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만 일하고 그만둘 거예요"…'해고' 꿈꾸는 청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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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노린 '취업 메뚜기'
‘6개월 일하고 구직급여 4개월’…자발적 실업 반복 '꼼수'
실업급여 받는 '꿀팁' 다방면으로 공유
‘6개월 일하고 구직급여 4개월’…자발적 실업 반복 '꼼수'
실업급여 받는 '꿀팁' 다방면으로 공유
“7개월 정도 일하고 그만 둘거예요. 이후엔 구직급여(실업급여) 받으면서 여행 다닐거예요.” 넉 달 전 언론사 그래픽 디자이너로 취업한 이재훈 씨(31·가명). 취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그는 벌써 퇴사를 꿈꾸고 있다. 이 씨에겐 이번이 세 번째 회사다. 두 번의 퇴사를 반복하고 또 이 씨가 취업한 이유는 고용보험 실업급여를 받기 위해다. 그는 해고를 당하기 위해 업무를 게을리하는 등 태업을 하고 있다.
청년 실업률은 최근 10%를 웃돌 정도로 심각하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해고’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 비교적 이직이 쉬운 직종이나 구직난이 심한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다가 힘들면 쉬면서 실업급여로 생활하다 다시 직장을 구하는 ‘얌체 메뚜기족’이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전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017년 7만7000여 명에서 지난해 9만4000여명으로 22% 늘었다.
이처럼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구직자가 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달 1조778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2월 이후 월 지급액이 넉 달 연속으로 1조원을 넘겼다. 올해 1~5월 지급액을 모두 합하면 5조38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67억원(22.7%) 더 많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연간 지급액이 11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까지 치솟았는데, 올해 지급액은 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실업급여는 수급 신청 이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비자발적인 실업을 당한 사람으로서 구직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지급된다. 그런데 이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로 되어 있다. 월 근무일수가 길지 않은 경우에는 실업급여가 고용 시 받는 임금액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소 기준인 180일을 겨우 넘긴 이들 중 상당수가 의도적·자발적 실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 건수는 2만4267건으로 전년도 실적(2만2005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부정수급으로 환수해야 할 돈만 441억원이 넘었다.
소규모 IT 회사에서 일했던 문보령 씨(29·가명)는 작년 실직을 해 구직 활동중이다. 문 씨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을 통해 이곳 저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면접은 보러 가지 않았다. 서류 합격 연락이 와도 구직한 회사의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우연히 통화를 하게 돼 면접 일정이 잡혀도 막상 당일이 되면 면접을 보러 가지 않는다. 애초에 이력서를 넣은 이유가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명을 남길 목적이어서다.
이같은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문 씨는 최근 급여 수급 기간이 끝나면서 다시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180일을 채우면 다시 해고당할 예정(?)이다. 최근엔 실업급여 받기가 더 쉬워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 씨에 따르면 올해는 유튜브에서 취업특강 등 영상 몇 개만 보는 것만으로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일까. 실제 정부는 코로나19로 대면 구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해 2월부터 '유튜브 취업특강' 등을 시청하는 구직 대체활동만으로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실제 수강을 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는 거의 이뤄지진 않고 있다. 강의를 듣지 않고도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첨부된 수강확인서만 개인이 작성해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강의를 보지 않고도 이 확인서만 잘 첨부하면 급여가 입금된다.
인터넷에서는 ‘실업급여 타는 법’만 검색해봐도 유튜브 특강을 클릭만 해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 글이 넘쳐난다. 한 취업 관련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유튜브에서 영상 4개만 보고 수강확인서를 내면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한데, 실제 강의를 보지 않아도 확인할 길이 없으니 거짓으로 대충 서류만 제출하라”는 조언이 속속 올라온다.
이같은 얌체 메뚜기족이 늘면서 영세 사업장이나 중소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최근 퇴사하는 한 직원이 권고사직 처리를 해달라 요청했는데 정부에서 주는 지원이 끊기므로 회사 손해라 거절하니 인사팀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회사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협박까지 했다”며 “문제는 이같이 권고사직 시켜달라고 떼를 쓰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고용보험 재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2012년 이후 6년간 흑자였던 고용보험기금은 2018년 8082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이 적자 규모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엔 6조원대(추정)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상반기에 실업급여 혜택을 축소하고 대기기간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급한 사람에게는 수급액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실직 신고 후 실제 실업일로 인정받기까지의 기간도 현행 1주에서 최대 4주로 늘어나는 등의 내용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
청년 실업률은 최근 10%를 웃돌 정도로 심각하지만 정작 중소기업 현장에서는 ‘해고’를 꿈꾸는 젊은이들이 있다. 비교적 이직이 쉬운 직종이나 구직난이 심한 중소기업 등에서 일하다가 힘들면 쉬면서 실업급여로 생활하다 다시 직장을 구하는 ‘얌체 메뚜기족’이다. 2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직전 5년 동안 3회 이상 실업급여를 받은 사람은 2017년 7만7000여 명에서 지난해 9만4000여명으로 22% 늘었다.
이처럼 실업급여를 반복 수급하는 구직자가 늘면서 실업급여 지급액은 지난달 1조778억원을 기록하며 올해 2월 이후 월 지급액이 넉 달 연속으로 1조원을 넘겼다. 올해 1~5월 지급액을 모두 합하면 5조3899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9967억원(22.7%) 더 많다.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연간 지급액이 11조8000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까지 치솟았는데, 올해 지급액은 이를 뛰어넘을 가능성이 크다.
실업급여는 수급 신청 이전 18개월 동안 180일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고 본인이 원하지 않는 비자발적인 실업을 당한 사람으로서 구직 의사가 있는 사람에게 지급된다. 그런데 이 실업급여 하한액이 최저임금의 80%로 되어 있다. 월 근무일수가 길지 않은 경우에는 실업급여가 고용 시 받는 임금액보다 많은 경우도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최소 기준인 180일을 겨우 넘긴 이들 중 상당수가 의도적·자발적 실업일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 건수는 2만4267건으로 전년도 실적(2만2005건)을 훌쩍 넘어섰다. 이처럼 실업급여 부정수급이 광범위하게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부정수급으로 환수해야 할 돈만 441억원이 넘었다.
소규모 IT 회사에서 일했던 문보령 씨(29·가명)는 작년 실직을 해 구직 활동중이다. 문 씨는 고용노동부의 고용정보시스템 ‘워크넷’을 통해 이곳 저곳에 이력서를 넣었다. 하지만 면접은 보러 가지 않았다. 서류 합격 연락이 와도 구직한 회사의 전화를 잘 받지 않았다. 우연히 통화를 하게 돼 면접 일정이 잡혀도 막상 당일이 되면 면접을 보러 가지 않는다. 애초에 이력서를 넣은 이유가 구직활동을 했다는 증명을 남길 목적이어서다.
이같은 방식으로 실업급여를 받은 문 씨는 최근 급여 수급 기간이 끝나면서 다시 작은 회사에 입사했다. 하지만 180일을 채우면 다시 해고당할 예정(?)이다. 최근엔 실업급여 받기가 더 쉬워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문 씨에 따르면 올해는 유튜브에서 취업특강 등 영상 몇 개만 보는 것만으로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다고 한다. 이같은 내용이 사실일까. 실제 정부는 코로나19로 대면 구직활동이 어렵다고 판단해 지난해 2월부터 '유튜브 취업특강' 등을 시청하는 구직 대체활동만으로도 실업급여를 신청할 수 있게 했다. 하지만 실제 수강을 했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는 거의 이뤄지진 않고 있다. 강의를 듣지 않고도 고용보험 홈페이지에 첨부된 수강확인서만 개인이 작성해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강의를 보지 않고도 이 확인서만 잘 첨부하면 급여가 입금된다.
인터넷에서는 ‘실업급여 타는 법’만 검색해봐도 유튜브 특강을 클릭만 해도 실업수당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공유한 글이 넘쳐난다. 한 취업 관련 대형 커뮤니티에서는 “유튜브에서 영상 4개만 보고 수강확인서를 내면 실업급여 신청이 가능한데, 실제 강의를 보지 않아도 확인할 길이 없으니 거짓으로 대충 서류만 제출하라”는 조언이 속속 올라온다.
이같은 얌체 메뚜기족이 늘면서 영세 사업장이나 중소기업들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중소기업 인사 담당자는 “최근 퇴사하는 한 직원이 권고사직 처리를 해달라 요청했는데 정부에서 주는 지원이 끊기므로 회사 손해라 거절하니 인사팀을 찾아와 행패를 부리고 회사 비리를 고발하겠다며 협박까지 했다”며 “문제는 이같이 권고사직 시켜달라고 떼를 쓰는 직원들이 적지 않다는 것”이라고 푸념했다.
고용보험 재정에도 ‘빨간불’이 들어왔다. 2012년 이후 6년간 흑자였던 고용보험기금은 2018년 8082억원 적자로 바뀌었다. 이 적자 규모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지난해엔 6조원대(추정)까지 불어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정부는 상반기에 실업급여 혜택을 축소하고 대기기간을 늘리는 내용을 골자로 고용보험기금 재정 건전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직전 5년간 실업급여를 3회 이상 수급한 사람에게는 수급액이 최대 절반까지 줄어든다. 실직 신고 후 실제 실업일로 인정받기까지의 기간도 현행 1주에서 최대 4주로 늘어나는 등의 내용이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