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서울대 학생회"라는 '트루스포럼'…정체가 뭐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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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파·기독교 단체…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계기로 출범
"기존 학생회, 운동권과 긴밀" 주장…2013년 이후 6년 연속 비운동권 후보 당선
서울대 지부 재학생 20여명 수준
"기존 학생회, 운동권과 긴밀" 주장…2013년 이후 6년 연속 비운동권 후보 당선
서울대 지부 재학생 20여명 수준
“사회주의 민중해방 총학생회는 해산하라! 사회주의 조장하는 서울대는 각성하라!”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단체 ‘트루스포럼’이 서울대학교의 새로운 학생회를 자처했다. 기존 총학생회가 정치적으로 좌편향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대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트루스포럼에 실제 가입해 활동하는 서울대 재학생이 극소수이고, 기독교 보수주의라는 가치관이 서울대 학생들을 대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트루스포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탄생했다. 서울대 법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김 대표가 2017년 2월 탄핵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것이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박사 학위를 마무리하는 것보다도 탄핵과 같은 잘못된 사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트루스포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대자보로 목소리를 냈다. 2019년에는 ‘태극기 집회를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탄핵은 언론의 거짓 선동으로 진행됐다”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지난해에는 ‘4.15 부정선거 의혹, 철저히 조사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이 2019년 SNS에 트루스포럼을 가리켜 "서울대 안에 태극기부대와 같이 극우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쓴 것에 대해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이듬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기독교적 가치관도 중시한다. 회원의 80%가 기독교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부도덕한 성행위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박탈하는 차별금지법과 잘못된 서울대 인권헌장에 반대한다”며 “‘성적지향’이 차별 금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2014년부터 추진해오던 인권헌장 가안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들어가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하지만 재학생들은 최근 총학생회가 운동권과 긴밀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013년 이후 서울대에서는 6년 연속 비운동권 후보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A씨(26)는 “2010년대 이후로는 비운동권이 강세였다”며 “사상적 이슈가 아니라 학내 셔틀 운영 시간을 늘린다거나 교환학생 학점제를 개선하는 등 편리한 학교 생활을 위한 공약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생들은 트루스포럼을 학내 단체로 인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대 지리학과 4학년 최모씨는 “홍보 포스터는 많이 봤지만, 주변에서 실제로 트루스포럼 회원이라는 재학생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며 “재학생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도 “정말 트루스포럼에 재학생이 있긴 하냐”, “재학생이 있다면 매번 게시하는 포스터와 대자보도 학교 승인 없이 붙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트루스포럼 측은 서울대 지부의 재학생 회원이 20여명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20여명은 졸업생과 교수 등으로 구성돼있다. 학내 동아리로 등록되지는 않은 상태다. 트루스포럼이 만든 새학생회가 재학생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새학생회의 가치관에 동의한다는 표시만 하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되는 것을 반대한다’, ‘서울대 인권헌장에 반대한다’는 등의 내용에 찬성 표시를 하면 된다. 서울대 정치학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강민정 씨(26)는 “학생이 아닌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데 학생회인지 모르겠다”며 “가입을 위해 동의해야 하는 내용도 학교생활보다 정치적인 내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대 총학 업무를 대행하는 조재현 단과대연석회의 비상대책위원장은 “트루스포럼의 새학생회 출범에 대해 따로 대응하거나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기독교 보수주의를 표방하는 단체 ‘트루스포럼’이 서울대학교의 새로운 학생회를 자처했다. 기존 총학생회가 정치적으로 좌편향됐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서울대생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트루스포럼에 실제 가입해 활동하는 서울대 재학생이 극소수이고, 기독교 보수주의라는 가치관이 서울대 학생들을 대표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반대하며 출범
16일 오후 트루스포럼은 서울대 본부 앞에서 서울대 새학생회 출범식을 열었다.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44)는 이날 “기존 서울대 총학은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상과 1980년대 운동권 역사를 이어받아 정치적으로 편향돼있다”며 “총학에 대항하는 새학생회를 만들겠다”고 말했다.트루스포럼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 탄생했다. 서울대 법학과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던 김 대표가 2017년 2월 탄핵에 반대하는 대자보를 붙인 것이 시작이었다. 김 대표는 “박사 학위를 마무리하는 것보다도 탄핵과 같은 잘못된 사태를 해결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 트루스포럼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후에도 정치적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대자보로 목소리를 냈다. 2019년에는 ‘태극기 집회를 지지합니다’라는 제목으로 “탄핵은 언론의 거짓 선동으로 진행됐다”는 대자보를 게시했다. 지난해에는 ‘4.15 부정선거 의혹, 철저히 조사하라!’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조국 전 장관이 2019년 SNS에 트루스포럼을 가리켜 "서울대 안에 태극기부대와 같이 극우사상을 가진 학생들이 움직이고 있다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라고 쓴 것에 대해 모욕죄 혐의로 고소하기도 했지만 경찰은 이듬해 무혐의 결론을 내리고 불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기독교적 가치관도 중시한다. 회원의 80%가 기독교인이라는 설명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부도덕한 성행위에 대한 비판의 자유를 박탈하는 차별금지법과 잘못된 서울대 인권헌장에 반대한다”며 “‘성적지향’이 차별 금지 사유가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서울대가 2014년부터 추진해오던 인권헌장 가안에 ‘성소수자 차별 금지’ 조항이 들어가자 반대 의견을 낸 것이다.
◆“재학생 단체 맞긴 한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루스포럼은 서울대 새학생회를 출범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새학생회 학부생 대표인 권영찬 씨(종교학과 4학년)는 “기존 총학은 기성 정치세력과 협력하며 1980년대 운동권과 긴밀하게 연결돼있다”며 “이들이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선거에 참여할 것을 강요받고 있다”고 주장했다.하지만 재학생들은 최근 총학생회가 운동권과 긴밀하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2013년 이후 서울대에서는 6년 연속 비운동권 후보가 총학생회장으로 당선됐다. 서울대 국문학과 박사과정에 재학중인 A씨(26)는 “2010년대 이후로는 비운동권이 강세였다”며 “사상적 이슈가 아니라 학내 셔틀 운영 시간을 늘린다거나 교환학생 학점제를 개선하는 등 편리한 학교 생활을 위한 공약이 대부분이었다”고 설명했다.
서울대생들은 트루스포럼을 학내 단체로 인지하지 않는 모습이었다. 서울대 지리학과 4학년 최모씨는 “홍보 포스터는 많이 봤지만, 주변에서 실제로 트루스포럼 회원이라는 재학생을 보거나 들은 적이 없다”며 “재학생 중심으로 활동하는 단체가 맞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울대 커뮤니티인 ‘스누라이프’에서도 “정말 트루스포럼에 재학생이 있긴 하냐”, “재학생이 있다면 매번 게시하는 포스터와 대자보도 학교 승인 없이 붙이는 이유가 무엇이냐”라고 지적했다.
트루스포럼 측은 서울대 지부의 재학생 회원이 20여명이라고 밝혔다. 나머지는 20여명은 졸업생과 교수 등으로 구성돼있다. 학내 동아리로 등록되지는 않은 상태다. 트루스포럼이 만든 새학생회가 재학생을 대변하는 역할을 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서울대생이 아니어도 새학생회의 가치관에 동의한다는 표시만 하면 가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성적지향과 성별 정체성이 차별금지 사유로 규정되는 것을 반대한다’, ‘서울대 인권헌장에 반대한다’는 등의 내용에 찬성 표시를 하면 된다. 서울대 정치학전공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강민정 씨(26)는 “학생이 아닌 사람도 가입할 수 있는데 학생회인지 모르겠다”며 “가입을 위해 동의해야 하는 내용도 학교생활보다 정치적인 내용으로 보인다”고 했다.
서울대 총학 업무를 대행하는 조재현 단과대연석회의 비상대책위원장은 “트루스포럼의 새학생회 출범에 대해 따로 대응하거나 입장을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