들였지만 경기도와 전라남도, 경상북도 등은 여전히 코로나19 진단검사를 강제하고 있어 기업들은 당혹스러워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일부 지방자치단체가 내린 외국인 의무검사 행정명령의 인권침해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에 들어갔다. 인권위는 이날 최영애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이주민을 배제하거나 분리하는 정책은 사회 통합과 연대·신뢰의 기반을 흔들고 인종에 기반한 혐오범죄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종관/이수빈 기자 p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