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아내 살인 혐의와 보험사기 혐의에 대해 지난달 대법원에서 무죄가 확정된 남편 이모(51) 씨가 보험사들을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이 지난달 서울중앙지방법원 등에서 속행됐다.
이씨는 2014년 8월 경부고속도로 천안나들목 부근에서 갓길에 주차된 화물차를 일부러 들이받아 동승한 만삭 아내(당시 24세)를 죽인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1심 재판부는 "피고인에게 불리한 간접 증거만으로는 범행을 증명할 수 없다"면서 무죄를 선고했지만 2심 재판부는 달리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사고 두 달 전 30억원의 보험에 추가로 가입한 점 등을 들어 공소사실이 인정된다"며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하지만 2017년 5월 대법원은 "살인 동기가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로 대전고법에 사건을 파기환송시켰다.
이 씨는 대법원이 살인·보험사기 혐의에 대해 모두 무죄를 확정짓자 민사소송 속행에 나섰다.
2016년 이 씨는 보험사들을 상대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서울남부지방법원 등에 제기했으나 당시 형사 소송이 진행 중이어서 소송이 중단됐다. 이 사건과 관련해 민사소송 13건이 진행 중이다.
이 씨가 각각 삼성생명과 미래에셋생명 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보험금 지급 청구 소송은 지난달 변론이 재개됐으며, 다음날에도 변론 기일이 잡혔다.
삼성생명, 미래에셋생명과 이씨가 계약한 보험금은 각각 31억원과 29억원이다. 이씨가 승소한다면 보험금 원금에 7년치 지연 이자까지 더해서 받게 된다.
이씨와 교보생명 간 소송도 변론 기일이 지정됐다.
한화생명도 법무법인을 선정하고 소송 재개를 준비하고 있다.
이 사건이 사회적 관심을 더 받게 된 계기는 2017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95억 보험 살인 사건 진실 공방’이라는 제목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사건 당시 43세였던 이 씨가 낸 교통사고로 인해 조수석에 탄 24세 캄보디아인 임산부가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씨는 고속도로에 정차돼 있던 트레일러를 들이받은 이유에 대해 졸음운전이라 했지만 수사 결과 남편이 부인의 사망으로 받게 될 보험금이 95억 임이 밝혀지면서 보험금을 노린 살인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 씨는 "죽으려고 몇번을 망설일 정도로 살고싶은 생각이 없었다"고 했지만 수상한 점은 한 두 가지가 아니었다.
경찰은 CCTV를 확인해보니 "추돌 몇 초 전 사고차량은 전조등을 켜고 정차된 차량을 미리 확인한 흔적이 나타났다"고 말했다.
도로교통안전공단 검사 결과 이미 9도가량 핸들을 돌렸으며 충돌 전 트레일러에 맞추며 주행했다고 판단했다.
사건 후 단순 교통사고가 범행으로 판단한 경찰은 3개월 후 남편 이 씨를 '살인혐의'로 구속했다. 하지만 부인의 화장까지 끝났으며 범행의 단서가 될 만한 것을 찾기는 힘든 상태였다.
폐차 직전의 차 안에 있던 아내의 혈액에서 수면 유도제 성분 중 하나인 디펜히드라민 성분이 발견됐지만 1심과 대법원에서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아내와 뱃속 아이를 잃은 이 씨는 퇴원도 하기 전 아내의 화장을 직접 전화로 예약했으며 그의 휴대전화에서는 병원에서 V자를 하고 찍은 사진이 발견됐다.
2심 재판부는 직접적인 증거가 없더라도 숨진 아내의 혈흔에서 수면유도제가 검출된 것을 간과하면 안되고 과도한 보험료를 납부한 점, 아내 화장을 서두른 점의 고의사고의 간접증거라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은 화장부터 보험까지 의심의 여지가 있다는 건 인지하면서도 좀 더 면밀히 심리를 해야한다고 판단했으며 이 씨가 고의 사고를 냈다는 정황증거, 반박의 여지가 없는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를 확정했다.
이 씨는 서울의 대형 로펌을 통해 전직 대법관을 포함한 화려한 변호인단을 꾸려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