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학자들도 우려하는 '3·29 투기대책'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뉴스플러스 "다 때려잡겠다" 式 대책 논란 가열
부동산 부당이익 소급 몰수·전원 구속수사…모두 위헌소지
선거 앞두고 '과잉 징벌' 일변도…법조계 "법치주의 파괴"
부동산 부당이익 소급 몰수·전원 구속수사…모두 위헌소지
선거 앞두고 '과잉 징벌' 일변도…법조계 "법치주의 파괴"
‘투기이익 소급 몰수’ ‘투기사범 전원 구속수사’ 등의 내용이 담긴 ‘3·29 투기대책’에 대한 법조계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정부는 ‘투기사범 색출과 엄벌’이라는 명분 아래 입법 등을 강행할 태세지만, ‘형벌은 법이 제정되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적용되지 않는다’는 형벌 불소급 원칙과 ‘기본권을 제한할 땐 목적의 정당성,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 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과잉금지 원칙을 깡그리 무시한 조치라는 게 헌법학자들의 지적이다.
30일 대검찰청은 전국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수사팀’을 확대 개편하고, 공직자 투기사범을 전원 구속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검찰에 직접 수사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인력을 지금의 두 배인 156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전원 구속수사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정부는 “(투기를 발본색원하려면) 공직자 투기에 대해 소속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문재인 대통령)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그 위헌성이 만만치 않아 법치주의가 뿌리째 흔들리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구속 사안인지와 처벌 수위 판단은 검사와 판사가 법대로 할 일”이라며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법치주의 파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재산을 소급 몰수하는 특별법 사례를 들어 “발의돼 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홍익표 정책위원회 의장)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일파 재산 환수는 소급입법 외에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예외적 상황이었고, 과거 1960년 3·15 부정선거 관련자를 처벌할 당시에는 소급 처벌을 위해 헌법을 개정(4차 개헌)했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친일 행위나 부정선거와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헌법학계에선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회가 소급 입법을 남용하는 전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투기범 재산 소급몰수?…친일 행위처럼 처벌할 수 있나"
4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만 적용되는 재산등록 의무를 9급 하위직 등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직업 차별과 사생활 침해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근무했던 배보윤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가 강조되는 시대에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본인과 가족의 재산 등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직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며 “헌법적 관점에서 보면 재산등록 범위를 줄이는 게 되레 바람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헌성도 위헌성이지만, 직무 관련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직자 전원에게 동일 의무를 지우는 것은 과도한 편의주의이자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체 공무원에 대한 재산등록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산 규모를 속여서 등록하지 않는지, 투기로 재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맞는지 등을 상시 검증해야 하는데, 현 정부 역량으로 그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부동산 투기의 상당수가 차명으로 이뤄지는 만큼 ‘3·29 대책’이 범죄예방 측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재산등록 대상이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인상’ 논란은 왜 미리 발견하지 못했느냐”며 “공무원 재산등록 대상을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으레 반복되는 ‘처벌 수위 대폭 상향’도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내부거래·시세조작·불법 중개·불법 전매 등 부동산 시장 4대 교란행위자에 대해 부당이득액의 3~5배를 환수조치하겠다고 나섰다. 지금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등 범죄 행위에 대해 부당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범죄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징벌이어선 안 된다는 이른바 ‘비례성의 원칙’이 엄격히 고려돼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법률로 규정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는 진정한 법치주의가 아니다”며 “인간의 천부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포함해 최근 여권이 양산한 각종 법률과 정책에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담겨 있지 않은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이인혁/안효주/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
30일 대검찰청은 전국 검찰청에 ‘부동산 투기사범 전담 수사팀’을 확대 개편하고, 공직자 투기사범을 전원 구속해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을 지시했다. 이는 전날 정세균 국무총리가 검찰에 직접 수사를 지시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 경찰도 정부합동특별수사본부 인력을 지금의 두 배인 1560명으로 늘리기로 하고, 전원 구속수사의 강력한 의지를 내비쳤다.
이와 관련, 정부는 “(투기를 발본색원하려면) 공직자 투기에 대해 소속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문재인 대통령)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그렇지만 그 위헌성이 만만치 않아 법치주의가 뿌리째 흔들리는 부작용이 더 클 것이란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은 “구속 사안인지와 처벌 수위 판단은 검사와 판사가 법대로 할 일”이라며 “삼권분립에 어긋나는 ‘법치주의 파괴’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친일반민족 행위자의 재산을 소급 몰수하는 특별법 사례를 들어 “발의돼 있는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소급 적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홍익표 정책위원회 의장)고 밝힌 것도 마찬가지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친일파 재산 환수는 소급입법 외에 해결할 방법이 없었던 예외적 상황이었고, 과거 1960년 3·15 부정선거 관련자를 처벌할 당시에는 소급 처벌을 위해 헌법을 개정(4차 개헌)했다”며 “‘LH(한국토지주택공사) 사태’를 친일 행위나 부정선거와 같은 잣대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헌법학계에선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는 사건이 터질 때마다 국회가 소급 입법을 남용하는 전례로 남을 수 있다”는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투기범 재산 소급몰수?…친일 행위처럼 처벌할 수 있나"
"전원 구속" "재산 등록하라"…정부 지시·발표마다 위헌 시비
4급 이상 고위공직자에게만 적용되는 재산등록 의무를 9급 하위직 등 모든 공무원으로 확대하겠다는 정책도 위헌 시비에 휘말렸다. 직업 차별과 사생활 침해가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헌법재판소에서 근무했던 배보윤 변호사는 “개인정보 보호가 강조되는 시대에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본인과 가족의 재산 등을 모두 공개하라는 것은 직업에 대한 차별이 될 수 있다”며 “헌법적 관점에서 보면 재산등록 범위를 줄이는 게 되레 바람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위헌성도 위헌성이지만, 직무 관련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직자 전원에게 동일 의무를 지우는 것은 과도한 편의주의이자 실효성이 떨어지는 대책이라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체 공무원에 대한 재산등록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재산 규모를 속여서 등록하지 않는지, 투기로 재산이 급격히 늘어난 것이 맞는지 등을 상시 검증해야 하는데, 현 정부 역량으로 그게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우려다.
부동산 투기의 상당수가 차명으로 이뤄지는 만큼 ‘3·29 대책’이 범죄예방 측면에서 실효성이 떨어질 것이란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부장판사는 “(이미 재산등록 대상이던) 김상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전세금 인상’ 논란은 왜 미리 발견하지 못했느냐”며 “공무원 재산등록 대상을 확대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고 말했다.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마다 으레 반복되는 ‘처벌 수위 대폭 상향’도 보여주기식 정책으로 꼽힌다. 정부는 내부거래·시세조작·불법 중개·불법 전매 등 부동산 시장 4대 교란행위자에 대해 부당이득액의 3~5배를 환수조치하겠다고 나섰다. 지금도 자본시장법상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등 범죄 행위에 대해 부당이익의 3~5배를 벌금으로 부과하는 규정이 적용되고 있다. 범죄에 대한 필요 이상의 징벌이어선 안 된다는 이른바 ‘비례성의 원칙’이 엄격히 고려돼야 한다는 전제에서다.
원로 헌법학자인 허영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석좌교수는 “법률로 규정하면 뭐든지 가능하다는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는 진정한 법치주의가 아니다”며 “인간의 천부적인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는 ‘법의 지배(Rule of law)’가 더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을 포함해 최근 여권이 양산한 각종 법률과 정책에 개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담겨 있지 않은지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는 게 허 교수의 주장이다.
이인혁/안효주/남정민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