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울주군에 있는 언양읍성 복원사업이 예산 80억원을 쓰고도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보하지 않아 논란이 되고 있다. 혈세만 낭비한 채 지역 관광산업 활성화로 이어지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관련 지방자치단체와 문화재청 등에 따르면 언양읍성 복원사업이 10년째 진행 중이지만 관광객을 위한 주차장 시설마저 확보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을 위해 작년과 올해 각각 예산 40억원이 투입됐다.

언양읍성과 같은 지방 문화재는 문화재청의 행정력이 미치기 힘들어 사실상 지자체가 관리를 맡는 경우가 많다. 언양읍성 또한 울주군청이 복원사업과 관리를 맡고 있다. 인근 지역주민들은 언양읍성이 복원되더라도 주차장이 없으면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주차장이 없어 관광객이 도로에 불법주차를 하면 교통난만 가중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언양읍성은 문화재로서 가치는 크지만 지자체의 무관심으로 오랜 기간 방치돼 왔다. 언양읍성은 평지에 네모꼴로 만들어져 국내에선 보기 드문 평지성으로 꼽힌다. 고려 말기부터 조선 초기의 축성법 변천 과정을 잘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로 인정돼 1966년 12월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지정됐다.

울주군은 2011년에서야 언양읍 동부리 227의 3 일대 언양읍성 남문(영화루·조감도) 복원사업을 펴기로 하고 2012년부터 문화재 발굴 조사에 들어갔다. 현재는 남문인 영화루와 남쪽 성벽 일부만 복원됐다.

지역민 사이에서는 실망감이 커지는 분위기다. 언양읍의 경우 ‘불고기 거리’ 이외에 관광객을 끌어들일 만한 요인이 없었는데, 읍성 복원마저 주차장을 마련하지 않는 등 부실하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한 주민은 “언양읍성과 반구대 암각화 등 관광 자산이 많음에도 지역 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의 노력이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상당수 지자체에서는 지역 내 관광 명소를 돌아다니는 셔틀버스를 운행하지만 언양읍에는 이 같은 시스템을 찾아보기 힘들다. 다른 지역 주민은 “언양읍성이 KTX역 및 읍내 중심지와 가깝기 때문에 주차장을 비롯한 각종 편의시설을 제대로 갖추면 더 많은 관광객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