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페미죠?" "기업 광고에 남혐"…지역·세대 갈등보다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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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뒤덮은 젠더갈등
(1) 곳곳서 충돌하는 남과 여
학교·기업·정치권까지 '화약고'
한경·옥소폴리틱스 설문조사
남녀, 서로 "우리가 피해자"
"갈등 해소되지 않을 것" 32%
(1) 곳곳서 충돌하는 남과 여
학교·기업·정치권까지 '화약고'
한경·옥소폴리틱스 설문조사
남녀, 서로 "우리가 피해자"
"갈등 해소되지 않을 것" 32%
5~6년 전까지만 해도 젠더갈등은 인터넷 공간에서의 흥밋거리 수준에 머물렀다. 남성 우월주의가 강한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와 급진적 여성주의 성향의 ‘워마드’ 등 일부 커뮤니티가 서로 혐오 언어를 쏟아내는 게 1020세대에 화제가 되는 정도였다. 2017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사에서 “젠더갈등이 심각하다”고 답한 비율은 52.3%에 머물러 이념갈등(87.0%)·빈부갈등(75.1%)·지역갈등(61.4%)보다 낮았다.
그랬던 남녀갈등은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올 들어서는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 결집한 것을 계기로 그 실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특히 20~30대 남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스스로를 ‘성차별 피해자’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불평등을 겪는가’란 질문에 20대 여성은 70.3% 동의했지만, 20대 남성은 31.9%만 수긍했다. 반대로 ‘남성이 불평등을 겪는가’란 물음에 20~30대 남성은 각각 74.6%, 52.9% 공감했다. 이 질문에 대한 20·30대 여성 동의율은 39.1%, 33.3%에 그쳤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등장으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 여성할당제에 대한 생각도 간극이 컸다. ‘여성할당제가 성차별 완화에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에 20대 남성은 8.4%가, 20대 여성은 34.4%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은 본인이 능력이나 자질을 갖췄지만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 반면 20대 남성은 군복무·여성할당제 등으로 오히려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반대로 남성들의 혐오로 속앓이를 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여경(여성 경찰) 무용론’ 등의 비난을 받는 여경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8일에는 한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취자를 상대하는 여경을 보고 “구경만 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경찰청은 “대응 매뉴얼대로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지구대장을 맡고 있는 A경정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부 여경이 ‘시민들이 여자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며 위축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이하 남성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72.5%,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2.2% 지지를 보냈다. 최근 잇따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20대 남성 지지율은 70%를 넘나들고 있다.
오 시장과 이 대표를 당선시킨 이대남들은 언제든 이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발산하고 있다. 이들은 오 시장이 당선 후 ‘여성행복 2.0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그를 밀어준 자신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문제삼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왜 유독 20~30대에서 젠더갈등이 폭발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는 지속된 저성장으로 일자리 등 경제적 기회가 줄면서 경쟁이 격화한 결과”라며 “남녀갈등을 간단히 보지 말고 사회구조 변화의 문제로 깊이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
그랬던 남녀갈등은 2016년 서울 지하철 2호선 강남역 살인사건을 계기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올 들어서는 4·7 서울·부산 재보궐선거와 국민의힘 당대표 선거에서 ‘이대남(20대 남성)’이 결집한 것을 계기로 그 실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본격화하는 양상이다.
“우리가 더 차별받는다”
젠더갈등이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지는 한국경제신문과 정치 스타트업 ‘옥소폴리틱스’가 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잘 드러난다. 응답자(747명)의 86.6%는 “젠더갈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3분의 1(32.3%)은 “젠더갈등이 앞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을 정도다.특히 20~30대 남녀는 다른 세대에 비해 유독 스스로를 ‘성차별 피해자’로 여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이 불평등을 겪는가’란 질문에 20대 여성은 70.3% 동의했지만, 20대 남성은 31.9%만 수긍했다. 반대로 ‘남성이 불평등을 겪는가’란 물음에 20~30대 남성은 각각 74.6%, 52.9% 공감했다. 이 질문에 대한 20·30대 여성 동의율은 39.1%, 33.3%에 그쳤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대표의 등장으로 사회적 논란거리가 된 여성할당제에 대한 생각도 간극이 컸다. ‘여성할당제가 성차별 완화에 도움이 되는가’란 질문에 20대 남성은 8.4%가, 20대 여성은 34.4%가 “도움이 된다”고 응답했다. 김수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20대 여성은 본인이 능력이나 자질을 갖췄지만 사회에서 남성에 비해 불리한 위치에 있다고 여기는 반면 20대 남성은 군복무·여성할당제 등으로 오히려 불리하다고 생각하는 인식이 강하다”고 말했다.
불어나는 사회적 비용
남녀가 서로 간 인식 차이를 ‘다름’으로 인정하지 않고 곳곳에서 충돌해 한국 사회의 갈등과 그에 따른 비효율도 증폭하는 양상이다. 소위 ‘극단적 페미니즘’ 진영과의 날 선 대립으로 인지도를 높인 오세라비 작가는 지난 19일 페이스북에 “‘10대가 꼭 알아야 할 페미니즘’이란 주제의 책을 내려다 출판사 내부 직원들의 반발로 무산됐다”고 밝혔다. 직원들이 “오세라비는 일베·극우·친일파다. 어떻게 이런 사람 책을 출판할 수 있냐”고 비판했다고 한다. 그는 “페미니스트들의 권력이 회사의 의사결정 구조를 무력화시키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반대로 남성들의 혐오로 속앓이를 하는 여성도 적지 않다. ‘여경(여성 경찰) 무용론’ 등의 비난을 받는 여경들이 대표적이다. 지난 8일에는 한 대형 인터넷 커뮤니티에 주취자를 상대하는 여경을 보고 “구경만 했다”는 주장이 올라왔다. 경찰청은 “대응 매뉴얼대로 조치했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서울의 한 경찰서에서 지구대장을 맡고 있는 A경정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일부 여경이 ‘시민들이 여자를 무시하지 않을까’ 하며 위축돼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정치 세력화하는 남녀
남성·여성은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정치적으로 결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정치권에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이준석 당대표의 당선이 이대남의 몰아주기에 일부 영향을 받았음을 부정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4·7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대 이하 남성은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에게 72.5%,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22.2% 지지를 보냈다. 최근 잇따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대표의 20대 남성 지지율은 70%를 넘나들고 있다.
오 시장과 이 대표를 당선시킨 이대남들은 언제든 이들에 대한 지지를 철회할 수 있다는 메시지도 남성 중심 커뮤니티에서 발산하고 있다. 이들은 오 시장이 당선 후 ‘여성행복 2.0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 등이 그를 밀어준 자신들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문제삼고 있다. 신경아 한림대 사회학과 교수는 “왜 유독 20~30대에서 젠더갈등이 폭발하는지 주목해야 한다. 이는 지속된 저성장으로 일자리 등 경제적 기회가 줄면서 경쟁이 격화한 결과”라며 “남녀갈등을 간단히 보지 말고 사회구조 변화의 문제로 깊이있게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양길성/김남영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