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원 받고 집 사라"…빌라촌서 활개치는 브로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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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자본 갭투자 부추겨
"무주택자, 쉽게 돈 벌 수 있어"
현금 주고 역전세 매물 떠넘겨
덜컥 산 주인, 전세금 못 돌려줘
세입자는 보증보험서 돈 받아가
보증기관 작년에만 6800억 변제
"무주택자, 쉽게 돈 벌 수 있어"
현금 주고 역전세 매물 떠넘겨
덜컥 산 주인, 전세금 못 돌려줘
세입자는 보증보험서 돈 받아가
보증기관 작년에만 6800억 변제
“급전 필요한 분 모십니다. 무주택자면 당일 100만원 현금 지급합니다.”
최근 SNS에 올라온 ‘무주택자 목돈 만들기’라는 광고 문구다. 광고에 적힌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하자 자신을 A컨설팅의 부동산 중개업자라고 소개한 사람은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집을 구매할 수 있다”며 “오히려 집을 사면 수고비로 100만원을 챙겨주고, 향후에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이나 신용과 관계없이 현재 소유한 주택만 없다면 당일 수고비도 챙기고, 집주인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컨설팅은 ‘무자본 갭투자’를 알선하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개업자의 전형적 사례다.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갭)만큼의 돈으로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무자본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아예 같아지거나,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역전세’ 매물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중개업자가 시세 2억3000만원인 빌라를 전세보증금 2억5000만원으로 소개한다. 세입자에게 받은 ‘웃돈’ 2000만원 중 일부는 보유자금 없이 집을 사려는 임대인에게 수고비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중개업자가 챙기는 식이다. 중개업자들이 주택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등록세 등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무주택자를 ‘구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덜컥 집을 산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 부천시의 한 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이모씨(34)는 1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결혼자금으로 쓸 예정이었던 보증금이 묶이면서 추가로 대출까지 받았다. 빌라 전문 중개업자인 김모씨는 “중개업자들은 거래를 성사시키고 수수료만 받아가면 되니까 집주인으로 아무나 꽂아넣는다”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경제력이 없어도 중개업자에겐 상관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금 반환 사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지불한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1823억원에서 지난해 6801억원으로 4배가량 불어났다. HUG에 따르면 사고 건수 역시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 2408건까지 치솟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는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집을 경매에 넘겨 손실을 보전한다”며 “경매로도 전세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그 손실은 HUG가 떠안게 되는데 이는 결국 국민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
최근 SNS에 올라온 ‘무주택자 목돈 만들기’라는 광고 문구다. 광고에 적힌 텔레그램 아이디로 연락하자 자신을 A컨설팅의 부동산 중개업자라고 소개한 사람은 “아무런 비용도 들이지 않고 집을 구매할 수 있다”며 “오히려 집을 사면 수고비로 100만원을 챙겨주고, 향후에 집값이 오르면 시세차익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득이나 신용과 관계없이 현재 소유한 주택만 없다면 당일 수고비도 챙기고, 집주인도 될 수 있다는 것이다.
A컨설팅은 ‘무자본 갭투자’를 알선하고 중간에서 수수료를 챙기는 중개업자의 전형적 사례다.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 간 격차가 작을 때 그 차이(갭)만큼의 돈으로 집을 산 뒤 시세차익을 노리는 방법이다. 무자본 갭투자는 전세가와 매매가가 아예 같아지거나, 전세가가 매매가를 추월하는 ‘역전세’ 매물을 활용한다.
예를 들어 중개업자가 시세 2억3000만원인 빌라를 전세보증금 2억5000만원으로 소개한다. 세입자에게 받은 ‘웃돈’ 2000만원 중 일부는 보유자금 없이 집을 사려는 임대인에게 수고비로 지급하고, 나머지는 중개업자가 챙기는 식이다. 중개업자들이 주택 매매 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등록세 등의 세금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에서 무주택자를 ‘구인’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덜컥 집을 산 임대인들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것이다. 2018년 경기 부천시의 한 빌라에 전세로 입주한 이모씨(34)는 1억5000만원의 전세보증금을 집주인으로부터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결혼자금으로 쓸 예정이었던 보증금이 묶이면서 추가로 대출까지 받았다. 빌라 전문 중개업자인 김모씨는 “중개업자들은 거래를 성사시키고 수수료만 받아가면 되니까 집주인으로 아무나 꽂아넣는다”며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줄 경제력이 없어도 중개업자에겐 상관없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전세금 반환 사고는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으로 지불한 대위변제 금액은 2017년 1823억원에서 지난해 6801억원으로 4배가량 불어났다. HUG에 따르면 사고 건수 역시 2017년 33건에서 지난해 2408건까지 치솟았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HUG는 임대인 대신 임차인에게 전세보증금을 지급한 뒤 임대인에게 구상권을 청구하거나 집을 경매에 넘겨 손실을 보전한다”며 “경매로도 전세금이 회수되지 않으면 그 손실은 HUG가 떠안게 되는데 이는 결국 국민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예린 기자 rambut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