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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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일산 중학생 집단폭행 사건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가해 남학생이 피해 학생의 목을 졸라 쓰러뜨리는 장면도 충격적이었지만 더불어 놀라운 사실은 이를 지켜보던 한 여학생이 아무렇지 않게 피해 학생의 성기를 만지는 모습이었다.

일부 청소년들이 성 자기 결정권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인식을 갖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초·중·고등학생들은 매년 15시간 이상 성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 하지만 초등학생 41.5%, 중학생 67.5%, 고등학생 60.1%가 성교육 수업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아는 내용 반복’을 꼽았다.

다양한 영상과 매개체를 통해서 이미 성 의식 수준이 성인에 가까울 정도가 된 청소년들이 이론 위주 교육에 별다른 영향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고등학생 아들이 여자친구 집에서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알게 된 엄마의 글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눈길을 끌었다.

충격을 받은 부모는 "뭘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만나지 말라고 해도 만날 텐데 어떻게 아이를 도와줘야 하는 거냐"고 고민을 토로했다.

네티즌들은 "이미 부모 손을 떠난 일이다. 피임만 철저히 하라고 가르쳐라", "마음을 비우고 꼭 콘돔 사용하도록 해라. 부모가 아무리 감시한다 해도 빈집 가서 중학생 때부터 하는 애들도 있다", "이제 남녀관계 시작이고 못하게 막을 순 없으니 피임을 확실히 해야 하는 이유를 단단히 일러둬라" 등의 조언을 했다.

교육부·보건복지부·질병관리본부가 2018년 청소년 6만4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제14차(2018년) 청소년 건강행태조사 통계’에 따르면 성관계 시작 평균 연령은 중학교 2학년에 속하는 13.6세였다. 성관계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청소년은 전체의 5.7%였다.

형법 개정안에 따르면 만 16세 미만의 미성년자와 성관계하더라도 그 대상자가 19세 이상인 경우에만 처벌하도록 제한을 뒀다. 만약 15세 중학생과 18세 고등학생이 합의하에 성관계를 맺었다면 처벌 대상이 아니다.

성관계 연령이 이렇게 낮아졌지만 피임에 대한 인식은 따라가지 못하면서 중고등 학생의 임신과 출산 또한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됐다.

최근에는 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 임신·출산으로 학교를 결석해 수업일수 부족으로 유급될 수밖에 없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해 "요양 기간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결정을 받았다.

인권위는 "청소년기의 임신·출산은 갑작스러운 임신·출산일 경우가 많고, 학업 지속과 양육 부담 등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큰 혼란과 신체적 변화를 야기할 수 있어 산전 후 요양 기간을 보장하여 임신·출산한 학생에게 안정감을 주고 빠른 회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유엔 아동 권리위원회는 '유엔아동권리협약 제5, 6차 대한민국 국가보고서'에 대한 최종견해에서 "학교에서의 성교육, 임신 기간·출산 지원 서비스, 산후조리의 강화와 양육지원의 보장을 통해 청소년 임신에 대한 효과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라"고 우리나라에 권고했다.

통계청 인구 동향조사에 따르면, 2018년 10대 출산 건수 1300건(전체 출산 건수의 0.4%) 가운데 중·고등학교 학령기에 해당하는 17세 이하 출산 건수가 267건으로 약 21%를 차지한다. 인권위는 지난 2010년 인공임신중절까지 포함해 임신 청소년 수가 매년 약 1만5천 명이 넘는다고 추정했다.

전문가들은 청소년들에게 음란물 등 왜곡된 문화 콘텐츠 자체를 객관적으로 보는 눈, 유혹적인 요소 자체를 거부하거나 의심해서 볼 수 있는 눈을 길러줘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